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 다알리아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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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다알리아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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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스럽게 핀 다알리아꽃이 방긋방긋 웃으며 휀스넘어로 윙크를 보내오는 그 집. 유난스럽게 키가 크고 잘 생긴 갖가지 색깔의 꽃들을 보며 길을 지날 때마다 그 집 주인의 얼굴을 떠올린다.
  새까만 머리가 치렁한 검고 볼품없는 얼굴이지만 마음씨 하나만은 다알리아 꽃보다 더 복스럽고 착한 여인이다.
  어떤 사람들과 어울려 살게 될까? 처음 이사 왔을때의 불안을 제일 먼저 떨쳐 준 그녀. 집안 정리하느라 바쁠때 밖에서 문두드려 찾아와 뭐 도와줄것 없느냐며 친절을 베풀어 준 사람이다. 말 모르고 반벙어리처럼 했어도 우리는 그 때의 교감으로 서로가 친해질 수 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어느날 부터인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런 것이 여기에 있을까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어 그냥 두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그대로였다. 궁금증에 못견뎌 어느날 조심스럽게 펼쳐 안을 드려다 보았다. 길게 목을 빼고 새 주인을 기다리는 핑크빛 츄립꽃 형의 촛대가 화사하게 웃고 있질 않은가.
  “ㅇㅇ호 릴리안으로부터”라고 빨갛게 또박또박 예쁘게 쓴 글씨가 백 뒷편에 가즈런했다.‘그녀의 이름이 릴리안이었구나’처음 만났을때 분명 자기 이름을 소개했을텐데 나는 새롭기만 했다. 생김새와 다르게 너무도 아름다운 이름에 혼자서 쿡쿡 웃으며 이름만큼이나 예쁜 글씨체에 또 놀래 버렸다. 낯선 동양인을 맞아 격의없이 친절을 베풀던 그 뜻이 고마워 집에 있던 스타킹 몇 개 며칠 전에 전했는데 그 답례가 너무 분명해서 공연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 집 화단에는 계절마다 바뀌는 꽃들로 언제나 화사하고 아름답다. 흙을 뒤집고 남의 집 가든까지 손봐주기를 좋아하는걸 보면서 그녀의 가드닝 솜씨가 남다르다는걸 알았다. 남의 것도 내것처럼 정성을 드리는 그 모습이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우리는 마주치기만하면 정겹게 끌어 안으며 육친처럼 반긴다. 가슴이 따뜻한 여자. 나는 그를 “릴리안”하고 부르지만 혼자서는 다알리아 아줌마라고 호칭하기를 좋아한다.
  어느날 우리집에 데리고 들어와 커피 한 잔 같이 마셨는데 많이 두리번 거리는 눈치였다. 문화의 이질감 때문에 낯설어 하는 줄 알았는데 그가 내 손을 끌며 이번에는 자기집으로 데리고 갔다. 퍼시픽 아일랜더인 그는 검은 피부에 늘상 충충한 옷차림이 어두웠는데 삶의 모습은 너무나 밝고 깨끗하다는걸 집에 들어서는 순간 느끼게 했다. 벽에 걸린 큼직한 액자가 눈을 사로 잡는다. 그녀의 젊었을때 사진이라는데 믿기지 않을만큼 멋졌다. 그도 젊었을때는 흑진주의 스타처럼 아름다웠음을 보면서 세월의 장난에 골이 패인 얼굴이 되었음이 안타까웠다. 가볍게 등을 만져주며 위로해주니 수줍게 웃는다. 구석구석에 귀엽고 예쁜 소품들이 내 눈을 즐겁게 했다. 그도 내 취향과 비슷하다는게 반가웠다. 그는 갈색에 하얀꽃이 도드라져 있는 예쁜 꽃병과 흰 사기를 구워 만든 특이한 술병을 양손에 쥐어주며 가지라고 하는게 아닌가. 치기같은 내 취미를 그도 충분히 공감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커피 한 잔의 보답이 너무 커서 선뜻 받을 수가 없어 망서리는데 덤처럼 자그마한 것 하나를 더 얹어 준다. 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분명한 경우를 가졌는데 주변에서 더러 좋지앟은 일이 생기면 왜 그들을 들먹거리는지 알 수가 없다. 나약한 민족이라서?……. 조국이 든든해야 나와 사는 사람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다는 증거이리라.
  크리스마스때 보낸 초코파이 한 상자에 손으로 엮어 만든 큼직한 숄더백을 놓고 간 그녀를 이젠 불편한 의구심으로 사양하고 싶었다. 혹시 타민족에 대한 스스로의 자존심 때문에 무리를 하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쓰레기 바케스를 번번히 챙겨 집앞에 갖다 놓아주는 고마움에도 사례의 뜻을 표할 수가 없다 이젠.
  그러나 다알리아 꽃이 너무 예뻐서 뷰티풀을 해주면 꽃보다 당신이 더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그녀의 순수한 마음을 여과없이 믿어도 될 것 같다. 항상 나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꼴이어서 그녀를 넘볼 수가 없질 않은가. 사람을 겉만 보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과 내가 이웃을 제대로 만났음에 다시금 안도를 했다. 늘상 환하게 웃으며 사는 여자, 꽃을 닮아 사는 마음이 아름다운 여인이다.
  오늘도 나는 그 기분 좋은 길을 가고 오며 그의 너그러움을 닮아보려 생각한다. 그리고 오래오래 좋은 벗하며 즐겁게 살기를 마음속으로 조용히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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