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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새 교과서를 받아
달력 종이로 책 겉장을 싸면서
봄은 어린 가슴에 왔다
새 담임선생님이 누구인지
아이들의 눈이 교실 문을 바라볼 때
무섭다고 여긴 선생님이 들어서면
아이들의 숨죽인 비탄함에
봄도 가만히 오고 있었다
새 공책에 국어 산수 자연이라고 쓰고
단정히 깎은 연필을 필통에 담아
책가방에 넣고 잠들면
봄은 머리맡에서 새 학년을 기다렸다
학교 끝나 오는 길에
친구들과 캐낸 칡뿌리를 씹으면
봄은 달짝 쌉싸름하게 입가로 왔다
손에 흙 묻혀 씨를 심으면
봄은 가슴 아리게 오고 있었다
흙 속에 내 마음 총총히 심을 때
흙 파서 자식들 먹인
어머니의 거칠어진 손이 생각나
봄은 먹먹한 가슴 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