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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정 병근
아무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는 자다가 깨어난 사람
거짓말 같은 기억을 가진 사람
그는 죽었다가 살아났다
팔뚝에는 날카로운 것이 지나간 자국이 있다
삼엄한 국경에서 쌀을 지고
하룻밤에 육십 리를 걸었다
너희가 밥을 아느냐
전쟁터에서 지게로 밥을 나르다가
총알이 지게 작대기를 맞히는 행운과
죽은 자의 시체를 덮고 살아 돌아왔다
집은 무사하고
흩어지는 기운을 타고 이촌향도 하였다
성실한 밤과 낮을 교대하고 돌아왔을 때
여자는 다른 남자와 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이들이 아니었고
불화의 드라마가 거실에서 재현되는 동안
그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끔씩 비춰졌다
그는 점점 말을 잃고
입만 열면 또 그 소리라는 이유로
여러 말을 빼앗겼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여러 번 죽었다가 살아난 적이 있는 그는
북극처럼 하얀 입김을 날리며 종착 되어간다
그는 혼자 웃는다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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