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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쟁이 여성들의 이야기
‘며느리의 방귀’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다양한 여성들의 방귀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형수의 이야기로, 형수가 시동생 앞에서 방귀가 나왔는데 자신의 여섯 살짜리 아이의 배를 문지르며 배가 아프냐고 물었고, 아이가 어머니가 방귀를 뀌면 내가 아프냐고 질문했다. 무안해진 형수가 아이를 혼냈고, 그러는 중에 아이가 도망쳤다. 시동생이 집에 간다고 일어나자 아이가 작은아버지를 부르며 아까 뀐 방귀는 내가 뀐 거라고 소리쳤다.
사돈어른이 딸을 보러 왔을 때 시어머니가 방귀를 뀌고 손자에게 미루는 경우의 이야기도 있고, 사위 앞에서 방귀를 뀐 장모가 아들에게 미루는 경우도 있다. 이 아들의 경우는 이후 사위가 오자 그의 앞에서 어머니에게 또 방귀를 뀌면 이번에도 내가 뀌었다고 말하겠다고 한다.
또 어머니가 남의 집에 베를 짜러 가면서 아들에게 만일 자신이 베를 짜다가 방귀를 뀌게 되면 네가 뀌었다고 하라고 당부를 한 이야기도 있다. 이 이야기에서는 어머니가 베를 짜며 방귀를 뀌지 않자 아들이 어머니에게 자신이 뀌었다고 할 텐데 왜 방귀를 뀌지 않느냐고 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듯이 며느리 방귀에 대한 이야기들은 아주 많이 전해진다. 그중 대표적인 이야기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 집에서 며느리를 얻었는데 며느리가 점점 얼굴빛이 나빠지는 것이었다.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불러 왜 얼굴에 화색이 없냐고 물어보니 방귀를 뀌지 못해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시아버지가 마음 놓고 방귀를 뀌라고 하자 며느리는 시아버지는 문고리를, 신랑은 상기둥을, 시어머니는 솥뚜껑을 붙잡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방귀를 한방 뀌니 식구들이 들어갔다 나왔다 넘어졌다 엎어졌다 자빠졌다 빙빙 도는 것이었다. 그러자 시아버지가 집이 쓰러질 것 같아 같이 못살겠다고 하며 친정으로 데려다 준다고 하였다.
그렇게 하여 며느리는 신랑과 시아버지와 함께 친정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가는 길에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감나무가 있었다. 그것을 본 신랑과 시아버지가 감이 먹고 싶어 나뭇가지를 가져와 따보려고 했으나 나무가 너무 높은 나머지 도저히 따먹을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며느리가 나무 뒤에 대고 방귀를 뀌자 감이 우르르 떨어져 신랑과 시아버지는 감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결국 시아버지는 그 방귀 참으로 쓸 만한 방귀라고 하면서 며느리를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방귀 때문에 시집에서 쫓겨난 며느리가 배나무 아래에서 비단장수를 만나 방귀를 뀌어 배를 따준 후 비단을 얻어 부자가 되어 다시 시집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비단장수가 며느리가 방귀로 딴 배를 먹고 낸 소문이 임금에게까지 재주 많은 며느리로 소문이 나서 상을 받고 다시 시집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