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곳에서 밤을 보내기 위해 우린 모투나우 비치(Motunau beach)를 선택했다. 긴 시간 동안 건조한 비포장도로를 달려 차는 온통 먼지투성이였다. 덜컹거리는 시골길이라 편하게 잠도 잘 수 없게 되자 모두 차 앞으로 와서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눈다.
각자 독특한 삶을 살아온 분들이라서 대화 내용도 다양하다. 자연보호, 산, 음식 등에 관한 이야기들을 끝도 없이 이어갔다.
그중에서 우리가 가장 집중했던 것은 내일모레 도착할 원정군 허 PD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니, 허 PD에게는 미안하지만 더 솔직하게 애기하면 ‘허PD가 들고 올 음식’ 이야기가 중심 내용이었다.
“뭘 들고 올까?” “뭘 들고 왔으면 좋겠다” 등 아주 단순한 이야기들이었지만, 하루 두 끼는 빈곤한 음식으로 때우던 우리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이야기 주제는 없었다. 잘 익은 김치를 가져온다면 비계가 붙은 돼지고기를 크게 잘라 넣고 투박한 김치찌개를 만들어 먹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모투나우 해변은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이었다. 고요하고 아늑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 숲을 가로질러 5분만 걸어가면 바닷가였다.
옆에는 작은 텐트 한 동이 주인 없이 비어 있었고, 그 옆에는 대형 캐러밴(트레일러에 끌고 다니는 형태의 이동형 주택)이 서 있다.
저녁 식사는 오는 길에 길 옆의 작은 농장에서 산 서양 상추와 돼지 불고기이다. 파도 소리도 바람 소리도 없는 조용한 밤이다. 캠퍼밴 이층으로 자진해서 쫓겨난 봉주 형님의 코 고는 소리만 간간히 들리다 그나마 그 소리마저도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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