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질병의 감염과 공포에 대하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Danielle Park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김수동
최성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바이러스 질병의 감염과 공포에 대하여

0 개 1,903 명사칼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우한(武漢) 폐렴’에 대한 공포가 플라스틱 미세 입자처럼 세계로 퍼져나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는 2009년 신종플루(H1N1), 2014년 소아마비,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2016년 지카 바이러스, 2019년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 등에 이은 역대 여섯 번째 사례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확증 환자가 여럿 나오면서 감염 예방에 쓰는 마스크와 손 세정제로 한 몫을 챙기려는 자들로 품귀 소동을 겪고, 질병 통제 예방 센터의 움직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이런 가운데 파생한 괴담, 가짜 뉴스, 유언비어도 급속도로 퍼지는 중이다. ‘우한 폐렴’은 무증상 환자를 통해 감염되고, 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공포를 낳는다. 공포의 핵심은 신종 바이러스의 강한 전염성과 치사율이지만 이것을 키우는 것은 “모르는 것이 일으키는 두려움”이다. 대중 매체는 감염의 위험성을 과장 경고하며 모르는 것이 일으키는 불안과 공포를 한껏 키우고 흩뿌린다.

 

신종 바이러스 공포는 어딘가 익숙한 데가 있다. 2002년 11월 중국에서 시작해 동남아로 번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2년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병해 번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통해 사회적 공포를 겪은 터다. 박쥐, 조류, 원숭이, 돼지 같은 동물을 매개로 생긴 신종 바이러스가 질병 감염으로 번지는 것은 이것이 유전자 변이에 능하기 때문이다. 

 

율라 바스는 질병과 면역을 둘러싼 신화와 은유를 탐구해서 뛰어난 통찰력을 담은 문학적 수사와 과학적 사실을 결합한 ‘면역에 관하여’(열린책들, 2016)를 썼다. 그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류가 항생제 내성을 가진 신종 바이러스의 감염 질병과 그것에서 파생하는 위험과 공포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를 하려는 것이다. 이 공포에 앞서 먼저 바이러스가 무엇인가에 대해 물어야 한다. 

 

바이러스란 무엇인가?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작은 전염성 병원체다. 이것은 기생하는 숙주에 따라 동물성 바이러스, 식물성 바이러스, 세균성 바이러스로 나뉜다. 바이러스는 생물도 무생물도 아닌 “불활성 유전 물질 덩어리”로 숙주 세포에 기생하는데, 이것은 반드시 살아 있는 숙주 세포 안에서 복제되어 다른 숙주를 감염시킨다.

 

인류는 몸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라는 불완전한 정체성과 싸우며 그것을 존재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오늘에 이르렀다. 인간은 신종 바이러스를 받아들이며 - 감염이란 받아들임의 한 형식이다 - 공존과 진화를 꾀하는 종이다. 

 

인류 역사는 우리가 결핵, 천연두, 홍역, 볼거리, 풍진, 조류독감, 인플루엔자… 같은 숱한 바이러스에 면역계 안에서 항체를 만들어 싸우며 진화한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놀라지 마시라, 바이러스는 질병의 원인이자 동시에 인류 생존에 도움을 준 핵심 요소이기도 했다. “간혹 바이러스가 생물체를 감염시켰을 때, 바이러스의 DNA가 그 생물체의 유전 부호의 일부가 되어 그 생물체의 후손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인간의 유전체 중 꽤 놀랄 만큼 많은 양이 그처럼 옛 바이러스 감염이 남긴 부스러기들이다.”(‘면역에 관하여’, 52~53쪽) 바이러스 중 일부는 유구한 세월을 통해 인류 생존에 필요한 부분으로 남았다. 대개의 바이러스는 사람을 숙주 삼아 퍼지지만 우리도 바이러스를 통해 얻은 것을 통해 진화상의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알고 보면 인간과 바이러스는 공존하고 공생하는 관계다.

 

신종 바이러스는 우리의 영토로 들어와 일자리를 앗아가는 외부자나 이민자로 오해받을 수 있다. 물론 바이러스가 미생물과 같은 우리 안에 있는 ‘비자기nonself’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 안의 세포 숫자는 60조이지만 미생물의 숫자는 그보다 훨씬 더 많다. 우리 안의 타자인 미생물은 우리 안에서 영양을 공급받으며 생존하는 대신 소화를 돕고 비타민 합성을 거드는 등 생존 이익에 부합하는 활동을 한다.

 

“우리 몸은 이미 질병에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되었고 기술로 변형된 바이러스를 통해 변모되었다.”(80쪽) 바이러스는 우리 세포를 질병으로 감염시키고 그 결과로 우리 생명을 앗아간다. 좋든 싫든 자연에서 온 바이러스는 이미 외부에서 온 내부자로 우리 안에서 유전체의 일부로 살아남았다. 우리 몸은 숱한 바이러스의 변이를 겪어내며 공존과 진화를 이루어온 것이다.

 

이 신종 바이러스의 감염 확산을 어떻게 봐야 좋을까?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좋은 두려움은 우리로 하여금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더욱 조심하는 태도를 만들지만 반면 나쁜 두려움은 바이러스와 질병의 원인을 타자에게 투사해 근거 없는 혐오를 확산하는데 기여한다. 역사적으로 타자성과 질병의 융합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이미 신종 바이러스가 중국의 한 지역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 근거해서 비 아시아계 인종에 의한 아시아계 인종을 향한 혐오 사태로 번진다. 

 

혐오는 나와의 다름을 근거로 대상을 차별하고 소외시키는 행위다. 그것의 함의는 한 대상에게 가해지는 따돌리고 집어삼켜 존재를 지우려는 일방적 폭력이다. 이미 여러 나라가 중국인 여행자의 입국을 막는 강제 조치를 취하고, 이탈리아의 한 대학은 중국인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인과 일본인 유학생의 수강 신청마저 거부했다는 뉴스도 접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염성은 강하지만 치사율은 사스(10%)나 메르스(30%)보다 낮은 5% 안팎이고, 설사 감염되더라도 가벼운 증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 당장 창문 밖으로 시체가 벚꽃잎 분분하게 날리며 떨어지는 것처럼 가상의 공포를 증폭시키며 곧 죽을 듯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 장 석주 : 시인, 인문학자 

 

83ac448086ee41b6922fb25ba1bcb7fd_1582675213_1018.jpg
 

 

중제 스님의 시간은 오늘도 발효 중

댓글 0 | 조회 159 | 4일전
동화사 사찰음식체험관에서 듣는 중제 … 더보기

반수연 작가의 문학적 복수

댓글 0 | 조회 116 | 4일전
▲ 첫 소설집 ‘통영’을 낸 반수연 … 더보기

한의학으로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하기

댓글 0 | 조회 189 | 4일전
다시 또 알레르기가 시작하는 시기가 … 더보기

new NCEA 분석과 대책

댓글 0 | 조회 505 | 4일전
뉴질랜드 고등학교 학력제도인 현 NC… 더보기

부부 공동재산과 별도재산

댓글 0 | 조회 849 | 4일전
한국은 부부별산제, 즉 부부가 별도로… 더보기

추석 도시락

댓글 0 | 조회 383 | 4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추석날 아내가 … 더보기

30. 한국인들에게 당뇨 환자가 많은 이유와 그 해결책

댓글 0 | 조회 520 | 4일전
먼저 한국인들에게 당뇨 환자가 많은 … 더보기

영원한 사랑의 메신저

댓글 0 | 조회 130 | 5일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언니에게서 전화… 더보기

병을 받아들이고 친구처럼 지내라

댓글 0 | 조회 152 | 5일전
지금 여러분의 몸은 어떠십니까? 살 … 더보기

우버드라이버는 고용된 직원인가 (4)

댓글 0 | 조회 315 | 5일전
독립계약자와 피고용인의 차이점은 피고… 더보기

사라진 동화마을

댓글 0 | 조회 121 | 5일전
시인 반 칠환더 이상 불순한 상상을 … 더보기

딥 페이크와 텔레그램

댓글 0 | 조회 155 | 5일전
1997년 말 IMF에서 돈을 빌려야… 더보기

콜레스테롤의 날

댓글 0 | 조회 376 | 9일전
콜레스테롤(Cholesterol)은 … 더보기

29. 키토 다이어트, 간혈적 단식, 모방 금식법, 쥬스 다이어트, 오토파지 다이…

댓글 0 | 조회 448 | 9일전
요즘은 다이어트 시대같다. 이런 저런… 더보기

몸이 아플 때 이용 가능한 다양한 의료 서비스

댓글 0 | 조회 962 | 2024.09.17
What Happens if you … 더보기

28. 항생제를 꼭 먹어야 할 때나 먹고 싶지 않을 때의 비책

댓글 0 | 조회 523 | 2024.09.17
항생제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린 … 더보기

김민기의 우리말 사랑

댓글 0 | 조회 377 | 2024.09.11
▲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거부하며 사석… 더보기

봄은 언제 오는가

댓글 0 | 조회 364 | 2024.09.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새 교과서를 받… 더보기

뉴질랜드 아리랑

댓글 0 | 조회 529 | 2024.09.11
한민족에게는 ‘아리랑’이 있고 뉴질랜… 더보기

27. 부작용 없는 만능 소화제를 체험하자

댓글 0 | 조회 776 | 2024.09.11
가장 탁월한 소화제는 각자에게 이미 … 더보기

만성피로는 마음이 일어나기 싫은 것

댓글 0 | 조회 342 | 2024.09.11
만성피로는 마음이 일어나기 싫은 것입… 더보기

혼전/혼중계약서는 어느정도 유효한가

댓글 0 | 조회 512 | 2024.09.10
기존 두 칼럼에 걸쳐서 Propert… 더보기

도박피해 인식주간(Gambling Harm Awareness Week)

댓글 0 | 조회 182 | 2024.09.10
뉴질랜드의 도박피해 인식주간(Gamb… 더보기

나는 무엇에 쓰일 것인가?

댓글 0 | 조회 198 | 2024.09.10
공주 학림사‘이뭣고’화두 참선공주시 … 더보기

사랑한다 말 못하고 가을비가 내린다고 말했습니다

댓글 0 | 조회 243 | 2024.09.10
시인 나 태주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두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