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증권거래소(NZX)는 오전 10시에 개장한 이후 3% 급락하며, COVID-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뉴질랜드 달러 또한 하락세를 이어가며 오전 늦게 1미국달러당 55.58센트까지 떨어졌다. 이는 호주와도 비슷한 양상으로, 호주 달러는 뉴질랜드 시간으로 오전 10시 직후 59.33미국센트까지 하락했다. 호주 달러가 이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2020년 3월과 4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에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미국 시장에서도 수조 달러의 가치가 증발한 가운데 나타났다.
미국 현지시간 일요일 저녁, 주식 선물 시장도 추가 하락세를 보이며 시장 불안을 반영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S&P 500 선물은 약 4% 하락했고, 나스닥 선물은 거의 5% 급락했다.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비트코인 가격도 이날 하루에만 약 6% 하락했다.
트럼프의 새 관세는 지난 주말부터 뉴질랜드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 상품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균형을 맞추지 않는 한, 어떤 나라도 예외 없이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시장이 무너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많은 지도자들과 대화했고 그들은 거래를 원하고 있지만, 자신은 손실인 적자를 원하지 않는다며, 흑자 또는 최소한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트럼프가 말한 ‘상호주의 관세’의 하단에 해당하는 10%의 관세 대상에 포함되었다. 뉴질랜드는 연간 약 90억 뉴질랜드달러 규모의 상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어, 이 관세는 수출업자들에게 약 9억 달러의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번 관세로 인해 국제 금융시장은 1987년 블랙 먼데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 COVID-19 팬데믹 초기와 유사한 충격을 받고 있다.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는 지난 4월 3일, “문제는 미국과의 양자 무역관계보다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라며 “관세와 무역전쟁은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뉴질랜드는 관세 없이도 잘 해온 나라이고, 세계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관세 발표 자료에서 뉴질랜드가 미국 상품에 평균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토드 맥클레이 무역부 장관은 이 수치를 부인하며 “실제 평균은 약 1.9% 수준”이라고 밝혔다.
럭슨 총리는 월요일 아침 방송된 TV 프로그램 Breakfast에 출연해 “뉴질랜드는 미국 행정부와 계속 대화를 이어갈 것이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 관세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