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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인터뷰

eric942
0 개 989 김준

지난주 졸업생 한명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밥 한번 같이 먹자고 하더라구요. 랑기토토 컬리지에서 IB를 공부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이 학생은 싱가폴 국립대학교 (NUS)에 합격해서 입학일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이제 시간이 되었으니 떠날 차비를 하나봅니다. 가족과 친구들과 지난 시간들을 뒤로 하고 또 다른 삶을 향해 나아가는 찰나.. 알고 지냈던 모든이들과 잘가시오~ 잘 있으오~ 인사를 나누고픈것은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따뜻한 밥 한그릇 먹여보내야 저도 섭섭한 마음이 덜어질듯 하여 약속을 잡았습니다. 왜 아니 섭섭할까요. Y7 부터 Y13까지 7년동안 매주 한번씩 얼굴을 대했으니 회수로만 쳐도 300번이 훌쩍넘고 시간수로 따지면 거의 500시간에 육박합니다. 정이란 정은 홈빡들어서 저도 마음이 몽글몽글 했습니다. 


딱 적당한 저녁시간에 딱 적당한 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그 사이 조금은 더 어른스러워진 이 친구는 7년전의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얼굴로 미소짓습니다. 보글거리는 순부두찌개에 파전을 얹어 먹으며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했더랬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친구와의 대화를 우리 코리아포스트 독자분들에게도 전달했으면 좋겠다.. 어떤분들에게는 정보가 될 것이고 또 어떤분들에게는 도전이 될거 같아서요. 그래서 이번호에는 제 얄팍한 컬럼대신 이 학생과의 대화를 인터뷰형식으로 풀어볼까 합니다. 학생에게서 허락은 받았습니다.^^ 랑기토토 컬리지에서 IB과정을 공부했고 2023년에 과정을 마친 후 지난 몇 개월간 오클랜드 대학교 공대를 다니다가 지원했던 싱가폴 국립대학교에서 합격통지서를 받고 입학을 준비중인 학생이라면.. 배경설명은 얼추 된거 같습니다. 양심을 걸고 실제 대화를 기록한 것입니다만 글의 재미를 위해 약간의 각색을 더하긴 했습니다. 그건 귀엽게 봐주세요. 저는 ‘나’라고 표시했고 그 학생은 이니셜을 따서 ‘M’이라고 표시했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나: 이야~ M 오랫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어?

M : 네 선생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건강하시구요? 


나: 그럼그럼. 나야 항상 똑같지. 그나저나 주문부터 해야지? 우리 뭐 맛난거 먹을까~~

M: ㅎㅎㅎ


 

- 식 사 주 문 -

나 : 그나저나 정말 축하해. 잘 할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NUS는 쉽지 않은데 말이야. ㅎㅎ

M : 사실은 저도 합격할거라는 확신은 없었어요. 과학 두과목은 다 7점을 받았지만 다른과목 점수가 썩 좋지가 않아서 점수가 간당간당했거든요. 게다가 EE(Extended Essay)랑 TOK(Theory of knowledge)에서 1점을 놓치기도 했어요. 


나 : 그래? EE하고 TOK는 잘한거 같았는데 왜? 

M : 글쎄... 저도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영어 EE가 너무 안나왔더라구요. TOK는 A를 받았는데.. 그래서 합산점수가 3점중에 2점이 됐더라구요. EE는 학교 선생님도 보시고서 칭찬을 많이 하셨었는데.. 뭐 좀 아쉽지만 괜찮아요. 어차피 합격은 했으니까요. ^^


나 : 맞아 맞아.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거야. ㅎㅎ 졸업하고는 지금까지 뭐했어? 아르바이트했니? 

M : 아뇨. 저 발표 기다리는 동안 학교 다녔어요. 발표가 6월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일단 학교는 다니고 있어야 하겠더라구요. 또 스카라쉽 시험을 봐서 장학금을 받았는데 학교를 다녀야 주는거라서...ㅎㅎ 뭐 크게 중요한건 아니지만..


나 : 오대(오클랜드 대학교)공대?

M : 네. 한학기 다녔는데 자퇴해야 하네요.


나: 그렇구나. 뭐 서운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좀 기분이 이상할거 같기는 해. 그지? 그럼 싱가폴에는 언제가는데? 

M : 싱가폴이 미국처럼 8월에 학년을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몇 주 있다가 출발해야 할거 같아요. 아직 기숙사배정에 대한 연락을 못받아서 그거 기다리고 있는데 유학생은 대부분 기숙사를 배정해 준다고 하니까 문제는 없을거 같아요. 또 조금 조사해보니 거기도 한국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만약의 경우에는 플랫에 들어가거나 홈스테이를 할 수도 있을거 같네요.    


나 : 그렇구나. 이제 너 혼자 살게되면 여러가지로 애로사항이 꽃 피어날텐데 이제야 말로 고생시작이겠다. ㅎㅎㅎ 그럼 전공은 어떻게 정했어? 예전부터 화학공학을 하고 싶어했잖아. 거기로 정한거야?

M : 그게 좀 재미있게 됐어요. 합격통지서에 옵션이 두가지가 있더라구요. 하나는 일반공대구요 또 하나는 Material science예요. 두가지 다 합격이 된거니까 Material science를 공부하다가 마음이 바뀌면 공대로 넘어갈수도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저는 Material science로 결정을 했어요. 어차피 화학공학을 하고 싶었던 것도 신소재개발쪽으로 연구를 할려고 했던거라서요. 그런데 재미있는게 대학원은 Material 쪽으로 두가지 전공이 있더라구요. Material science하고 Material engineering요. 그래서 지금 생각으로는 학부 마치고 대학원은 Material engineering으로 갈거 같아요. 


나 : 그렇게 옵션이 세부적으로 나뉘어져 있으면 학생들에겐 더 좋지. 옵션이 많을수록 정확한 진로를 찾아가기가 수월하니까.. 그리고 보통 대학원은 학부 졸업한 곳에서 계속 공부하니까 미리 계획을 세워두는 것도 좋을거야. 물론 중간에 마음이 바뀔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예전부터 신소재쪽으로 가겠다는 얘기는 들어서 잘 알고 있었지만 너가 구체적으로 어떤 미래를 계획하고 있는지는 들어본 적이 없는거 같은데, 넌 이 공부를 하고나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거야? 

M : 전에 말씀 드렸던거 같은데... ㅎㅎ (그렇습니다. 내가 듣고서 잊은거였습니다 ㅠㅠ)

저는 신소재공부를 하고서 환경관련 소재개발을 하고 싶어요. 아직 뚜렷하고 정확하게 뭘 개발하겠다 라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되는 신소재를 개발해서 보급하는게 꿈이예요. 


나 : 응 그렇구나. 그러니까 예를들면 해양원유유출사고 있을때 사용하는 그 하얀 베개솜뭉치같이 생긴 소재나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한다는 염료같은거를 개발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거지?

M : ㅎㅎ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방향은 맞는거 같아요. 아참! 선생님 대박소식도 있어요. 그 분이 누구였지요? 스카치테잎으로 Graphene (그라핀)을 분리하는데 성공해서 노벨상 받은분요.


나 : Dr. Geim? 과학계의 귀요미잖아. 그 왜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에 계시던 분..

M : 네. 그때 같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노벨 물리학상도 공동으로 수상하셨던 Novoselov박사님이 NUS에 계세요. 대박이죠?


나 : 우아.. 정말..? 넌 진짜 좋겠다. 그럼 그 선생님한테서 배우려고 NUS에 지원했던거야? 너도 노벨상 받을라고?

M : 아유. 아니예요. ㅎㅎㅎ 합격하고 나서 알았어요. 제가 무슨 노벨상이예요.


나 : 어쨋던 대박은 확실하네. 너네 학교애들은 모두들 가방속에 스카치테입 한 뭉치씩 가지고다니는거 아냐 ㅋㅋㅋ? 혹시나 그걸로 노벨상 받을수 있을까봐..

M : 아 그렇네요. 저도 한박스사서 가지고 다닐까봐요. 제가 노벨상 받으면 연설할 때 선생님얘기 꼭 할께요. 


나 : 고맙다. 제발 좀 그래주라. ㅎㅎㅎ 그나저나 이제 싱가폴에서 최소 7년은 살아야겠네. 에구.. 지금 생각하기엔 까마득~ 하다. 

M : 음... 그게요... 실은 한 10년은 있어야 할거 같아요. 대학원 포함해서요.  


나 : 응? 왜? 중간에 군대 갔다오려구? 

M : 아뇨 아뇨. 그게 아니라 제가 Tuition grant(학비보조)를 신청해서 졸업후에 최소 3년간 싱가폴 회사에서 일을 해야해요. 합격통지서에 옵션이 있더라구요. 그냥 학비를 다 낼거냐 아니면 Tuition grant를 신청해서 학비를 반만 내고  졸업후에 3년간 일을 할거냐 선택하게 되어 있어요.  어차피 취직은 해야하는거고 대학원은 일하면서 Part time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Full time으로 바꿔도 되는거니까 Tuition grant를 선택했어요. 부모님 생각도 해야죠. 


나 : 응 그랬구나. 잘 했네. 어찌보면 회사가 주는 장학금같은 제도니까 활용할 자격이 되면 당연히 써 먹어야지. 그것도 대상 학생이 많지는 않았을텐데 장하다. 그럼 그렇게 해서 학비가 얼마나 되? 

M : 저 같은 경우는 반이 빠지니까 연 2만불쯤 되요. 거기에다가 기숙사비, 생활비, 용돈등등이 필요하죠. 부모님이 은퇴를 5년 늦춰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ㅎㅎㅎ 지금 당장은 좀 죄송하지만 제가 졸업하고 잘 해드려야죠. 


나 :  맞아. 내가 전에도 말했었지? 부모님 신세를 져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확실하게 부탁드리고 신세지라고. 부모님 은혜 갚은 가장 좋은 방법이 뭐겠어? 딴거 없잖아. 너 잘되고 난 뒤에 세상 모든 사람들 앞에서 이 모든건 다 부모님 은혜라고 딱 한마디만 하면 되는거야. 그리고.. 음... 마지막에 내 이름도 조그맣게 껴줘. ^^

M : ㅋㅋㅋ 네 그럴게요. 진짜로..


 

- 화장실 브레이크 -

나 : 근데 그거 기억나니? 너 Y7일때 말야. 수업중에 질문했던거 너네들한테 앞에 나와서 보드에 쓰면서 설명하라고 했었잖아. 그리고 내가 비디오로 찍어서 나중에 보여주고.. 너 떠나고나서 어머님이 아들 보고싶어 하시면 그거라도 보내드려야겠다. 

M : 아! 그 비디오 저도 가지고 있어요!ㅎㅎ 그때 정말 재미있었는데요. 해부학 공부하면서 막 심장이랑 장기들도 꺼내서 보고.. 실험도 많이 했었는데..


나 : 그렇지? 나도 그때가 제일 좋았던거 같아. 우리 실험은 뭐뭐 했었더라? 특별하게 기억 나는거 있어? 

M : 음.. 그거요! 증류실험하면서 위스키에서 알코올만 분리했던 실험있잖아요. 위험해서 선생님이 실험하시고 우리들은 관찰만 했었는데.. 갈색 위스키에서 완전 투명하고 깨끗한 알코올만 분리되는게 정말 신기했어요. 


나 : 아! 맞다 맞다. 그때 증류된 알코올 증기가 퍼져가지고 애들 막 술 냄새 난다고하고 어지럽다고 하고.. 특히 너가 제일 심했잖아. 바로 앞에 있어서.. 실험 끝나고서 추출된 알코올은 너가 가져갔지 아마? ㅎㅎㅎ 정말 재미있었네.  아 또 있다. 그건 기억나? 소화효소 공부하면서 애들 침 모아서 끓여서 실험했던거? 그때 지린내난다고 애들 막 창문 열고 코 막고 그랬었는데.. ㅎㅎㅎ 그리고 너도 동굴 갔었나? Science trip으로 천연동굴 탐사 갔을 때..

M : 아.. 그건 저 전학년이었어요. 그때 지질학 배울 때 선생님이 사진 보여주셔서 보긴했는데 저는 아니었어요. 아.. 그때 같이 갔었어야 했는데..


나 :  그러게. 사실 그런게 진짜 공부기는한데 말이야. 특히 뉴질랜드는 주니어 학생들이 학교에서 과학을 배우질 않으니 이런 공부가 더 필요한거 같아. 고장난 프린터로 카메라 만들어서 사진도 찍어보고, 참치캔으로 엔진 만들어서 돌려보기도 하고.. 그렇게 활동을 해야 아이들도 자신 스스로의 적성을 찾아낼수 있거든..

M :  맞아요. 진짜 필요한거 같아요. 저도 그 시절에 엔지니어링에 흥미를 느낀거구요. 또 나중에 어른이 되도 기억날거 같기도 해요. 


나 : 그랬다면 정말 다행이고 고마운일이지. ^^ 그런데 M, 너는 어쩌다가 IB를 선택하게된거야? 무슨 특별한 동기가 있었어?      

M : 음.. 어떤 애들은 친구따라서 같이 가기도 하고 그러는데 저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어요. 저는 NCEA가 너무 싫어서 IB를 선택한건데요. Y11때 실험 시험을 보게 됐는데 그게 Internal 시험이어서 공식점수에 들어가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막 미리 공부하고 조사하고 했단말예요. 그런데 정작 시험을 볼 때는 학생들이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선생님이 나누어주신 실험방법대로 뜻도 모르는채 실험을 하더라구요. 그냥 로보트죠. 평가는 더 우스웠어요. 선생님도 학생들하고 같이 실험을 하고서 선생님의 결과랑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주는 방식이었어요. 오차고 뭐고 아무것도 생각 안하구요. 선생님이라고 완벽할 수는 없는건데.. 더군다나 평소에 선생님이 그렇게 미더웠던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실망을 많이 했고 NCEA를 공부하다가는 좌괴감만 들거같아서 12학년부터 IB로 과정을 바꿨어요. 


나 : 아.. 그런일이 있었구나. 그러니까 말이야. 참 큰 문제기는 해. 더구나 올해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NCEA 시험방식은 더 이상한데.. 나도 이걸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난감하다. ㅎㅎ 어쨌건, 그래서 IB 로 바꾸고나니까 만족스러웠어? 

M : 음... 이게 좀 과장된 표현일수도 있는데 저는 IB가 제 인생의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해요. ^^


나 : 그 정도였어?  

M : 저는 원래 과학을 좋아했으니까 더 잘 맞았던거 같구요. IB반 애들도 다 좋아했어요. 서로 서로  힘들다고 불평은 했지만 후회한다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29명 모두가 음.. 군대로치면 정예부대 같았고 누구하나 실패하게 놔두어서는 안된다는 전우애가 있었던거 같아요. 그래서 졸업하고 나서도 서로 연락도 하고 지내게 되네요. 


 

나 : 그렇지. 맞어. 학교마다 모두 특성이 있는데 너네학교 IB는 학생들을 많이 지원하는 특성이 있더라구. 선생님들이 뭐 굉장히 뛰어나고 한거는 아닌데 학생들이 공부하기 위해서 지원이 필요하면 선생님들이 자기 시간을 희생해서까지 도와주고 하는거 같아. 그건 참 좋은 면이야. 

M : 아... 대부분 그러시지요. 한명 빼구요. 선생님. 만약에 제 후배들과 이야기하시게 되면요. 이 얘기를 꼭 전해주세요. 이건 제가 부탁을 드릴께요. 절대로, 절대로 커리어 담당 선생님 (진학지도 선생님)을 믿지 말라구요. 제가 영국도 지원을 하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결국 못하고 말았어요. 그게 예상점수로 지원하는건데요, 입학지원 마지막 날이 월요일인데 그 선생님이 예상점수를 전주 금요일 밤이 되서야 겨우겨우 이메일로 보내준거예요. 그때라도 보내면 되긴했겠지만 그 점수도 잘못 나왔더라구요. 미리 구두로 통보받은 점수보다 몇 점이나 낮게 써 놓은거예요. 제가 그 선생님한테 5번도 넘게 직접 찾아가서 몇 주 전부터 부탁하고 또 부탁했고 그 마지막 주에는 거의 매일 찾아가서 부탁했는데 결국 그 사단을 냈어요. 찾아갈 때마다 아무 차질이 없도록 해 주겠다고 약속만 하구서요. 급하게 연락을 했지만 주말동안에는 아무런 연락도 안받더라구요. 그래서 결국에는 지원을 못했어요. 물론 NUS가 됐으니까 결론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만약 안 됐더라면 어떻게 됐겠어요? 그 선생님에게는 단순한 업무일 뿐이지만 한 학생, 한 가족에는 인생이 걸린 문제이고 가정사가 걸린 문제인데 너무 무책임한거 같아요.  (이건 M 한명의 경험이긴 하지만 그동안 안 좋은 소문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 입니다) 


나 : 야... 그건 정말 너무했네. IB점수에서 1점 1점이 얼마나 큰건데 그렇게 일을 한다냐. 우리 애 다닐때 한번 만나보긴 했었는데 그때도 별로 똑 부러지게 일하는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더니만... 결국 불똥이 너한테 튀었었구나.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냐. 생각했던 대학교들 중에 가장 좋은데에 합격했으니. 모두 다 잘 된거야. 그지?   

M : 그쵸 그쵸


나 : 근데말야. 내가 너한테서 또 한가지 감탄하는거가 계획성있는 생활이란말야. 특히 Planner 쓰는건 정말 왠만한 컨설팅 전문가보다 뛰어나잖아.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계획적인 삶을 살기 시작한거니? 너 나이에 쉽지 않았을텐데. 

M : (멋적은 웃음) 그게요.. IB 시작하니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거예요. 공부를 하기 위한 준비단계에서 공부해야 할 것도 많은데 활동들도 있고 거기다가 대부분의 사안들이 몇 주, 몇 달씩 되는 프로젝트여서 한꺼번에 많은 일들을 매일 관리하지 않으면 안되겠더라구요. 너무 일이 많고 복잡해서 손을 못쓰고 있다가 한번 달력에다가 적어보니까 뭔가 일이 정리가 되는듯 했어요. 그래서 그 이후로 달력에 기록하다가 다이어리 사서 Planner를 쓰고, 그러다가 IPAD산 이후로는 거기에 기록하고 뭐.. 그러다가 지금은 Notion이라는 App을 사용하고 있어요. 아! 선생님 이거 보여드릴까요? 이거 제가 올해부터 시작한건데요. (가방에서 뭔가 주섬주섬 꺼내어 듭니다. 손바닥만한 작은 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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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그거 뭐야? 또 다른 다이어리야? 

M : 이거요. 한번 보여드릴께요. 이거 보세요. 한 페이지를 하루 분량으로 해서 제 생활을 다 적는거예요. 


나: 계획이 아니구?

M : 제가 계획을 세워서 살다보니까요 계획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내가 어떻게 살고있는지를 파악하는게 더 중요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하루 생활을 시간별로 다 기록해요.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똥싼거도 기록하는데요. 이렇게 하다보니까 저 스스로에 대해서 더 많은걸 알게됐어요. 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예를들어서 제가 특별한 알러지는 없지만 새우를 먹고나면 다음날 설사를 하는 증상이 있고 그게 서너번 되풀이 된다면 그건 제가 새우를 먹으면 안되는 사람이라는거잖아요. 이렇게 기록을 남기면 그런식으로 저 자신에 대한 DATABASE를 가지게 되는거지요. 그리고 이런 정보들이 이후의 계획에 반영이 되겠지요. 예를들어 비즈니스 런치를 해야 할 경우 해산물 식당을 배제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이렇게 매일 정리하고 있는데 저 스스로의 생활패턴을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또 일기쓰는데도 도움이 되서 좋아요.  


나 : 우와.. 너 일기도 써? 대박. 근데 나 이거 사진 찍어도 돼? 

M : 네 그러세요. 그런데 너무 개인적인 부분들은 감춰주시면 좋겠어요...ㅎㅎ    


나 :  당연하지. 특히 화장실 부분은 꼭꼭 감춰줄께. ^^ 아마도 많은 분들이 Insight 를 얻게되실거 같아. 우리 M 정말 대견하다. 오늘 같이 밥 먹어서 너무 좋네. 음식도 맛있고 이야기도 맛있고~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부르고~ 

이제 멀리 가서 살게되니까 자주 보지는 못하겠지만 뉴질랜드 올 때마다 꼭 연락하고. 밥 사줄께. 알았지?

그리고 말야. 입학하면 1학년 때 그룹이건 개인이건 Project를 하나씩 준비해서 발표하는 기회가 있을거야. 그때도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거나 하면 연락해. 도와줄테니까. 

M : 네. 선생님. 그럴게요. 그리고 올 때마다 꼭 연락드릴게요. 감사합니다.


- H u g -

이렇게 우리 둘의 시간은 정리가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잡다스구레한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굳이 필요할거 같지 않아서 뺐습니다. 이제 얼마뒤면 M은 또 훠얼훠얼 떠날거고 우리는 기억의 한켠에 둘의 대화를 담아놓고서 마음이 동할 때마다 꺼내 돌려보며 웃을 겁니다. 내년 이맘때쯤 또 다른 M과 또 다른 젊은 인생을 나눌수 있도록 오늘 만날 아이들을 돌봐야하겠습니다. 초겨울 바람으로 살갗은 시리지만 가르친 보람으로 마음은 훈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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