지난 2022년 카이코우라 해역에서 전복되어 5명의 사망자를 낸 보트가 고래와 충돌했으며, 희생자들은 연료로 오염된 선체 내부에 갇혔다는 사실이 교통 당국의 조사에서 밝혀졌다.
또한, 보고서는 긴급 대응이 혼란스럽게 이루어졌으며, 통신 문제로 인해 구조 작업이 지연되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긴급 구조대가 더 일찍 도착했더라도 사고 결과는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항 후 2시간 만에 뒤집힌 보트, 11명 중 5명 사망
2022년 9월, ‘아이-캐처(i-Catcher)’ 보트는 출항한 지 두 시간이 지난 후 구스 베이(Goose Bay) 인근에서 전복되었고, 탑승자 11명 중 5명이 보트 아래 갇혀 목숨을 잃었다.
2023년 교통사고조사위원회(TAIC)의 예비 보고서에 따르면, 연료 유출이 희생자들의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3일 발표된 최종 보고서는 이를 확정하며, 보트의 연료 시스템이 충분히 점검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트가 전복된 직접적인 원인은 고래와의 충돌이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한 5명은 전복된 보트의 선체 아래 에어 포켓 안에서 부풀려진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로 발견되었으며, 이는 탈출을 어렵게 만들었다.
보트의 연료 시스템 결함으로 인해 유증기가 에어 포켓(air pocket) 안으로 유출되었고, 이는 생존 가능성을 현저히 감소시킨 요인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또한 그들은 구조 신호를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교통사고조사위원회(TAIC) 수석 사고 조사관 나빈 코주파칼람은 "유독한 환경, 차가운 물, 좁은 공간이 결합되면서 생존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구조 작업과 통신 문제
보고서는 긴급 대응이 혼란스러웠다고 지적했다.
생존한 5명의 승객과 선장은 전복된 보트 위로 올라갔고, 선장은 오전 10시 11분에 긴급 신고 번호인 111번으로 전화를 걸었다.
보트 위에 올라간 선장은 내부에 갇힌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선체를 두드렸고, 안쪽에서 응답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경찰과 통화하며 "구조대가 오고 있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10시 22분경, 선체 안쪽에서 들리던 두드리는 소리가 멈췄고, 선장은 경찰에게 긴급히 잠수부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잠수부가 도착하기까지 5시간이 걸렸다.
긴급 구조 요청을 받은 경찰은 현지 경찰관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당시 그는 다른 사건을 처리 중이었고, 해당 지역에는 근무 중인 경찰관이 없었다.
또한, 지역 해안경비대(Coastguard)와의 세 차례 교신 시도도 응답이 없었다.
오전 10시 24분, 뉴질랜드 해상 구조 조정센터(Maritime NZ Rescue Coordination Centre)는 조난 신호(mayday)를 발신했고, 이를 한 민간 보트가 수신했다.
10분 후, 해안경비대원이 출동을 확인했다.
10시 40분경, 민간 보트가 현장에 도착해 보트 위에 있던 생존자들을 구조했으나, 선장은 남아있겠다고 했다. 그는 잠수해 보트 안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려 했지만, 경찰은 "해안경비대가 다이빙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두 대의 헬리콥터가 보트를 들어 올릴 수 있다"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
이후 한 민간 헬리콥터가 현장으로 날아와 내부에 갇힌 사람들이 있음을 확인했으나, 윈치(구조용 리프트)가 없어 구조 작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해안경비대는 오전 11시 직전에 도착해 선장을 구조했지만, 잠수부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경찰 잠수팀은 오전 11시 30분경 웰링턴에서 출발해 카이코우라로 이동했다.
잠수부들은 오후 3시 40분경 사고 현장에 도착해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했다.
보고서는 "잠수부가 더 일찍 도착했더라도, 사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카이코우라는 해양 활동이 활발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구조 계획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긴급 대응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권고 사항
교통사고조사위원회(TAIC)는 뉴질랜드 해양청(Maritime NZ)이 선박의 연료 시스템을 포함한 전체 구조를 철저히 점검하도록 조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권장 사항을 내놓았다. Maritime NZ은 이미 이 권장 사항을 이행했다.
교통사고조사위원회(TAIC)는 또한 모든 선원이 위급할 때 쏘아올릴 수 있는 개인 위치 신호기인 비콘(PLB: Personal locator beacons)를 소지해야 하며, 선박 내 기본 구조 신호 장비 외에도 추가적인 비상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빠르게 탈출할 수 있도록 구명조끼 공기를 빼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고의 사망자들은 모두 뉴질랜드 자연 사진 협회(the Nature Photography Society of New Zealand) 회원으로, 로워 헛과 크라이스트처치에 거주한 65세~75세 사이의 사람들이었다.
당시 사고 선박을 전세낸 사업체인 ‘피시 카이코우라(Fish Kaikōura)’ 운영자 마크 & 샬린 일람 부부는 그 사고를 전례 없는 비극이라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