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연말 여름휴가를 틈타 한국에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3년만에 가는 한국은 또 많이 변해있을 테지만, 늘 가족과 친구가 있는 곳이라 길을 나설 때마다 설레는 길입니다.
이번에는 여동생이 둘째를 낳은지 거의 2년만에 조카를 보게 되는 길이라 사진으로만 보던 새 생명에 대한 기대감도 컸습니다.
늘 그렇듯 가족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나를 반겨주고 응원해주고 있다는 건 그 무엇보다 큰 힘이 됩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달려가는 이유입니다.
크리스마스 당일, 공항에서 빠져나오는 슬라이드 문이 열리고 공항을 두리번 거리니 저 멀리 낯익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는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맨 앞에서 까치발을 하고 내 이름 세글자를 컬러풀하게 그린 스케치북 한장을 들고있는 흔들리는 손이 보입니다. 조그만 아이가 최선을 다해 들고온 종이를 내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대기구역 손잡이에 가려 보이지도 않던 그 아이는, 여동생의 첫째딸 다연이였습니다. 조카가 까치발을하고 이모 이름 석자 크레용으로 색칠해서 마구마구 하늘로 손을 뻗고 있는게 보였고 그 순간 눈물나게 감동했다고 할까요..
뭔가 뭉클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거 같습니다.
지난 번에 왔을 땐 손잡고 어린이집 데려다 줬던 조카였습니다. 한뼘도 넘게 키가 큰 조카가 그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웃음이 절로 나오더군요. 그러고는 정작 반갑게 안아주려니까 낯을 가리며 부끄러워하는 반전까지..
내 인생에 받아본 환영과 환대 중에 최고였다고 단언합니다. 그리고 그 장면은 나의 뇌리에 박히고, 기억이 되어 나는 지금도 그 장면을 어렵지 않게 회상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 장의 사진같은 장면은 지금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미소짓게 합니다.
아마 이걸로 나는 우리 조카 다연이에게 큰 선물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감동을 주는 사람을 갖는다는 건 큰 행운이지요.
그 조카 뒤에서 둘째를 안고 더 환하게 웃던 동생의 얼굴도, 그 옆에 있던 엄마아빠도, 주말이라 마침 같이 나온 동생 신랑의 환한 얼굴도 아마 나는 오래된 사진처럼 기억할 것 입니다.
태어나 처음 인사한 둘째 조카까지..
한국을 떠날 때는 오빠 가족이 모두 나와서 손 흔들어 주었으니, 그 이상의 휴가가 될 수 없을만큼 좋은 기억을 가지고 저는 또 일상으로 복귀합니다.
새해에는 좋은 일이 많을 것 같은 기대와 함께..
2020년이 조카와 가족, 친구들의 환영과 응원을 가득 담고 돌아온 만큼, 지면을 빌어 이 기운을 이 글에도 담아 봅니다.
어디에 계시든, 누구와 계시든, 환영받고 환영해 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시고 좋은 한해가 되시기를 올해도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