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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민석
잠 안 오는 밤 누워 명륜여인숙을 생각한다. 만취의 이십 대에
당신과 함께 몸을 누이던 곳 플라타너스 이파리 뚝뚝 떨어지는
거리를 겁도 없이 지나 명륜여인숙에 들 때 나는 삭풍의 길을
가고 있음을 몰랐네 사랑도 한때는 욕이었음을 그래서 침을 뱉
으며 쉬 발, 당신을 사랑해요, 라고 말했었지 문학이 지고 철학
도 잠든 한밤중 명륜여인숙 30촉 흐린 별빛 아래에서 우린 무엇
이 되어도 좋았네 루카치와 헤겔과 김종삼이 나란히 잠든 명륜
여인숙 혈관 속으로 알코올이 밤새 유랑할 때 뒤척이는 파도 위
로 느닷없이 한파가 몰려오곤 했지 새벽 가로등 눈발에 묻혀갈
때 여인숙을 나오면 한세상을 접은 듯 유숙의 종소리 멀리서
흩어지고 집 아닌 집을 찾아 우리는 다시 떠났지 푸른 정거장에
지금도 함께 서 있는 당신, 그리고 우리 젊은 날의, 그리운 명륜
여인숙
■ 오클랜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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