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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金芝河) 시인이 1년여의 전립선암 투병 끝에 지난 5월 8일 원주시 자택에서 향년 81세로 별세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시인은 7일부터 죽조차 먹기 힘들었고, 말도 글도 남기지 못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평안한 미소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발인식은 11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애도 속에 엄수되었다. 유해는 화장 후 고 박경리(朴景利, 1926-2008, 대하소설 ‘토지’를 저술한 소설가) 작가의 딸이자 부인 김영주(토지문화재단 이사장, 73세에 별세)씨가 2019년에 묻힌 원주시 흥업면 미지리 선영에 안치됐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고 김지하 시인을 추모하며 “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은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우리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SNS에서 김 시인의 대표작 ‘타는 목마름으로’를 올리면서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던 김지하 시인이 발표한 시”라고 소개했다.
이어 “하지만 김지하 시인의 위대함은 체제에 저항하는 참여시인을 넘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생명의 가치를 위해 사상의 지평을 확대하고 직접 발언한데 있다”며 “시인이 오해와 비판을 감수하며 말하지 않았다면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양심은 지금처럼 성장하고 성숙할 수 없었을 것”이로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끝으로 “감사했다”며 “고인의 시와 생각은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타는 목마름으로> 1975년에 발표된 김지하 시인의 시는 노래로 만들어졌고 안치환이 불렸다. 이 시는 민주주의를 갈망하던 대학생과 지식인들에게 큰 센세이션(격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민주주의를 ‘너’로 의인화시켜 표현한 점과 점층적인 운의 반복을 사용해 내재적 리듬을 형성함과 동시에 감정을 점층적으로 고조시킨 점도 특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노래를 즐겨 부른 것이 유명하다.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서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1941년 2월 4일 목포에서 출생한 김지하 시인의 본명은 김영일로 김지하는 지하(地下)에서 따온 필명이다. 처음 쓴 필명은 성 없이 그냥 ‘지하’였는데, 주변인들이 이름 대신 불러대는 통에 성을 붙이고 한자까지 갈아버렸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했으며, 2008년부터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석좌교수로 있다가 2013년부터 동국대학교 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임했다. 종교는 가톨릭이며, 세례명은 프란치스코(Francesco)이다.
1970년 저항시 오적(五賊)을 발표하여 독재에 항거하다가 정권의 눈 밖에 나서 필화를 입었고, 반공법 위반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가 석방되었다. 1973년 4월 소설가 박경리의 딸 김영주와 결혼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겪었으며 최종적으로 사형까지 언도받았다가 1980년에 석방되었다.
김지하 시인은 적극적으로 독재에 저항하는 행동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였으며, 김수환 추기경은 이러한 모습을 대단하게 여겼다. 그는 노벨평화상과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추천된 경력도 있다. 김지하 시인은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1975년 수상), 부로노 크라이스키 인권상, 정지용 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한 참여시인이자 민중시인이었다. 우리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시인이다.
한국인 사망 원인(死因) 1위는 암(癌)이며, 전체 사망자 열 명 중 셋은 암이다. 한 해 약 8만2천여명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5년 생존율이 70%에 이르지만, 암은 여전히 공포의 은유를 갖고 있다. 암에 걸리면 많은 환자는 “왜 나란 말인가?”라며 세상을 원망하기도 한다. 김지하 시인도 전립선암(前立腺癌) 투병 중 별세했다.
중앙암등록본부가 2021년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우리나라에서 254,718건의 암이 새로이 발생했는데, 그 중 전립선암은 16,803건으로 전체 암발생의 6.6%로 6위를 차지했고 남성에서 발생하는 암 중에서는 4위를 차지했다. 인구 10만 명당 조(粗)발생률은 32.7건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70대가 42.8%로 가장 많았고, 60대 32.7%, 80대 이상 15.6%의 순이었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14-2018년의 전립선암 5년 상대생존율은 94.4%였다.
전립선(전립샘, prostate)은 방광 바로 밑에 있는 밤톨만 한 크기(무게는 15-20g)의 남성 생식기관으로 정액(精液)의 일부를 만들어내고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한 번 사정할 때 나오는 정액은 대개 3ml쯤인데 그 중 3분의 1은 전립선액이 차지한다. 전립선액은 정자의 운동성에 도움을 주고, 알칼리성이므로 여성 나팔관의 산성 농도를 중화하여 난자와 정자의 수정을 순조롭게 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전립선은 남성호르몬의 영향 아래 기능을 하게 된다.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주축을 이루는 남성호르몬은 태아 때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립선을 자극하여 성장하도록 한다. 이에 남성호르몬이 충분하지 않으면 전립선이 완전히 자라지 않는다. 전립선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어 그 사이로 요도(尿道)가 지나간다. 전립선 바로 뒤쪽에 직장(直腸)이 자리를 잡고 있어 전립선암 진단을 위해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을 촉진(觸診)하는 직장수지검사를 한다.
전립선암(prostate cancer)이란 전립선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말한다. 정상적인 세포는 일정 기간을 살면서 기능을 다하고는 사멸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증식하여 종괴(腫塊, 덩이)를 형성한다. 이러한 덩이를 종양(腫瘍)이라고 한다. 종양은 세포의 성장 속도가 느리고 다른 부위로 옮겨 가지 않는 양성 종양(benign tumor)과 세포 성장이 빠르고 주위 조직과 다른 신체 부위로 퍼져 나가 생명까지 위협하는 악성 종양(malignant tumor)으로 나뉜다.
전립선비대증은 양성 종양이며, 전립선암은 악성 종양이다. 전립선에 생기는 암의 95%는 관선방 분비상피(管腺房分泌上皮)에서 발생하는 선암(腺癌)이며, 5%는 이행상피암(移行上皮癌) 등이 차지하고 있다. 선암의 85%가량은 말초대(末梢帶)에서 발생한다. 전립선암은 서양에서는 남성암(男性癌) 중 발생 빈도가 높은 가장 흔한 암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서구화된 생활로 인해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전립선암을 일으키는 원인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많은 연구를 통해 중요한 원인으로 연령, 인종, 가족력 등 유전적 소인과 호르몬, 식습관, 제초제와 같은 화학약품 등이 발병에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나이는 전립선암의 가장 주요한 위험인자로서 40세 이전에는 드물지만 50세 이후에 급격히 증가하며, 전립선암의 2/3는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초기 전립선암은 대개 증상이 없기 때문에 PSA(Prostate Specific Antigenㆍ전립선특이항원) 검사, 직장수지검사 등에서 발견이 된다. 일반적으로 혈액검사로 PSA 수치가 4.0ng/ml(검사기관에 따라 2.5 또는 3.0ng/ml를 기준) 이상이면 정상이 아닌 것으로 판정하며, 직장수지검사에서 딱딱한 결절이 만져지면 전립선암을 의심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립선 생검(조직검사, biopsy)으로 전립선암을 확진한다. 전립선 생검은 전립선암을 확진할 수 있으며, 암의 크기, 위치, 분화도 등에 대한 정보를 주어 치료 방침을 정하는 데에도 중요한 검사이다. 전립선 생검은 약 15분 정도 소요되며, 조직검사 전에 감염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1-2일 정도 항생제를 복용한다.
전립선암 치료법에는 수술적 치료, 호르몬 치료,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 치료 등이 있다. 주치의는 암이 있는 장소, 병기, 연령, 병력 등을 근거하여 치료 방법을 계획한다. 수술적 치료는 암이 전립선 내에 국한되어 있을 때 수술로 암을 제거하는 방법이며, 최근에는 로봇을 이용한 수술을 시행하여 부작용과 합병증을 줄이고 있다. 국소성 전립선암의 치료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치료법은 근치적 전립선적출술이다.
호르몬 치료는 남성호르몬이 생성되는 과정을 억제하거나 전립선에 작용하지 못하게 하여 전립선암을 억제한다. 방사선 치료는 고에너지의 방사선을 사용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이다. 전립선암의 경우에는 보통 체외에서 환부인 전립선으로 방사선을 조사한다. 항암 화학 치료는 호르몬 치료가 유효하지 않거나 효과가 없을 때 실시한다. 전립선암이 진행되어 다른 장기로 퍼진 전이암의 경우에는 전신치료를 시행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 차바로(Jorge E. Chavarro) 교수(영양학•역학) 연구팀이 전립선암 환자 926명을 대상으로 14년간 관찰하였다. 결과는 적색육(赤色肉), 가공육(加工肉), 고지방 유제품(乳製品) 등 고지방식품 섭취량이 상위 25%에 해당하는 그룹이 하위 25%에 해당하는 그룹에 비해 전립선암 사망위험이 2.5배 높았다.
미국 암학회가 권장하는 ‘전립선암 예방 식사’ 내용은
△ 고지방의 붉은 고기를 피하고 채식 위주의 식단 짜기
△ 매일 채소와 과일을 5회 이상 섭취하기
△ 토마토를 익힌 상태로 섭취하기
△ 곡류, 콩류 섭취하기
△ 항암 항염 작용을 하는 셀레늄과 미네랄 제품 섭취하기
△ 전립선암 위험을 높이는 비타민A 과잉 섭취 자제하기 등이다.
전립선암에 좋은 식품은 항산화(抗酸化) 물질인 라이코펜(lycopene)이 많이 함유된 식품으로 대표적으로 토마토, 수박, 딸기 등을 꼽고 있다. 라이코펜 성분은 전립선 상피 세포를 보호하며, 체내 세포를 공격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한다. 토마토는 조리과정을 통해 라이코펜이 분해되어 체내 흡수가 30% 증가하므로 조리하여 먹는 것이 좋다. 마늘의 알리신(allicin) 성분은 전립선 세포의 돌연변이를 막고 암세포 크기를 줄인다.
대한비뇨기과학회는 전립선 건강을 위해 소변을 참지 말고 배뇨할 것을 권장한다. 소변을 오래 참으면 방광과 주변 근육 기능이 약해져 배뇨장애로 이어지고 전립선질환을 유발한다. 스트레스로 인하여 호르몬 체계가 불안정해지면 전립선 세포 수가 증가할 수 있으므로 매일 20분씩 따뜻한 물(섭씨 35-40도)에 좌욕(坐浴)을 하면 좋다.
전립선암 예방을 위하여 50대 이상 남성은 매년 전립선암 검진(전립선 특이항원검사, 직장수지검사)을 받는 것이 좋다. 필자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전립선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았으며, 지난 2018년 11월에 전립선 조직검사를 한 결과 암세포가 발견되었다. 이에 연세의료원 암병원 조재호 교수(방사선종양학)의 처방에 따라 토모테라피(Thomo Therapy) 방사선 치료를 28회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