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 있게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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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있게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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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팬데믹으로 불편하고 때로는 위축되어 지내다 보니 바쁜 가운데서도 멋 있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마음과 영혼에 신선한 멋을 공급하며 삶을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세상이 아무리 바쁘고 시끄러워도 주어진 생업에 충실하면서 삶의 가치를 지켜 나가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수리할 일이 있어 플라스터링 하는 사람을 불러 공사를 한 적이 있었다. 혼자 일 하는 것이 따분한 듯하여 나는 일은 못 돕지만 그에게 말 동무가 되어주었다. 일이 방해가 되지 않는 정도에서 이런 저런 살아가는 얘기를 주고 받았다. 어느 날, 이 사람이 일 하다 말고 일 하던 도구를 황급히 거두며 자리를 뜰 채비를 하고 있기에 조금은 의아해서 원인을 묻자 “오늘 저녁에는 우리 밴드에서 연주회가 있는데 가서 섹소폰 연주해야 한다”며 총총히 자리를 떴다. 그래서 그런지 잘 다듬어진 뒷 꽁지머리가 신선해 보였다. 흙손으로 하는 생업에 충실하면서도 음악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그가 다시 보였다.


우리 집 잔디도 깎고 마당 구석 구석을 손보아 주던 아저씨 한 사람이 있었다. 여름에 찌는 더위에도 영락없이 문을 따고 들어와 마당의 잔디를 말끔히 밀어 놓고는 입구의 편지통에 수고비 청구서를 넣어 놓고 가고는 했다. 팔뚝에 문신이 있어도 딱 어울릴 얼굴과 작업복 차림새를 하고 조금은 거친 말 투였지만 그에게는 잘 어울렸다. 옆에서 몇 마디 건네면 잠시 숨도 돌릴 겸 돌리던 잔디깍이를 잠시 멈추고 서서 구수한 대꾸도 해줘 재미 있었다. 어느 날 잔디 깎는 일을 이제 그만두겠다고 하여 섭섭함을 담아 고맙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 후 어느 날… 편지 통 안에 그 아저씨가 넣은 봉투가 있었다. 수고비 청구서(*수고비는 이미 지불했음) 인줄만 알고 조금은 이상한 마음으로 봉투를 열었는데 놀랍게도 본인이 지은 시 몇 편이 쓰인 프린트물이었다. 기계 소리와 몸에 튀는 풀 찌꺼기와 땀 가운데에서도 영혼의 시를 건지고 있었다. 이 멋 있는 아저씨를 이후에 만난적은 없었다. 어느 날 한 카페에서 어떤 여인과 앉아 있는 아저씨를 보기는 했으나… 가끔 생각나는 멋 있는 키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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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 클럽 모임에서 만나 가깝게 지내던 한 할아버지가 있었다. 몸은 연로했으나 마음은 따뜻하고 농담도 잘 해 가까이했다. 목이 마르면 물도 가져다 드렸고 걸을 때면 부축도 해 드렸다. 한창 시절 젊을 때 제빵사업이 잘 되어 늙마에도 넉넉히 지내어 푸근한 멋이 풍겼다. 사랑하는 첫 번째 부인을 먼저 보내고 두번째 분과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같이 앉아 모임 순서에 참석하고 있었는데 이 할아버지가 옆에 앉아 있는 필자의 손에 손바닥 만한, 작고도 얄팍한 책자를 쥐어 주었다. 별 말은 없었으나 웃음이 그 얼굴에 꽉 찼다. 책 표지에는 “리플렉션(Reflections)”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다. 본인의 친필 서명도 있었다. 집에 와서 열어 보니 먼저 보낸 아내를 그리워하며 마련한 24 페이지의“시와 영혼의 속삭임”이라고나 할 내용들이었다. 성경(구약)과 몇 영시 등에서 애송하는 부분을 골라 담아 작은 책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 중, “Elegy Written in a Country Churchyard”는 필자에게도 감명을 주고 있는데 이는 토마스 그레이(1716-1761)가 영어로 쓴 시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명시로 알려져 있다. 원제(原題)를 소개했으니 많이 읽어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이 멋있는 할아버지가 자신의 90세 잔치를 한다고 오클랜드 시내의 한 호텔을 잡아 놓고 함께 살아온 각계 친구들을 위해 마음의 잔치를 베풀며 행복해하던 모습이 지금도 그립다. 


아무리 바쁘고 급한 세상이라도 자신을 돌아보며 이 다음을 준비하는 삶이 아름답고 가치를 남긴다. 팬테믹으로 사회 질서가 변화하며 새로운 틀이 짜여지고 있는 가운데에도 우리 본래의 모습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마스크, 백신 패스…등 서툴고 낯 선 새로운 말들이 이제 우리의 일상속에 들어와 있다. 미래속에 어떠한 일들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는 나름대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며 즐겁게 살아 가야 할 것이다.


이제 곧 2021년을 보내고 비젼과 희망이 넘치는 새해, 2022년 임인(壬寅)년을 맞는다. 호랑이 해이다. 우리 민족에게 호랑이는 전설과 얘기로 오히려 친한 동물이다. 호랑이는 다른 짐승과 달라 영물(靈物)이며 지혜와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동물로 알려지고 있다. 


새 해에는 모든 노력이 하나로 뭉쳐 팬데믹도 완전히 잡는 한 해가 되기를 교민 여러분과 함께 기원합니다.“새 해에 복 많이 받으십시오.”“新年大吉 ! 萬事大通 !”


■ 유 승재

(한민족한글학교 BOT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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