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여름 지내고 편히 쉬려는 낙엽을 밟고 지난 다닌 일.
넓은 방을 가졌지만 더 이상 콩기름 바른 장판 냄새를 잃어버린 일.
성스러운 거룩함을 찾다가 부드러운 인간미를 잃어버린 일.
지붕 위로 솟는 fireworks 불꽃은 바라보면서 지붕 위 보름달 쳐다보기에는 무심한 마음.
저마다의 키로 달린 처마 끝 고드름은 서로 크기를 자랑치 않고 다정한데
그중 가장 큰 것을 고르던 일찍부터 욕심에 물든 마음.
몸값 높은 선수들의 프로야구를 즐기면서 벼 벤 논에서
친구들과 즐겁던 찜뽕놀이를 잃어버린 일.
거미의 보금자리인 것을 생각지 않고 풀꽃 사이 거미줄을 거둬 치운 일.
겨울의 꽃 대궐 잔치 중인 줄 모르고 나뭇가지에 쌓인 흰 눈을 흔들어 털어버린 일.
풍성한 간식을 먹게 되었지만 누룽지의 구수함을 잊어 버린 일.
동네에 온 가설극장 천막 아래로 몰래 기어들어 가고 싶던 잃어버린 호기심.
다방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어른이 빨리 되기를 바라던 철부지 마음.
이제는 한 살 줄었다며 “윤석열 나이”에 좋아하는 아직도 철들지 않은 마음.
이제는 골라 쓰게 된 여러 개의 우산을 가지게 되었지만 대나무 우산살 부러진 비닐우산을 쓰고
부끄러워하던 사춘기 마음.
자동차로 오가서 비 한 방울 맞지 않게 되면서 비에 흠뻑 젖은 몸을 닦아 주던 어머니의 떠나가신 손길.
골고루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잠들게 되었지만 이불 들추면 시커멓게 탄
아랫목을 잃어버린 일.
단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 몸이 되고 보니 왕사탕 깨물어 나눠 먹던 친구를
오랫동안 잊고 지낸 일.
똑똑한 밥솥으로 편히 밥을 짓게 되었지만 성냥불 그어 불씨를 만들던 아궁이를 잃어버린 일.
말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하는 줄 아는 깊은 부부가 마침내 되었지만 둘이 처음 손잡던 그 짜릿함을 잊어버린 일.
자전거 처음 배울 때 뒤를 잡아 주어야 할 친구가 더 이상 없어도 되는 일.
고급 가죽 찬송가를 들고 부르면서 오래된 괘도에 가사만 쓰인 찬송 부르던 날을 잃어버린 일.
값비싼 향수 냄새가 좋기는 하지만 어머니의 몸에서 나는 그윽한 냄새를 잃어버린 일.
지금 그 시절의 방식으로 살기에는 불편하지만
그리움으로 남아 아름다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