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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혈관 구조
전 세계 25세 이상 인구 4명 중 1명은 평생에 한 번은 뇌졸중(腦卒中)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 사망 원인 2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1만-15만 명의 새로운 뇌졸중(stroke) 환자가 발생한다. 뇌졸중을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환자의 40-70%는 후유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통계청 2023년 사망원인(死因) 통계에 따르면, 뇌졸중은 국내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뇌졸중은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한 질환으로,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뇌세포 손상률이 올라가 여러 후유증으로 이어진다. 이에 국내 성인의 장애 1위 위험인 뇌졸중 관리가 잘 되어야 거동이 가능한 행복한 노년기를 보낼 수 있다.
뇌졸중(Cerebrovascular disease)이란 뇌의 일부분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짐으로써 그 부분의 뇌가 손상되어 나타나는 신경학적 증상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중풍(中風)이라는 말로도 불린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腦梗塞)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腦出血) 그리고 일과성 뇌허혈발작(一過性腦虛血發作)이 있다.
뇌경색(Infarction)은 뇌혈관이 막혀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이 뇌에 통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뇌경색은 크게 뇌혈전증, 뇌색전증, 열공성 뇌경색 등으로 분류한다. 뇌혈전증(혈전성 뇌경색)은 동맥경화증이 생겨 손상된 뇌혈관에 혈전(血栓, 피떡)이 생기면서 혈관이 좁아져서 막히는 경우이다. 뇌색전증(색전성 뇌경색)은 심장 또는 목의 큰 동맥에서 생긴 혈전이 떨어져나가 혈류를 타고 흘러가서 뇌혈관을 막아 생긴다. 열공성 뇌경색(lacunar infarction)은 뇌의 아주 작은 혈관이 막히는 경우이다.
뇌출혈(Hemorrhage)은 뇌혈관이 터짐으로써 뇌 안에 피가 고여 그 부분의 뇌가 손상당한 것으로 뇌내출혈과 지주막하출혈로 나눈다. 뇌내출혈(腦內出血)은 갑자기 뇌혈관이 터지면서 뇌 안에 피가 고이는 것이다. 지주막하출혈(蜘蛛膜下出血)은 혈관벽이 약해져서 혈관이 혹처럼 부풀어 오른 동맥류(動脈瘤)가 터지면서 뇌를 싸고 있는 지주막(거미막) 밑에 피가 고이는 것이다. 수술을 통해 ‘머릿속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동맥류를 없애야 재출혈의 위험이 없어진다.
일과성 뇌허혈발작(一過性腦虛血發作)은 심하게 좁아진 뇌혈관으로 피가 흐르지 못하다가 다시 흐르거나, 뇌혈관이 혈전에 의해 막혔다가 다시 뚫린 것으로 잠시 뇌졸중 증상이 왔다가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곧 좋아진다. 일과성 뇌허혈발작은 금방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무시하기 쉽다.
그러나 일과성 뇌허혈발작은 경미한 뇌졸중이지만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일과성 뇌허혈발작은 당장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지는 않지만 앞으로 발생할 뇌졸중의 강력한 경고이며, 경험자중 1/3에서 뇌졸중이 발생한다. 발작을 경험한 사람에서의 뇌졸중 발생 가능성은 5%에서 1개월내 뇌졸중이 발생하며, 12%에서 1년내, 20%는 2년내, 30%는 3년내 뇌졸중이 발생한다.
뇌졸중은 20-40%가 재발하며, 이 경우 이전 후유증과 더불어 더 큰 후유증을 남긴다. 뇌졸중은 환자와 가족에게 경제적, 사회적 부담을 안겨주는 질환이다. 최근 젊은 뇌졸중 환자들은 본인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있는지 모르고 지내다가, 뇌졸중이 생기고 나서야 아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뇌졸중 예방을 위하여 위험인자를 사전에 인지하고 잘 관리해야 한다.
성인의 뇌혈관 질환을 원인에 따라 분류하면 ▲죽상동맥경화성 혈전증, ▲색전증(塞栓症, embolism), ▲고혈압성 뇌 내 출혈, ▲동맥류(動脈瘤, aneurysm) ▲혈관 기형(vascular malformation), ▲동맥염(arteritis), ▲혈액 질환(blood dyscrasia), ▲모아모아병(Moyamoya disease) 등이다.
대한뇌졸중학회(Korean Stroke Society)의 자료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의 주요 혈관 위험인자의 유병율은 고혈압 67.9%,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 42.5%, 당뇨병 34.3%, 흡연 21.9%, 심방세동(심장이 가늘게 떨림) 20% 등으로 나타났다. 뇌졸중은 이러한 병 때문에 생겼거나 투병 과정에서 새롭게 발병할 수도 있다.
뇌는 평소 에너지를 비축하지 못하는 기관이므로 심장에서 공급하는 혈액의 20% 정도를 사용해 기능을 유지한다. 따라서 뇌는 혈액 공급이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이에 혈액 공급이 중단돼 뇌에 산소와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면 뇌세포와 조직은 손상을 입는다.
뇌 기능은 뇌 신경세포(뉴런, neuron)와 이들을 잇는 시냅스(synapse, 신경세포접합부)의 연결에 좌우된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뇌세포와 시냅스가 손상된다. 이로 인해 뇌에 비가역적(非可逆的) 손상이 생기고, 평생 후유장해를 안고 살아갈 수 있다.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腦梗塞)에서 정맥 내 혈전용해제인 tPA(Tissue Plasminogen Activator)를 투약할 수 있는 기준은 4.5시간이다. 이는 초급성기 치료 중 첫 번째 치료가 tPA(조직 플라스미노젠 활성인자)이다. 초급성기 치료를 성공적으로 하면 처음에 중증 뇌경색이었다고 해도 50% 이상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진다.
우리 몸은 출혈이 발생했을 때 이를 응고시키는 기전이 존재한다. 피브린(fibrin)은 이러한 응고과정에 관여하는데, 이러한 응고기전으로 인해서 혈전(피 덩어리)이 생기게 되어 뇌혈관이나 심장혈관을 막게 되면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응고덩어리를 제거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물질이 플라스민(plasmin)이며, 비활성 단계가 플라스미노젠(plasminogen)이다. 플라스미노젠을 활성화시며 플라스민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섬유소 용해를 촉진하여 혈전을 분해한다.
투약도 빠를수록 좋아 90분 이내 tPA를 받은 환자와 180-240분 내에 투약받는 환자의 예후는 약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큰 뇌동맥이 막힌 뇌경색 환자는 동맥 내 혈전(血栓)제거술을 시행할 수 있다. 이는 증상 발생 6시간 이내 치료가 추천되지만 최대 24시간 이내 환자에도 시행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2016-2018년도 적정성 평가 자료에 따르면, 뇌경색 환자의 약 20%는 첫 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24시간 이내에 다른 병원으로 전원이 된다. 이에 전원을 피하기 위해서는 24시간 365일 동안 뇌졸중 전문 의료진이 당직 체계로 뇌졸중 환자를 진료하는 센터가 있는 병원(대한뇌졸중학회 홈페이지 참조)을 방문해야 한다.
뇌졸중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안면마비, 발음장애, 편측마비, 실어증, 안구편위, 시야장애, 중심을 잡지 못할 정도의 심한 어지럼증, 심한 두통 등이 있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평소에 ‘이웃손발시선’을 기억해야 한다. ▲이웃: 이—하고 웃지 못하는 경우(안면마비), ▲손: 두 손을 앞으로 뻗지 못하거나 한쪽 팔, 다리에 힘이 더 없는 경우(편측마비), ▲발: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구음장애, 실어증), ▲시선: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안구 편위)를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뇌졸중 전조증상 확인을 위하여 ‘FAST’을 사용한다. F(Face, 얼굴): 환자에게 웃어보라고 요청했을 때, 한쪽 얼굴이 처지거나 비대칭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한다. A(Arms, 팔): 두 팔을 들어보라고 요청했을 때, 한쪽 팔을 들지 못하거나 힘이 약해질 때. S(Speech, 언어): 간단한 문장을 말해 보라고 했을 때, 말이 어눌해지거나 발음이 부정확할 때. T(Time, 시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가까운 응급실로 가야 한다.
어지럼증은 평생 3명 중 1명이 겪을 정도로 일상에서 흔히 겪는 증상이지만,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질환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고령자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어지럼증을 느낀다면 즉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지럼증 원인을 진단하는 검사는 비디오안진검사(VNG), 뇌혈류검사, 전정유발근전위검사(VEMP), 자율신경계검사, 자기공명영상(MRI)검사 등이 있다. 어지럼증은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뇌졸중을 예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혈압을 조절한다.
▲ 금연(禁煙)한다.
▲ 적당한 체중을 유지한다.
▲ 활동적으로 생활한다.
▲ 심방세동을 확인하고 관리한다.
▲ 빈혈과 같은 혈액순환 문제를 관리한다.
▲ 당과 콜레스테롤을 관리한다.
▲ 절주(節酒)한다.
▲ 저염분, 고칼륨 식사 습관을 가진다.
▲ 뇌졸중의 경고 증상에 주의한다.
▲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 일어났을 때 더욱 치료에 주의를 기울인다.
뇌혈관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고혈압이므로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 규칙적인 측정과 약물 복용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 담배는 혈관 벽을 손상시키고 혈압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금연(禁煙)은 뇌혈관 건강을 위해 필수이며, 과도한 음주도 알코올은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절주(節酒)해야 한다.
뇌졸중으로 초기 언어 등에 장애가 생기면 뇌졸중 발병 3개월까지 급격한 회복 가능성이 있고, 3-6개월은 완만하지만 기능회복이 가능하다. 이때 꾸준한 재활과 기능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욕창, 폐렴, 낙상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뇌졸중후 장애진단서(診斷書)를 증상 발생 6개월 이후에 작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겨울철은 뇌혈관질환 예방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이므로 혈압관리, 식단 조절, 규칙적인 운동, 체온 유지 등을 통해 뇌혈관을 튼튼하게 지켜야 한다. 그리고 뇌졸중 골든타임 기준이 4.5시간이라고 하지만, 치료를 빨리 받을수록 예후가 좋아지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확률이 높아진다. 이에 뇌졸중 증상이 발생하면 뇌졸중 치료가 즉시 가능한 병원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