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티셔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오징어게임 티셔츠

0 개 1,295 김지향

요즘 나는 ‘오징어게임’ 명함의 로고(○△□)와 오징어게임 문양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시중에서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닌 디자이너인 친구가 만들어 준 티셔츠이다. 


그녀 남편이 ‘오징어게임’ 티셔츠를 입고 싶다고 하여 만든 게 너무나도 멋져서 나 역시 그녀에게 주문을 하고야 말았다. 로고 색감부터 시작하여 옷을 가위로 잘라 변화를 준 디자인까지 완전 깔 맞춤의 센스가 넘치는 작품이 나왔다.


그녀가 옷에 물감 칠을 하면 하나같이 새롭게 태어났다.  이미 나는 그녀의 붓 터치가 들어 있는 청 조끼를 가지고 있으며, 가끔 그 조끼를 걸치고 다닌다. 이 나이에 찢어진 청 조끼가 웬 말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잘 어울리는 걸 어찌하랴. 


800e42dc3bde11406eab99a7ba238313_1636404458_9669.jpg
 

아무튼 나는 그녀를 만난 덕분에 내 영혼이 더욱더 자유로워졌다. 내 생각과 일치하는 그녀와 함께 콜라보로 작업을 하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고, 나의 개성을 제대로 잘 살릴 수 있게 되어 무척 행복하다.


오늘도 그녀와 작품 하나를 만들었다. 그녀와 함께 콜라보 작업을 하고 나면 기쁨이 넘쳐 난다. 한국에서 지낼 때, 꽃꽂이 스승님과 함께 작업을 할 때마다 엔돌핀이 팍팍 솟았었는데, 지금 그녀와의 작업이 그때와 비슷하다.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오기 전까지 15년 넘게 스승님과 함께 작업을 했었던 것처럼 그녀와의 작업도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한 지속 될 것만 같다. 그녀 또한 나와 오랫동안 함께 작업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의 색감은 아주 출중해서 내 눈을 호사시킨다.  옷이나 물건들을 보는 눈과 공간 배치에 대한 감각도 뛰어나다. 남에 대한 배려도 깊다. 그래서 두 사람이 작업을 할 때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


얼마 전에 나는 동생으로 여기는 지인의 숍에 들린 적이 있다. 그녀는 대번에 “언니, 이거 오징어게임이잖아요? 언니한테 너무 잘 어울리고 예뻐요. 어디서 샀어요?” 라고 물었다. 나는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했고, 내 꽃꽂이 수업 엽서와 숍 명함을 주었다. 


그녀는 엽서와 명함에 꽂혀서 그 디자이너를 소개시켜달라고 했다. 자신의 사업을 위해 웹사이트부터 이것저것 상의할 일이 많다고 했다. 인테리어부터 여러 가지로 업데이트를 하여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하고 싶은가 보다.


코비드로 소상인들이 힘든 상황인데도 그녀의 숍은 여전히 잘되고 있다. 모두 다 성실한 그녀의 비즈니스 철학의 결과로 본다.


어제는 막내와 함께 스포트라이트에 갔는데, 계산원이 자꾸 나를 쳐다보면서 웃고 있었다. 막내가 계산대 앞에서 줄 서 있는 동안 내가 그 주위에 있는 물건들을 둘러보고만 있었는데, 그녀의 시선이 느껴져서 바라보니, 정이 잔뜩 느껴지는 생글거리는 눈으로 눈인사를 했다.


그땐 그녀가 왜 그랬는지 잘 몰랐었는데, 집에 돌아와서야 그 웃음의 이유를 알았다. 내가 입은 티셔츠 때문이었다. 그녀가 “오징어 게임” 드라마를 본 것이 틀림없다.


디자이너가 나한테 만들어 준 오징어 게임 티셔츠는 두 벌이다. 색과 디자인이 다른 면 소재의 티셔츠인데, 고급스러우면서도 편해 보이고 세련된 맛이 있다. 그녀 남편의 티셔츠는 터프함과 젊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다.


그녀의 남편 또한 나처럼 부인이 만들어 준 티셔츠를 즐거운 마음으로 입고 다닌다. 한국의 위상을 떨치게 한 오징어 게임 티셔츠를 만든 아내의 재능이 자랑스러워서일 수도 있겠다. 그녀가 만든 독특한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오징어 게임 티셔츠를 만들어 준 디자이너는 정작 자신의 티셔츠는 만들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지만, 너무 하는 일이 많아서 제대로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도 혼자서 잘 자른다. 길가에 지나가던 사람이 어디서 머리를 잘랐느냐고 물을 정도로 기가 막히게 잘 자른다. 이렇듯 자신의 머리까지도 패셔너블하게 잘 자르는 사람을 만난 나. 늦복이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휘감았나 보다.


800e42dc3bde11406eab99a7ba238313_1636404558_2737.jpg
 

어제는 하얀 말티즈를 품에 안은 중년 여인이 숍에 들어와서 꽃꽂이 작업을 하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내 머리가 너무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머리 염색을 했느냐고도 묻고, 내 머리에 관심이 많았다.


검은 머리가 이렇게 하얗게 변한 것이라고 했더니, 염색하지 말라고 하면서 실버 헤어가 참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자신이 헤어드레서 집안의 4대째 헤어드레서란다.


영광이 따로 없었다. 내 평생에 이렇게 내 머리를 칭찬 받아본 적이 없었다. 나의 가장 큰 핸디캡이 내 머리카락이었다. 차분하지 못한 반 곱슬머리로 억세고 굵어서 묶거나 핀으로 고정을 하면서 지내왔었던 머리였다.


지금도 머릿결이 좋은 건 아니다만, 젊어서보다 성질머리가 좀 좋아졌는지, 머릿결도 머리숱도 예전 같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예전보다는 짧은 머리 손질이 한결 수월하다.


어제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인 작은 집게 핀을 이용하여 머리 몇 가닥을 집어 올렸는데, 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 헤어스타일이 그 헤어드레서의 마음에 들 줄이야! 재주 좋고 센스 있는 친구 덕분에 누리게 된 호사이다.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 각본을 쓴 시기는 2008년부터 2009년이었는데, 그때 그의 생활은 아주 빈곤하고 힘겨운 생활이었다. 그 상황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드라마 각본을 쓰는 일뿐이었다.


그렇게 힘겹게 쓴 대본이었건만 그 대본이 10여년이 지난 이후에야 조명을 받게 되어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사람은 크건 작건 자신만의 재능이 있다. 지금 그 재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산다고 슬퍼할 일은 아니다. 묵묵히 자신의 재능을 계발하고 있다 보면 귀인도 다가오고, 운도 트이게 된다.


내 주위에는 아티스트들과 디자이너들이 많다. 아직 그들의 재능을 활짝 펴지 못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의 작품이 맛있는 샴페인으로 숙성을 하여 펑 터질 날이 올 것임을 확신한다.


오늘도 나는 오징어게임 티셔츠를 입고 나갈 것이다. 오징어게임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생각하면서 어깨를 쭉 펴고 거리를 활보할 것이다. 오늘 날씨가 화창하길 기대한다.

꿈은 꼭 이뤄진다

댓글 0 | 조회 1,097 | 2022.07.13
꿈은 꼭 이뤄진다. - 이 비밀을 알… 더보기

여행이 주는 기쁨

댓글 0 | 조회 986 | 2022.06.29
바람이 사납게 불어도 비만 오지 않으… 더보기

내 사랑 파미

댓글 0 | 조회 1,035 | 2022.06.14
오월을 어찌 보냈는지 기억도 없는데 … 더보기

나의 해방일지

댓글 0 | 조회 1,205 | 2022.05.25
비가 온다. 가을을 미처 즐기기도 전… 더보기

복중의 복이 늦복이리라

댓글 0 | 조회 1,180 | 2022.05.11
파미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갈수록 파… 더보기

고구마 꽃이 피었습니다

댓글 0 | 조회 1,128 | 2022.04.27
몇 달 전에 고구마 한 개를 땅에 심… 더보기

광기와 어리석음

댓글 0 | 조회 975 | 2022.04.13
엊저녁에 한국에 사는 언니와 오랫동안… 더보기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

댓글 0 | 조회 1,101 | 2022.03.23
푸르른 하늘부터 반겨 준 웰링턴 여행… 더보기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다

댓글 0 | 조회 1,651 | 2022.02.23
얼마 전에 언니와 통화를 하다가 대선… 더보기

하느님의 자유의지를 커닝했다

댓글 0 | 조회 1,018 | 2022.02.10
음력 설날에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와 … 더보기

줄이고 또 줄여야

댓글 0 | 조회 1,389 | 2022.01.27
오늘 저녁에 손님들을 초대하여 함께 … 더보기

아가의 웃음소리

댓글 0 | 조회 1,011 | 2022.01.12
까르르르~~ 유은이의 웃음소리가 우리… 더보기

화살 보다 더 빠르게 흘러간 2021년

댓글 0 | 조회 931 | 2021.12.22
한 해도 훌쩍 지나 벌써 새해를 맞이… 더보기

지옥의 끝

댓글 0 | 조회 1,091 | 2021.12.08
우리의 삶이란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더보기

크로스오버 인생

댓글 0 | 조회 1,180 | 2021.11.23
큰애가 UCOL Whanganui에서… 더보기
Now

현재 오징어게임 티셔츠

댓글 0 | 조회 1,296 | 2021.11.09
요즘 나는 ‘오징어게임’ 명함의 로고… 더보기

사과 중에 가장 맛있는 사과

댓글 0 | 조회 2,111 | 2021.10.28
몇 년 전에 돌아가신 형부는 여러 개… 더보기

코비드도 내 꿈을 막지 못한다

댓글 0 | 조회 1,123 | 2021.10.13
요즘 내 행복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 더보기

10년 후 지금의 세상이 사라진다고 해도

댓글 0 | 조회 1,531 | 2021.08.24
겨울비가 무겁게 쏟아지는 화요일 저녁… 더보기

Re - Story Studio

댓글 0 | 조회 769 | 2021.08.10
한 달 만에 집에 와보니, 그동안 우… 더보기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댓글 0 | 조회 1,240 | 2021.07.28
둘째 산바라지를 위해 오클랜드에 온 … 더보기

늦게 피는 꽃나무의 신화

댓글 0 | 조회 980 | 2021.07.14
기다렸던 손녀가 드디어 세상에 태어났… 더보기

사람이 재산이다

댓글 0 | 조회 1,077 | 2021.06.23
고구마 잎줄기가 아이비처럼 장식하고 … 더보기

돈이 따라오는 외모가 있다

댓글 0 | 조회 1,986 | 2021.06.10
요즘 나는 옷들부터 음식들까지 옛 것… 더보기

머니트리 덕분에 부자 되겠네

댓글 0 | 조회 1,611 | 2021.05.25
2021년 신년 꽃꽂이를 하러 꽃집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