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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있어서 힘든 고개중 한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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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2006. 16:27
KoreaTimes
()
유학 생활
1년 동안 가족과 떨어져서 외국에 나와서 공부한다는 것..
처음부터 내겐 쉽지 않았다.
1년이란 시간이 내겐 길기만 하다.
6개월 전에 한국을 떠나기 전.. 내겐 작은 소망이 있었다.
1년 후에도 큰 변화가 없기를.. 특히 우리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원래 당뇨가 있으셨고,
내가 뉴질랜드 오기 전에도 건강이 그리 좋지 않으셨다.
그래서 난 이 곳에서도 늘 걱정이 되었었고,
집에 전화 할 때마다 할아버지의 건강을 묻는 건 내 습관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건강은 자꾸만 안 좋아지시는 듯 했다.
‘소연’ 이라는 내 이름만 들어도 보고 싶다면서 눈물을 흘리실 정도로 많이 약해지셨다.
남섬 여행 가기 전 날..
난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렸고, 할아버지께서는 그저 아프시다면서 빨리 오라고 하셨다.
근데.. 그게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여행 가기 전 날의 ‘홈스테이 사건’으로 이미 마음이 많이 상한 나는
무거운 마음을 앉고 여행을 떠났었다.
그런데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난 여행 초반에 할아버지 건강이 많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로.. 여행을 포기하더라도 당장 한국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던 그 때 난 비행기표를 구할 수가 없었고,
매일매일 가슴 졸이며 집에 전화해서 확인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 할 만큼 너무 불안했었다.
그러던 중.. 여행이 거의 막바지에 이를 때 쯤..
난 왠지 가족들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꼬치꼬치 물은 끝에 할아버지가 정말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순간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
지금 당장 한국에 안 가면.. 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못 본다면..
평생 후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스로 비행기표를 알아봐서 무작정 예약을 해버렸다.
그리고 엄마께 다시 전화 해서 한국에 잠깐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30분 후에 다시 걸려온 아빠의 전화.
이미 다 끝났으니 올 필요가 없다는 그 말..
순간..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몰랐다.
난 그저 왜 숨겼냐면서 화 내며 울었다.
부모님께서는 일부러 날 생각해서 말씀을 안 해 주신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엔 난 그 죄책감에 할아버지께 너무 죄송했다.
그러고 함께 하지 못 해서 가족들과 친척들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사실 그 소식을 들은 후로는 충격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울기만 했었다.
너무 서럽고 슬펐다.
2주 동안 하나도 아니고 두 개씩이나 이렇게 힘든 일을 겪어야 한다는 것에 화가 날만큼..
다 포기하고 그냥 한국 가서 쉬고 싶은 생각뿐 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부모님의 결정이 옳았던 것 같다.
그 때 만약 내가 무작정 한국에 갔다면 지금 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내게 숨겼다는 게 너무 서운하고 슬펐는데,
이젠 부모님의 뜻을 알 수가 있다.
우리 할아버지.. 내겐 정말로 특별한 분이셨다.
내가 하나뿐인 외손녀이었기에 어렸을 때부터 많이 예뻐 해주셨다.
이미 난 평생 후회할 일을 저질렀지만,
그래도 내가 여기에 공부 열심히 해서 한국 돌아간다면
할아버지도 기뻐해 주실 거라 믿는다.
정말 미칠 만큼 힘들었던 12월의 기억들..
어서 다 잊고 다시 씩씩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은 6개월은 정말로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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