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에 생각하는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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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에 생각하는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0 개 479 명사칼럼

오늘은 한글날이다.


솔직하게 말해,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산 적이 별로 없다. 해외에 나가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할 때, 한국역사와 문화를 자주 생각해 보았지만, 외국인들에게 딱히 자랑할 만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 나로 하여금 한국인, 한국문화에 대해 무한 긍지를 가져다주는 게 있다. 바로 한글이다.


인류역사상, 모든 사람들이 알기 쉽게 자신의 언어를 표기할 수 있는 문자를, 인위적으로 만든 예가 한글 외에 또 어디에 있을까. 그 목적성과 그 과학적 수준을 어느 문자 체계가 따라올 수 있을까. 우리가 한글날을 자랑스러운 날로 대대손손 경축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한글날, 이 특별한 날을 맞이해, 글쓰기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몇 차례 이 공간에서 한 말이지만 다시 한 번 반복해도 좋을 것 같다.


어쩌다 보니 글 쓰는 게 주업이 되었다. 하루 종일 글 쓰는 게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메일을 열어보고 답장을 쓰고, 학교에 가면 논문을 쓴다. 지난 몇 년간은 이 공간에서 대중적인 글을 써왔다. 말도 그렇지만 글도 쓰면 쓸수록 는다. 내 글도 과거에 쓴 글과 요즘 쓰는 글을 비교하면 적잖은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알게 모르게 변했고 발전했다. 과거 글 보다 오늘 쓰는 이 글이 훨씬 읽기 편하다.



오랜 세월 글을 써오면서 나는 몇 가지 글쓰기 원칙을 터득했다. 여기서 그것을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그것이 나와 같이 글쓰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나는 독자 입장에서 내 글이 어떻게 이해될 지 고민하면서 쓴다.


글을 많이 쓰면서도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글이 어려워지는 가장 큰 이유는 독자를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나서 독자의 입장에서 읽어보아야 한다. 과연 그 글이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점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 이 부분은 도저히 독자가 이해를 못할 것 같다, 어떻게 고치면 독자가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 이것이 글쓰기의 황금률이다. 이것만 제대로 익히면 글은 반드시 쉬워진다.


2. 나는 명료하게 쓰는 것을 글쓰기의 제1 원칙으로 삼는다.


글의 생명은 전달력에 달려 있다. 그것이 불분명하면서도 온갖 수사를 늘어놓는 글은, 적어도 내게는, 자기기만이며 반지성적 행위다. 신문 칼럼을 읽다보면, 세상의 유식한 이론을 다 동원하고, 사전을 찾아봐야 알 수 있을 법한 고급 어휘를 사용하면서도, 정작 그 뜻이 분명치 않은 글이 많다. 나는 그런 글을 경계한다. 그런 글은 읽을 가치가 없다.

명료한 글을 쓰기 위해선 우선 한 문단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분명하게 설정해야 한다. 문장은 가급적 단문으로 작성하고, 불가피하게 문장이 길어지면 적당한 장소에 쉼표를 쳐야 한다. 나아가 문장과 문장이 논리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는지 항상 점검하지 않으면 안 된다.



3. 나는 글을 쓰고 나서 읽어 보면서 고친다.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일단 글을 쓰고, 그것을 소리를 내 읽어보는 것이 좋다. 그런대로 만족한 글을 썼다고 해도 시간이 지난 다음 읽어보면 고칠 부분이 생긴다. 어떤 때는 문장이 너무 길고, 어떤 때는 단어가 적절하지 못하고, 또 어떤 때는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런 것을 발견해 고치면 고칠수록 글의 완성도는 점점 올라간다. 그것을 위한 좋은 방법이 쓴 글을 소리 내 읽어보는 것이다. 그럼 어색한 부분이 발견된다. 글을 쓸 때도 (속으로) 읽으면서 쓰는 게 좋다.


4. 나는 글재주보다 장인정신을 믿는다.


독자중심의 명료한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도공이 최상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장인정신을 발휘하듯 글쓰기도 그런 정신이 있어야 한다. 도공은 추호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고 자기를 빚고 굽지 않는가. 글도 그런 것이다.


최상의 글은 단지 글재주로만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선, 머리를 맑게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지적 수단을 동원해, 정성을 기울여 한자 한자 써 나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흠이 있는 경우엔 그냥 지나치지 말고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내가 쓸 수 있는 최상의 글이 탄생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 출처 : 박찬운 칼럼 ‘박찬운의 아브라카다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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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찬운


현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 교수이자 변호사. 20대에 법률가가 되어(1984년 사법시험 합격) 4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변호사로 일하면서 양심범, 사형수, 난민, 한센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국장과 상임위원(차관급, 군인권보호관 겸직)을 역임하면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차별금지법,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인정 등 인권위의 대표적 인권정책 권고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고, 특히 2020년부터 3년간은 수천 건의 진정 사건을 맡아 그중 500여 건을 인권침해로 인정해 관련기관에 피해자 구제를 권고했다. 바쁘게 살면서도 배우고 익히는 것에 남다른 관심이 있어 미국, 일본, 유럽을 오 가며 전공인 인권법을 연구했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 보편적 인간이 되고자 노력했다. 2006년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인권연구와 함께 대중적 글쓰기를 시도함으로써 사회변혁을 꿈꾸고 있다. 『인권법』 등 여러 권의 전공서와 『빈센트 반 고흐, 새벽을 깨우다』 를 비롯해 다수의 인문 교양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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