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후유증(後遺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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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후유증(後遺症)

0 개 1,957 박명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확진자 3명 중 1명은 발병 후 4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거나, 치료 후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도 무서운 일이지만, 회복이 된 이후에도 장기간 지속되는 다양한 후유증이 존재한다. 완치 후 1년 뒤까지 한 번이라고 후유증을 경험한 사람이 87%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에 코로나19는 앓고 지나갔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완치 이후에도 증상이 장기화하는 현상을 ‘포스트 코로나 증후군(post-COVID syndrome)’ 또는 ‘롱 코비드(long COVID)’라고 규정했다. CDC는 4주 이상 건강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구체적인 인과(因果) 관계가 아직 밝혀진 게 많지 않다.


코로나 후유증은 호흡기 뿐 만 아니라 다양한 신체 기관에서 나타날 수 있다. 즉 두통, 기침, 가슴이나 복부 통증, 만성피로, 운동 후 피로감, 관절통, 근육통, 미각(味覺) 상실, 후각(嗅覺) 상실, 폐와 심장의 기능 장애, 불면증, 어지럼증, 사고력이나 집중력 저하, 감정 기복 등의 증상이 보고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증상과 코로나와의 인과성이 확실히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에 감염됐던 많은 환자들이 이런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 오미크론 유행을 당초 3월 12-22일 사이 정점에 달한 뒤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확진자 수가 예측을 뛰어넘는 60만명대에 달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스텔스 오미크론(Stealth Omicron)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스텔스 오미크론이 유행하면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월 25일 3만1885명까지 줄어들었던 신규 확진자가 3월 14일에는 17만814명으로 5.4배가 됐다.


오미크론 변이의 한 종류인 스텔스 오미크론은 2021년 11월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텔스 오미크론(BA.2)은 한동안 PCR검사(유전자 증폭검사)에서 다른 변이와 잘 구분이 되지 않아 ‘스텔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염력은 기존 오미크론(BA.1)보다 30-50%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스텔스 오미크론 검출률은 2월 셋째 주 4.9%였으나 3월 2주에는 26.3%로, 3주에는 41.4%로 높아졌다.


요즘 국내 코로나 확진자•위중증 환자•사망자 수가 모두 상승하고 있다. 지난 3월 17일 새 확진자가 62만여 명, 사망자가 429명으로 폭증했다. 방역 당국은 전날 또는 최근 누락분을 추가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16-17일 이틀간 확진자는 100만명이 넘고, 사망자는 600명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3주 동안 하루 사망자가 400-500명대에 달하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구간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11일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 수가 181만명이었는데, 우리나라가 그중 21%인 38만여 명이었다. 한국이 가장 성공한 방역 모범국이라고 여겨왔는데 이젠 세계가 주시하는 코로나 위험국이 됐다. 방역 당국은 지난 1월엔 3만명, 2월 25일엔 25만명, 그리고 3월 11일엔 주간 평균 하루 37만명에서 정점을 맞을 것이라고 했지만 바로 그날 확진자가 38만명을 넘었다. 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나더라도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상당기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국민에게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대신 ‘오미크론은 독성이 약하다’ ‘조만간 정점에 도달한다’ 등 희망 메시지를 주고 있다. 그리고 낙관적 전망을 토대로 방역 해제와 거리 두기 완화에 나서고 있다. 확진자 추세가 세계 1위인데 각자 알아서 감염되지 말라며 방역에서 손을 놔버린 상황이다. 현재 재택 치료자가 200만명을 넘었으며, 이들은 ‘재택 방치’ 상태에 가깝다. 또한 확진자 급증으로 해열제, 감기약 등을 약국에서 구하기 어렵다.


코로나 확진자 규모가 급증한 가운데 정부가 또다시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를 발표하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3월 18일 “코로나 환자들의 적절한 치료를 위한 의료 기관 이송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 무더기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방역 완화를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11월에 도입한 방역 패스를 3월1일부터 전면 중단하고 사적 모임 제한을 완화했다. 전문가들은 방역을 완화하더라도 최소한 다른 주요국처럼 정점을 확인한 후 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누적 코로나19 확진자가 4억4000만명이 넘으며, 우리나라도 최근 환자가 급증해 국내 누적 확진자가 9,936,540명(3월22일0시 기준), 인구 대비 19.2%로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


영국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후 5주 동안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의 비율은 21.0%로 보고되었다. 피로가 첫 번째 증상으로 가장 높았으며, 기침이 두 번째로 흔한 지속 증상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증상이 시작된 후 2-3개월이 지난 환자의 20-30%에서 여전히 기침 호소가 보고되었다.


이탈리아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 이후 퇴원 환자 143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코호트분석에서 퇴원 후 87.4%가 코로나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퇴원 2개월 후에도 지속적인 피로감(53.1%), 호흡곤란(43.3%), 기침(16%) 등을 호소했다.


미국과 터키 공동 연구팀이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 1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을 겪은 환자 대다수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EBV)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무작위로 선발된 코로나19 환자 185명 중 3분의 1이 수개월 또는 1년 이상 지속적으로 후유증 증상을 겪었다. 또한 장기 코로나19 후유증을 경험한 환자들의 73%가 EBV 양성 반응을 나타낸 반면 후유증 증상이 없는 환자들에서 EBV 양성 비율이 10% 미만이었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는 흔한 바이러스 중 하나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생 중 한 번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EBV는 감염 후 비활성화된 상태로 우리 몸 안에 남아 있다가 심리적 또는 신체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활성화된다. 환자들이 경험한 코로나19 후유증은 EBV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들과 매우 유사하여, 극심한 피로, 피부발진, 레이노증후군(Raynaud’s syndrome), 브레인 포그 등의 증상을 보였다.


브레인 포그(brain fog)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가 간(肝)에 있을 때이다. 일상 환경을 통해 유입되는 오래된 조제 약물, 독성 중금속 등 문제 물질들이 간으로 흘러들고, 이것은 먹은 EBV가 신경 독소를 방출하며, 이 신경 독소들이 혈액을 타고 뇌(腦)고 이동하여 신경 전달 화학 물질을 약화시키고 뇌의 전기 자극을 방해한다. 그 결과 브레인 포그가 생긴다.


코로나19 후유증 중 하나로 알려진 ‘브레인 포그’란 ‘안개가 낀 뇌’라는 뜻으로,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되고 생각과 표현을 분명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브레인 포그는 집중력 감소, 기억력 저하, 피로감, 우울감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방치할 경우 치매(癡呆)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브레인 포그는 오랜 시간 학업, 직장, 대인관계 등의 스트레스와 정신적 피로에 의해 뇌신경에 염증이 누적되어 발생하기도 한다. 빈혈이나 갑상선(甲狀腺) 기능저하증 등의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 뇌 혈류 장애 발생으로 브레인 포그 증후군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코로나 감염 초기에 핏속에 미세한 응고물이 형성되는데 이것이 모세혈관을 막아 신체 조직에 산소 공급을 줄인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머리가 멍하고, 집중력 장애, 기억력 저하, 피로감, 졸림, 우울, 의욕 저하, 식욕저하 등의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경우 브레인 포그를 의심해야 한다. 아래 자가 진단표 13개 항목에서 2-3개가 해당되면 경미한 수준으로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스트레스 관리와 운동, 규칙적인 수면시간을 유지해야 한다. 4-6개의 경우 누적된 불안과 혼돈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으므로 치료가 필요하다. 7개 이상이면 심각한 브레인 포그 상태이다.

 


<‘브레인 포그’ 자가 진단표> 


▲ 머리가 멍하고 맑지 않은 증상이 있다. 

▲ 집중이 잘 안되고 생각 표현이 잘 안된다. 

▲ 기억력 저하, 문장 이해력이 떨어진 느낌이다. 

▲ 머리가 안 돌아가고 막힌 느낌이다. 

▲ 머리가 멍하고 졸린 증상이 있다. 

▲ 머리가 어지럽고 눈이 침침하다. 

▲ 두통이 자주 있고, 시력이 자주 변한다. 

▲ 소화가 잘 안되고 잠을 이룰 수 없는 경우가 많다. 

▲ 식욕 저하와 함께 잠이 많아지고 늘 피곤하고 무기력하다. 

▲ 사고 능력이 떨어졌고, 말도 어눌해졌다. 

▲ 목이 자주 아프고 붓는 증상이 있다. 

▲ 자주 우울하고 이유 없이 몸이 불편하다. 

▲ 뒤 목, 어깨가 자주 뭉치고 뻐근하고 붓는 증상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폐렴(肺炎)이 생긴 경우는 폐 조직이 일부 딱딱해지는 폐섬유화증(interstitial lung disease)이 생길 수 있다. 폐(肺)의 가장 말단 부분에는 산소 교환 장치인 폐포(허파꽈리)들이 있으며, 폐포의 벽을 구성하는 조직인 간질이 두꺼워지는 병이 폐섬유화증이다. 폐섬유화증 초기에는 가래가 포함되지 않은 마른기침만 주로 나오다가 폐가 굳으면서 숨이 차는 증상이 심해지고 결국 심각한 호흡장애까지 발생한다. 학계에서는 폐 섬유화도 코로나 후유증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중환자실에서 산소포화도(酸素飽和度)가 떨어진 상태로 있었다면, 뇌(腦)에 산소 공급이 부족해 인지 기능 감소가 생길 수 있다. 산소 포화도(oxygen saturation)는 신체에 있는 전체 헤모글로빈(hemoglobin) 중 산소와 결합하여 포화된 헤모글로빈의 비(比)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95-100%의 값을 지니며 90%이하면 저산소혈증(hypoxemia)이라고 하며, 80%이하이면 신체의 여러 조직이 심각한 상해를 입는다.


요즘 코로나 확진에 따른 재택치료자가 급증하자 60세 이상과 면역 저하자 등 ‘집중관리군’ 환자에게 지급되는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부족하여 서울시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19일부터 재택치료자 키트에 ‘측정기 회수용 봉투’를 동봉하고 있다. 반납된 측정기를 소독과 성능 확인을 거쳐 재활용하려는 것이다.


코로나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은 그룹으로 

▲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에 걸린 경우, 

▲ 당뇨병이나 자가면역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을 때, 

▲ 감염 초기에 바이러스가 고농도로 증폭됐을 때, 

▲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반응하여 자기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 항체가 생겼을 때 등이 꼽힌다.

 

코로나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회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호흡기전담 센터를 운영하는 하나이비인후과병원(Hana ENT Hospital)은 ‘코로나 회복 클리닉’을 개설했으며, 명지병원은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을 열었다. 코로나 후유증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증상에 따라 혈액검사, 폐기능검사, X-ray, CT, 세포 면역검사, 코로나 항체검사, 어지럼증 검사, 미각 검사, 후각 검사, 청력 검사 등을 시행한다.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회복 이후 겪는 후유증으로 꼽히는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과 폐렴 후유증, 두통 어지럼증 수면장애 등의 신경학적 후유증, 만성피로 무력감 등의 전신증상, 기억력감퇴 집중력저하 우울감 등의 정신•심리 증상 등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또한 후각 및 미각 이상, 각결막염, 탈모, 생리불순, 성기능 저하 등 코로나를 앓고 난 이후 발생하는 다양한 후유증도 다학제 협진을 통해 진료한다.

 

이에 클리닉은 호흡기내과, 신경과, 가정의학과 등이 주축이 되고, 심장내과, 신장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이비인후과, 안과, 피부과,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 감염내과 등의 진료과가 다학제로 참여한다. 참여 진료과들은 후유증 관련 내원 환자의 자료와 국내외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한 통합 프로토콜과 검사 체계를 마련해 협진과 추가 검사로 포괄적으로 다루고 추적 관찰한다.

 

정부가 최근 자가 격리 기간을 2주에서 1주로 줄이면서 사람들이 그 기간만 지나면 바이러스가 전파력을 완전히 잃는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재감염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주간 감염 재생산지수는 1.29(3월3주)이며, 전파력이나 치명률 등에서 독감과 확연하게 차이가 나므로 더욱 철저한 개인 방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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