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위성 데이터 분석 결과, 뉴질랜드의 주요 도시 해안 지역이 매년 수 밀리미터씩 가라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구 해수면 상승과 맞물려, 해당 지역이 해양 재해에 더 빨리, 더 심각하게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해수면 상승, 이제는 '상대적 상승률'이 관건
지구 평균 해수면은 1900년 대비 약 18cm 상승했으며, 연간 상승 속도도 4.4mm로 가속화되고 있다. 이 수치는 언뜻 적어 보일 수 있지만, 이미 폭풍 해일이나 만조로 인한 피해를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뉴질랜드 해안의 일부 지역에서는 해안선 자체가 침하되고 있다. 즉, 해수면이 오르는 동시에 땅이 내려앉고 있는 것이다.
이중 효과(Double effect)로 인해 상대적인 해수면 상승률(relative sea-level rise)은 훨씬 더 가파르게 나타난다. 이는 해안 기반 시설과 주거 지역에 장기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크라이스트처치, 연간 최대 8mm 침하', 지진 영향 지속
오클랜드대학 등 뉴질랜드 연구진이 발표한 이번 연구는, 기존보다 훨씬 정밀한 위성 레이더 기술(InSAR)을 이용해 10m 간격으로 전국 해안선 침하율을 분석했다. 이전 연구는 2km 간격으로 측정된 것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크라이스트처치의 사우스쇼어(Southshore)와 뉴 브라이튼(New Brighton) 지역이다. 이곳은 2011년 대지진의 진앙지에 가까운 모래 언덕 지형 위에 형성된 지역으로, 지각이 여전히 응력 해소 과정을 겪으며 가라앉고 있는 중이다.
일부 지역은 연간 최대 8mm 침하했는데, 이는 도시 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 중 하나다.
주요 도시 침하율 및 예상 해수면 상승량
연구진은 뉴질랜드 5대 도시의 침하율을 밀리미터 단위 정밀도로 측정했다. 도심 지역의 포장도로, 건물 표면 등은 위성 레이더 반사를 잘 일으켜 측정 정확도가 높았다.
연간 도시별 침하율:
이를 해수면 상승률과 결합하면, 상대적 해수면 상승률은 연간 7mm 이상에 달한다. 이 속도가 지속된다면, 100년 안에 70cm 이상 해수면 상승이 일어나게 되며, 이는 현재 대부분의 해안 방어 시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동일 도시 내에서도 최대 10mm 차이, 세부적 대응 필요
연구진은 “같은 도시 내에서도 지역별 침하 속도가 최대 10mm까지 차이난다”며, 정책적 대응 역시 지역 맞춤형, 세부화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더니든 및 오타고 항구 일대 지도에서는 단지 몇 블록 차이로 침하율이 현저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해안 도시의 미래, “지금부터 대비해야”
이 연구는 NZSeaRise 프로젝트의 후속으로, 해안 도시들이 미래의 침수 및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지구는 더워지고 있고, 바다는 팽창하며, 빙하는 녹고 있다. 동시에 땅은 내려앉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겹쳐지는 해안 도시에는 더욱 빠른 행동이 필요하다”라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해안가가 가라앉고 있다”, 위성 데이터로 드러난 뉴질랜드 ‘침하 핫스팟’
최신 위성 분석을 통해 뉴질랜드 해안가에서 매우 빠르게 가라앉고 있는 지역들(hotspots)이 확인되었다. 이들 지역은 공통적으로 해안선 개발로 지형이 변경된 곳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매립지, 지금도 가라앉는 중”, 불안정한 기반이 도시 인프라 위협
20세기 동안 뉴질랜드 여러 도시에서는 바다를 메워 광범위한 매립지 개발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 매립지는 여전히 지반 침하(compaction)가 진행 중이며, 그 위에 세워진 도로, 건물 등의 인프라에 불안정한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포리루아 하버(Porirua Harbour)이다. 이 지역의 포리루아 스트림 하구 인근 매립지는 현재 연간 3~5mm씩 가라앉고 있으며, 이는 포리루아 해안 평균 침하율의 두 배가 넘는다.
우주에서 바라봐야 비로소 보이는 ‘땅’의 변화
연구진은 “역설적이지만, 살고 있는 땅의 변화를 제대로 보려면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고해상도 위성 레이더 기술을 통해서야 비로소 국지적 침하 현상까지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특히 도심지의 포장된 표면, 건물, 도로 등에서 뛰어난 반사 신호를 통해 밀리미터 단위 정밀도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위험 지역 사전 식별 가능, 미래 도시 계획에 반영해야
긍정적인 점은 이 데이터가 향후 해안 도시의 지속 가능한 개발과 기후 변화 대응 전략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측정은 단지 첫걸음일 뿐”이라며, 향후 해안선과 도시의 침하 및 융기 현상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의 해안은 이제 단순히 '바닷물이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땅이 내려가면서 바닷물이 더 가까워지는' 이중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위험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대응 계획을 세울 결정적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