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 병천순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Danielle Park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김수동
최성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64] 병천순대

0 개 3,839 KoreaTimes
  WHO(세계보건기구)가 2007년 5월 18일 발표한 '세계보건통계 2007'에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8.5세(남75세, 여82세)로 나타나 세계 194개국 가운데 26위를 차지했다.

  요즘 한국은 경제수준의 향상, 의학기술의 발달 등이 맞물리면서 평균수명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고, 증폭 되는 노령 인구들로 인해 사회 전반의 생활상이 크게 바뀌고 있다.

  <한국에 장기체류 중인 L사장이 지난 달 오클랜드를 다녀갔다. 그에 따르면 요즘 한국은 빠르게 진행되는 노령화와 조기명퇴가 겹쳐 도처에 은퇴자들로 북적거리고 주중에도 웬만한 산들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란다. 그래서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이 소위 전공세대-전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65세 이상 노인세대-들이다. 그들은 만원 짜리 한장 덜렁 들고 종착지인 천안역 그리고 좀 더 일찍 깨인 이들은 천안에서 또 공짜 버스로 병천까지 간다.

  병천에 도착하면 이런 '실버세대'('노인 세대'라고 하면 뺨 맞는다.)들을 기다리는 순대집들이 즐비하다. 이름하여 '병천 순대'. 거기 앉아 전성기 때의 무훈담, 노무현과 이명박 얘기, 건강 비법 공개 등으로 하루를 보낸다. 그 중에도 약삭 빠른 이들은 곱상한 '할머니 동무'나 아직도 기력이 넘쳐 보이는 '백발의 노신사'를 만나 '실버 커플'을 이루는 행운을 맞기도 한다니 한국은 역시 기회의 나라임에 틀림 없다. 그러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와 일부는 '콜라텍'에 가서 '늙은 젊음'을 불태우기도 한다. 때때로 눈이 맞아 천안쯤의 모텔에 들러 마무리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묻지마 실버족들'까지 생겨나고 있다니 참으로 요지경 속이다.>

  얼마 전 우리에게는 감정이 별로인 '윈스턴 피터스'가 실버 세대들을 위한 'Super Gold Card' 제도를 들고 나왔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10%정도 할인해 주는 제도인데 벌써 10여 업체를 확보했고 더욱 확대시켜 나갈 방침이라니 제법 구미가 당길 만 해 보인다.

  그런데 노후대책이 별로 인 것 같은 키위들이 쥐꼬리만한 노인수당으로 잘도 살아간다.

  <다운타운에서 까페를 할 때였다. 깨끗하게 차려 입은 노부부나 때로는 할머니 홀로 아침 11시경쯤 까페에 나타나곤 한다. 가진 돈이 많지 않으니 주문하는 것도 머핀이나 샌드위치 한쪽에 커피 한잔이 전부다. 부모님 생각도 나고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자주 오는 분들은 음식 값을 안 받으려고 했지만 한사코 돈을 내는 것이었다. 되도록이면 신세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존경스럽지만 때로는 안타깝기도 해서 작전을 달리하기로 했다. 샌드위치 옆에 파이나 '이브스 케잌'을 한쪽 더 얹어 드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마리아라는 이름의 곱상한 할머니 한 분이 있다. 항상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는데 주 5일을 거의 빠짐없이 나타났다. 나는 아예 할머니 지정석을 하나 만들고 그 때쯤이면 'Reserved' 표시를 턱 얹어 놓고 기다렸다. 늘 말 없이 조용히 앉아 카푸치노를 마시는 그 할머니가 어느 날 잠깐 시간을 내 달라고 하더니 옛날 얘기를 꺼내는 것이었다. 그 할머니는 유태인이었고, 사랑하는 남편이 나찌에게 희생된 한을 품고 여러 곳을 전전하다 뉴질랜드까지 들어와 벌써 15년째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불행과는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그 할머니에게 그런 쓰라린 과거가 있었던 것이다. 그 후로 서너달은 더 다녀갔었는데 언제 부턴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늘 다리가 시원찮다고 하시더니만 분명히 문제가 생긴 게 틀림 없었다. '세인트 헬리어스베이' 어딘가에 사신다고 들었는데 주소라도 정확히 알아 두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끈질기게 우정을 이어 오며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식사도 즐기고 아줌마들 이상의 수다를 떠는 친구 3인방이 있다. 목요포럼이라 이름 붙인 우리의 화두는 비즈니스를 필두로, 한국정치, 국제정세, 주식, 골프와 낚시, 개 기르기, 때로는 여자 얘기까지 동서남북 가히 전방위적이다. 그런데 어느샌가 노후대책, 건강문제 등이 슬그머니 다른 화제들을 밀어 내고 있다.

  요즈음 월드티비 광고 중에 제일 스트레스 받는 것이 AIG 실버보험과 양평공원 광고이다.
  그런 광고가 끝없이 이어지는데 늙음과 죽음을 담보로 협박 하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뉴질랜드는 공전세대 시스템도 없고 병천 순대 또한 없다. 하지만 교민들도 서서히 실버세대에 입문하는 숫자가 늘어 가고 있다. 만원짜리 하나 들고 병천까지 가는 거나, 20불 짜리 하나 들고 미션베이까지 가는 거나 비슷한 모습일텐데 언젠가 그 대열에 합류할 때쯤이면 인생무상(人生無常)을 절감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뉴질랜드에서 멋진 '병천 순대' 집을 발견하거나 개발해야 한다. 꼭 은퇴한 분들이 아니더라도 지금부터 알찬 실버세대를 서서히 설계해 가야 하리라.

콜레스테롤의 날

댓글 0 | 조회 266 | 15시간전
콜레스테롤(Cholesterol)은 … 더보기

29. 키토 다이어트, 간혈적 단식, 모방 금식법, 쥬스 다이어트, 오토파지 다이…

댓글 0 | 조회 353 | 15시간전
요즘은 다이어트 시대같다. 이런 저런… 더보기

몸이 아플 때 이용 가능한 다양한 의료 서비스

댓글 0 | 조회 902 | 4일전
What Happens if you … 더보기

28. 항생제를 꼭 먹어야 할 때나 먹고 싶지 않을 때의 비책

댓글 0 | 조회 476 | 4일전
항생제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린 … 더보기

김민기의 우리말 사랑

댓글 0 | 조회 341 | 2024.09.11
▲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거부하며 사석… 더보기

봄은 언제 오는가

댓글 0 | 조회 339 | 2024.09.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새 교과서를 받… 더보기

뉴질랜드 아리랑

댓글 0 | 조회 506 | 2024.09.11
한민족에게는 ‘아리랑’이 있고 뉴질랜… 더보기

27. 부작용 없는 만능 소화제를 체험하자

댓글 0 | 조회 746 | 2024.09.11
가장 탁월한 소화제는 각자에게 이미 … 더보기

만성피로는 마음이 일어나기 싫은 것

댓글 0 | 조회 330 | 2024.09.11
만성피로는 마음이 일어나기 싫은 것입… 더보기

혼전/혼중계약서는 어느정도 유효한가

댓글 0 | 조회 490 | 2024.09.10
기존 두 칼럼에 걸쳐서 Propert… 더보기

도박피해 인식주간(Gambling Harm Awareness Week)

댓글 0 | 조회 170 | 2024.09.10
뉴질랜드의 도박피해 인식주간(Gamb… 더보기

나는 무엇에 쓰일 것인가?

댓글 0 | 조회 185 | 2024.09.10
공주 학림사‘이뭣고’화두 참선공주시 … 더보기

사랑한다 말 못하고 가을비가 내린다고 말했습니다

댓글 0 | 조회 205 | 2024.09.10
시인 나 태주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두고… 더보기

너 자신, 너의 학습과정을 알라!!

댓글 0 | 조회 182 | 2024.09.10
A는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학생이었습… 더보기

비행기 밥 주는 이모

댓글 0 | 조회 568 | 2024.09.10
소년이었을 때, “소년이여 야망을 가… 더보기

부동산 구입, 타이밍이 중요하다.

댓글 0 | 조회 1,445 | 2024.09.09
최근 몇주간 주택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더보기

26. 여러분의 식습관이 자손의 운명을 결정한다: 후성유전학 (Epigenetic…

댓글 0 | 조회 592 | 2024.09.07
이제 후성유전학 또는 후생유전학에 대… 더보기

코로나, 독감 그리고 엠폭스

댓글 0 | 조회 683 | 2024.09.07
감염병(感染病, infectious … 더보기

25. 식중독을 해결하는 신비한 검은 가루

댓글 0 | 조회 696 | 2024.09.02
식중독이나 잘못된 독성 물질을 마셨을… 더보기

재산분할법에서는 언제 법적으로 ‘부부’가 되는가

댓글 0 | 조회 1,023 | 2024.08.28
저번화에서는 ‘부부관계’ 및 재산분할… 더보기

아기 엄마의 새벽기도

댓글 0 | 조회 354 | 2024.08.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아직 듬성듬성한… 더보기

화병이라고 느끼시나요?

댓글 0 | 조회 358 | 2024.08.28
자연계의 음과 양이 서로 긴밀하게 연… 더보기

낮게 더 낮게 흐르는 물처럼

댓글 0 | 조회 164 | 2024.08.28
인도네시아 방송인 압디와 그의 친구 … 더보기

24. 균형잡힌 것은 건강하고 아름답다 (2)

댓글 0 | 조회 179 | 2024.08.28
지난번의 글에서는 장내 미생물의 균형… 더보기

종치기 니콜라이씨

댓글 0 | 조회 198 | 2024.08.28
며칠전 잘 알고지내는 어르신 한분께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