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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또 다시 한국에 정착해 사는 사람으로서 정말 많이 받는 질문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한국 대학으로의 편입에 관한 것이다. 어떤 기관을 통해야 하는지,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등이다. 이 질문의 순서대로 답을 해볼까 한다.
어떤 기관을 통해야 하냐고? 그 어떤 기관도 통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나 역시도 한국 대학으로 편입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검색해 본 것이 유명 편입 학원이었다. 아마도 심리적으로 어딘가에 의지하고 싶었던 맘이 컸던 것 같다. 인터넷에서 유명 편입 학원을 검색해보면 너무도 쉽게 ‘김영 편입학원’ 이라는 곳을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 편입 학원 중 탑이다. 실제로 나 또한 이곳을 찾아가 상담을 받기도 했다. 우리의 대화 내용은 대략 이랬다.
상담원: 우선 내신이 좋으면 편입이 좀 수월할 수 있어요.
나: 아, 그렇군요. 그런데 내신이 뭐죠?
상담원: 수능 등급별로 준비 과정이 달라요. 수능 몇 등급 정도 나왔나요?
나: 그런데, 등급은 뭐죠?
상담원: 우리 학원의 장점은 단말기로도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거예요.
나: 그거 좋을 거 같군요. 그런데 단말기는 뭐죠?
중고등학교를 뉴질랜드에서 다닌 사람에게는 그 어떤 대화도 이해할 수 없는 곳이었다. 결론적으로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편입 기관은 국내 대학에서 국내 대학으로의 편입을 돕는 곳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괜히 편입 기관에 큰돈을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런 곳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온라인 커뮤니티다. 한국 대학으로 편입을 준비하는 이민자들만 모여 있는 커뮤니티가 있다. 사실 한국에는 별의별 온라인 모임이 있다. ‘혼자 자취하는 사람들의 모임’, ‘강아지를 기르는 사람들의 모임’, ‘공무원 준비생들의 모임’, ‘취업 준비생들의 모임’, 그리고 매우 반갑게도 ‘뉴질랜드에서 살다온 사람들의 모임’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직접 시간을 투자해서 알아봐야 한다. 각 대학의 홈페이지에는 ‘외국인 편입요강’ 이라는 목록이 있다. 각 대학마다 다르고, 매년 바뀌기 때문에 수시로 들어가 봐야 한다. 대부분의 외국인 국내 편입은 3단계를 거친다. 1차 서류심사, 2차 필기시험, 3차 면접이다. 1차는 무엇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은데, 그 이유는 해외 대학 재학생들은 그들의 모든 서류를 공증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공증 작업이 상당히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쉽게 말해서 영문 서류를 한글화 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그 당시 난 내가 다니던 오클랜드 대학교에 내가 그 학교 학생이었음을 증명하는 이메일을 요청했었다. 그러면 그 이메일을 출력해서 그것마저도 공증을 받아야 한다는 거다. 고등학교때 받은 상장 역시 공증 작업을 거쳐야 한다. 1차 편입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너무 오래 걸리는 공증 절차에 짜증이 났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 서류를 검사하는 한국 대학 교수들은 영어 하나 이해 못하나? 한국인들은 의심병이 있나? 왜 공증을 받아야 하지?’ 하지만 이제는 이런 형식들이 한국에서는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안다. 내가 서류 심사에 제출한 페이지 수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원본을 복사한 것과 원본을 공증 받은 것 모두를 내야했기 때문이다.
모든 공증 받은 서류를 제출하면 그 후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나? 모든 대학이 1차 서류마감 날짜를 먼저 명시해 놓고 2차 필기시험 날짜는 나중에 알려준다. 그래서 1차 서류 지원을 이곳저곳 하면 나중에 낭패를 볼 수 있다. 2차 필기시험일이 겹치는 대학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차 서류 심사지원비가 10~20만원이나 되길래 난 A대학과 B대학 두 군데만 지원을 했었는데, 두 대학의 2차 필기시험 날짜와 시간이 정확히 겹쳤었다. 결국 집에서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한 B대학의 필기시험만 볼 수 있었다. 1차 서류 심사에 합격했어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차 필기시험과 3차 면접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