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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 본 사람들의 이야기다. 맨발걷기에 좋은 계절인 4-5월을 맞아 전국 각지 맨발 산책로는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걷는 ‘맨발러’들이 대폭발한다. 맨발걷기 열풍에 맞춰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길을 앞다퉈 조성하여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스포츠서울’ 송기윤 대표와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충무로 스프츠서울 본사에서 ‘K-맨발걷이 패스티벌’을 5월에 공동 개최를 위한 업무협약서에 서명했다. 한편 충주시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충주시지회와 맨발 걷기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지난 4월 29일 체결했다.
이날 협약은 충주시민의 건강증진과 활력 넘치는 건강도시 실현을 위한 맨발 걷기 인프라 구축 및 활성화에 상호 적극적으로 협력하고자 추진됐다. 조길형 충주시장은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맨발 걷기를 실천하는 시민이 증가하고 있다”며 “가까운 곳에서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맨발 길을 조성하고 가꿔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도심의 공원이나 근교의 숲과 동산에 가면 맨발로 흙길을 걷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맨발로 걷는 것만으로 신체의 건강을 되찾고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맨발걷기 유행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73)이다. 그는 2001년 폴란드에서 은행장을 근무하던 중 악화된 건강에 의사로부터 일찍 죽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그러다 2001년 어느 날 폴란드에서 한국TV 프로그램를 보게 되었다. 간암으로 한 달 밖에 살지 못한다던 사람이 맨발걷기를 시작하면서 기적적으로 치유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박동창 씨는 직접 맨발걷기를 실천하여 불면증 등 치유 효과를 경험했다. 숲길을 맨발로 걸으며 건강을 되찾은 박동창 씨는 맨발걷기의 치유효과를 세상 만인에게 전파해야겠다는 사명의식을 갖고 ‘맨발걷기 전도사’가 되었다.
박동창 씨는 2006년 귀국 후 그동안 맨발걷기를 하면서 기록으로 남겼던 내용을 바탕으로 <맨발로 걷는 즐거움>이란 책을 출판했다. 그 후 이어진 저서에는 <맨발걷기의 기적>, <맨발로 걸어라>, <맨발걷기의 첫걸음> 등이 있다. 2016년 서울 강남 대모산에서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개설하고 매주 토요일 3시 다함께 맨발걷기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2018년에 설립한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를 2023년에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맨발걷기 확산 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맨발걷기에 숨어있는 원리는 자연의 지압 이론(Reflexology)과 접지 이론(Earthing)이 있다. 맨발걷기는 땅바닥과 접촉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압이 되며, 천연의 혈액순환 촉진제 역할을 한다. 우리 몸속에는 미세한 전류가 흐른다. 구두를 신은 상태 즉 땅과 맞닿는 접지가 차단된 상태에서 우리 몸의 전압을 측정한 결과 평균 300-600mV가 된다. 그러나 신발을 벗고 발이 땅과 접하는 순간 0mV로 떨어진다.
우리 몸은 끊임없이 양전하(陽電荷, positive electric charge)를 띄는 활성산소가 생성되는데 이것이 바로 모든 염증과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 반면에 땅속에는 음전하(陰電荷, negative electric charge)를 띄는 자유전자가 무궁무진하게 많다. 따라서 맨발로 걷는 순간 땅속에서 음전하를 띄는 자유전자가 몸속으로 들어와서 몸 안에 있는 양전하를 띈 활성산소를 만나 중화하고 소멸되는 것이다. 이것이 접지 이론의 핵심이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석학인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는 인간의 발바닥이 인체 공학의 결정품이라고 했다.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 아치가 압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최고의 스프링 작용을 한다. 근골격계를 싸고 있는 근육들이 말랑말랑해진다. 딱딱한 아스팔트와 시멘트 길을 걸으면 각종 근골격계를 싸고 있는 근육들이 경직되어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반면에 맨발걷기는 아치의 스프링 기능이 되살아나 통증이 완화되고 치유된다.
조물주가 인간의 발가락을 뭉툭하게 만들지 않고 양쪽으로 다섯 개씩 만들어 꺾쇠처럼 작동해서 몸의 바른 자세를 이루게 하였고 모든 근골력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건강의 척도라고 부르는 발가락은 손가락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여져야 건강한 발가락이다. 이에 발가락도 신발 속이 아닌 밖으로 보이며 공기와 땅과 맞닿아 접지하며 숨 쉬며 살아야 건강하다. 맨발걷기를 하면 발가락이 부챗살처럼 펴지면서 꺾쇠처럼 땅을 끌어당기면서 추동력(推動力)을 얻게 된다.
한의학(韓醫學)에서는 발에는 여러 장기의 경락(經絡)이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즉 간, 담낭, 비장, 위장, 신장, 방광의 경락이 유주하고 있다. 이에 맨발로 걸으면 발의 경혈과 경근이 자극되면서 이들 경락의 기혈(氣血) 순환이 원활하게 되어 장부(臟腑)의 기능도 활성화되어 건강해진다. 소화불량, 불면증에 도움이 되며, 기혈 순환이 잘 되어 수족냉증, 심혈관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
맨발로 걸으면 스트레스 해소와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엔돌핀(endorphin)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자연과의 접촉은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마음에 편안함을 준다. 뇌활동을 활성화하고, 집중력을 높이는데 좋다. 흙 속의 미생물과의 접촉을 통해 자연 면역력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뇌 활동의 활성화로 창의력을 향상시키는데 효과가 있다.
먼저 맨발걷기에 적절한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 잔디밭, 공원, 황톳길, 해변과 같은 평평하고 부드러운 바닥을 선택해야 한다. 편안한 옷을 입고 햇빛이 강하지 않은 시간에 걷기를 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5분 정도 맨발로 걷고, 점차적으로 거리와 시간을 늘려나가도록 한다. 맨발로 걸을 땐 근골격계를 똑바로 세워 바르게 걷고 꾸준히 걷는 게 중요하다. 한편 당뇨병, 피부 질환, 발에 상처가 있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맨발걷기는 건강에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는 좋은 운동이지만 파상풍(破傷風) 위험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파상품(tetanus)은 상처 부위에서 증식한 파상풍균(Clostridium tetani)이 번식과 함께 생산해내는 신경독소가 신경세포에 작용하여 근육의 경련성 마비와 몸이 쑤시고 아픈 동통을 동반한 근육수축을 일으키는 감염성 질환이다.
파상풍 치료는 면역 글로불린이나 항독소를 정맥 주사하여 독소를 중화한다. 파상풍 항독소는 과민반응 검사 후 투여한다.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메트로니다졸 등의 항생제를 투여한다. 상처를 철저히 소독하고 괴사조직을 제거하며, 근육 이완제 투여, 호흡관리 등의 적절한 증상 완화치료가 필요하다. 파상품에 걸리더라도 독소의 양이 작아 면역이 적절히 생기기 어렵기 때문에 치료와 동시에 능동면역(예방접종)을 시작한다.
파상풍 예방법은 상처가 났을 때에는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괴사조직을 제거하는 등의 적절한 처리를 하여 파상풍균의 감염을 예방한다. 과거 파상풍 예방 접종 기록을 확인하여 파상풍균 독소에 대한 면역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파상풍 면역글로불린의 투여나 파상풍 톡소이드(toxoid) 접종이 필요하다. 면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0년마다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전국 이색 맨발걷기 명소로 손꼽히는 대전 동쪽에 있는 계족산(鷄足山, 높이 429m) 황톳길은 ‘노잼’도시 대전을 ‘꿀잼’도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 관광 100선에 4회 연속 선정, 한국관광공사에서 뽑는 ‘5월에 꼭 가볼 만한 곳’ 등에 이름을 올리며 연간 100만명이 찾는 맨발걷기 길의 원조이자 경북 문경새재, 울산 황방산과 함께 전국 맨발걷기 성지 중 하나로 꼽힌다.
계족산 황톳길은 맨발로 걷기 좋다는 황톳길이 무려 14.5km로 현재까지는 국내 최장 맨발걷기 전용 황톳길을 자랑한다. 이 황톳길은 ‘선양(鮮洋)소주’가 2006년부터 매년 10억여 원을 들여 조성하고 관리하고 있다. 선양소주에 따르면 매년 황토 2000톤이 유지•보수에 투입된다. 계족산 황톳길은 장동산림욕장 등산로 초입부터 시작된다. 이후 임도를 따라 전 구간 다양한 질감의 황톳길이 이어진다.
“염분(鹽分)을 머금은 촉촉한 바닷모래를 맨발로 밟는 게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해변마다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대폭 늘었다. 부산시는 부산의 7개 해수욕장(해운대, 광안리, 송도, 다대포, 송정, 일광, 임랑)을 맨발로 걷는 ‘세븐 비치 어싱 챌린지’를 개최한다. 지난 4월 21일(일요일, 오후 5시) 해운대에서 첫 테이프를 끊은 올해 챌린지(challenge, 도전)는 우중에도 2000여명이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해운대에 이어 광안리, 송도, 다대포 등 해변에서 챌린지가 계속된다.
서울과 가까운 인천, 태안 등 서해 해변에서도 걷는 사람들이 많다. 오래전부터 해변 맨발걷기는 낭만의 상징이었으며, 또한 건강까지 챙긴다니 마다할 일이 없다는 게 해변을 찾은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머드(mud) 축제로 유명한 충남 대천 해수욕장에선 4월 27일 ‘대천 해수욕장 슈퍼 어싱 해변 맨발걷기’가 열린다. 오전 10시에 머드 광장 백사장에 모여 바다정원펜션 백사장까지 3km 해변을 함께 걷는 행사다.
인간은 땅에서 살도록 되어있으나, 현대인들은 태어나서 제대로 땅을 밟아본 적이 없다. 매일 신발을 신고 단단한 아스팔트 위를 걷고 있다. 맨발걷기는 특별한 운동이라기보다 자연의 이치대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식이다. 땅에 있는 이물질과 충격이 약한 발바닥에 무리를 줄 수 있어 맨발걷기를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발에 상처가 있는지 확인하고 안전하게 걷는 게 가장 중요하다. 만약을 대비해 파상풍(破傷風)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