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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말전파와 공기전파

0 개 2,024 박명윤

‘비말 전파’란 5㎛(마이크로미터) 이상의 침방울(비말)로 인한 전파를 말하며, 전염 경로는 감염자가 기침 또는 재채기할 때 나오는 침방울에 바이러스가 묻어 1-2m 이내에서 전파된다. ‘에어로졸(공기) 전파’란 5㎛ 미만의 미세 침방울로 인한 전파를 말하며, 전염 경로는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립자 형태로 퍼져서 전파된다. 방역 수칙은 비말 전파는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이며, 에어로졸 전파는 감염자 회피, 마스크 착용, 환기 등이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이 비말(飛沫, 침방울) 외에 공기(aerosol)로 전염될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내용을 담은 예방 지침을 7월 9일 발표했다. 즉 식당, 실내 체육관, 합창 연습실 등 사람이 밀집한 실내 공간에서는 비말 감염은 물론 에어로졸 감염(aerosol transmission)이 가능하므로 주의하라는 내용이다.


또한 이런 실내 공간에서는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키고,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WHO는 기침이나 재채기로 인한 침방울, 오염된 표면(surfaces)과의 접촉이 코로나 주요 감염 경로라는 종전 입장은 유지했다. 


그동안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가 ‘침방울’에 의해서만 감염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세계 32개국 출신 과학자 239명은 WHO에 “COVID-19의 에어로졸 감염을 100% 확신한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낸 바 있다. 세계 여러 나라 연구진이 ‘공기’ 전염에 관한 사례 연구를 발표하자 WHO는 “혼잡하고 폐쇄된 환경에서 공기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인정하고 예방수칙도 수정했다.


다만 WHO는 코로나19 전염은 감염자와의 밀접한 접촉을 통해 퍼질 때가 많기에 공기 전염을 정확히 증명하려면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WHO가 공기감염 위험이 있는 행동으로 분류한 게 헬스장, 식당 등 밀폐된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대화나 노래, 운동을 할 때이다.


이러한 때에는 호흡량(呼吸量)이 많아지기 때문에 5㎛ 이하의 작은 비말들이 많이 생성되고,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공기 중에 체류하다가 호흡기 점막을 통해 감염될 위험성이 있다. 우리나라 방역당국은 미세비말(micro-droplet)은 오랫동안 공기 중에 떠 있을 수 있기에 코로나19 초기부터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호흡기(呼吸器) 감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virus)는 여러 가지 크기의 입자를 통해 전파가 가능하다. 바이러스를 함유하는 입자는 크기에 따라 비말과 에어로졸로 분류할 수 있다. 비말은 중력(重力, gravity)에 의해 2m 이내의 거리에서 대부분 떨어지지만, 미국 MIT대학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함유한 에어로졸은 7-8m 가량 이동할 수 있다고 했다.


신종(新種) 바이러스가 출현할 때마다 공기전파 가능성 여부는 매우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특정 바이러스 입자가 에어로졸 상태로 있을 수 있다는 것과 공기전파도 가능한지 여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즉, 지름이 5㎛ 보다 작은 에어로졸 내에 바이러스(병원체)가 존재해야 하며, 에어로졸이 충분한 시간 동안 공기 중에 머물면서 2m 이상의 거리에 있는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어야 한다.


바이러스 감염성의 정량지표인 최소 감염량(minimum infectious dose)은 바이러스의 농도, 노출 시간, 숙주(宿主)의 면역상태, 바이러스의 병원독성(毒性)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에어로졸의 크기가 작을수록 공기 중에서 멀리 이동할 수 있지만, 에어로졸에 포함된 바이러스 입자의 수는 그만큼 적어지고 감염성도 떨어진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바이러스 농도와 노출 시간이 감염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열린 공간에서는 공기 흐름의 속도, 방향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까지 고려하여 감염성을 판단해야 한다. 에어로졸에 포함된 바이러스 입자 수, 배출방법, 에어로졸 액체의 점도(粘度)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공기전파 가능성을 규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코로나19가 공기전파가 되더라도 KF80 이상 보건용(保健用) 마스크(mask)로 예방이 가능하다. KF80 보건용 마스크는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으며, KF94는 평균 0.4㎛ 크기의 미세입자를 94% 이상 걸러낼 수 있다. 이에 코로나19가 공기전파로 감염된다고 할지라도 KF80이상 보건용 마스크는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진행하는 분진포집효율(粉塵捕執效率)시험은 입자 크기 평균이 0.6㎛인 물방울을 이용한다. KF80은 이런 입자의 80%를 걸러내야 하고, KF94는 94%를 걸러내야‘적합’판정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서는 평균이 0.4㎛인 기름성 입자를 이용해서도 같은 성능을 나타내야‘KF(Korea Filter)’마스크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한편 ‘비말 차단용(KF-AD/Anti Droplet) 마스크’는 보건용 마스크(KF80ㆍ94)가 무더위에 덥고 답답하다며 덴탈 마스크(수술용 마스크)를 찾는 사람이 늘자 식약처(MFDS)가 지난달 초 일반인용으로 내놓은 여름용 마스크 제품이다. 식약처의 비말 차단 인증을 받으려면 250㎖ 비커(beaker)에 물 100㎖를 채우고 마스크로 위를 덮어씌운 뒤, 비커를 뒤집어 30분간 물방울이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는 방수(防水)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LG전자는 공기청정기 기술을 적용한‘전자식 마스크’를 개발했다고 7월 12일 밝혔다. 마스크 앞면에는 교체 가능한 헤파필터(H13등급)가 있으며, 필터 아래에는 초소형 팬이 장착되어 있어 들숨과 날숨에 따라 팬의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이 제품은 무게가 130g정도로 부직포 마스크(약 5g)보다는 꽤 무겁다. 하루에 6시간 사용할 경우 1개월마다 헤파필터를 교체해야 하며, 2시간 충전하면 최대 8시간 사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정식 출시에 앞서 국내 의료진에 2천개를 기부했다. 헤파(HEPA/ 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필터는 공기 중에 있는 0.3㎛ 크기의 입자를 99.9% 이상 거를 수 있다.  


덴탈마스크/수술용 마스크(surgical mask)도 코로나 바이러스 비말 감염 차단에 효능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기 감염에는 KF 80-94 보건용 마스크가 더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즉 에어로졸 감염을 막는 데 덴탈마스크는 보건용마스크 차단율의 반 정도 효과가 있다. 이에 웬만한 외출에는 덴탈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하며, 밀집된 공간에서는 KF80(94) 보건용마스크를 착용하여야 한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만지는 습관이 있는데, 마스크는 오염된 손에서 비롯되는 전염을 막는 효과가 있다. 또한 마스크 착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스크 관리 수칙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의 반복적인 탈착(脫着)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비롯한 온갖 미세입자들이 축적되어 있는 마스크 바깥 면을 손으로 접촉하는데, 코로나19는 마스크 표면에서 3-72시간까지 생존하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마스크(face-mask)가 고도의 전략물자(戰略物資)가 되어 세계 곳곳에서 ‘마스크 전쟁’이 벌어졌다. 우리나라에서 마스크 대란(大亂)이 발생한 것은 첫 신천지 환자(31번 확진자)가 나온 2월 18일부터다. 마스크 공급 물량이 부족하여 지난 3월 9일부터 마스크 배급제인 ‘공적 마스크 5부제’로 전국 23,000여개 약국을 통해 일주일에 2매(1매 1,500원)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 후 공급량이 확대되면서 구매 수량이 늘었으며, 7월 11일부로 공적마스크 제도는 해제되고 자유 구매 원칙으로 전환되었다.


미국에서는 경제활동 재개로 외출이 잦아지고, 슈퍼마켓 같은 공공장소 출입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지역이 늘면서 마스크가 빠르게 패션 상품화하고 있다. 한 패션 쇼핑몰은 실크(silk) 소재에 화려한 문양을 새긴 수제(手製) 마스크를 198달러(약 24만원)에 내놨다. 토리버치(Tory Burch) 브랜드 마스크는 늘 매진되는 인기 상품이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은 휴가철 하루 평균 15만명이 찾는 국내 최대 해수욕장이다. 해양수산부는 7월 13일부터 일주일간 계도기간을 거쳐 20일부터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의 백사장과 모래사장에 접한 호안도로를 보행하는 마스크 미착용자에게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최대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놀이할 때나 파라솔 안에서 혼자 음료수를 마시는 경우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방역 당국은 방역 수칙을 크게 바꿀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3밀(밀폐, 밀집, 밀접) 환경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화나 식사, 운동 등을 할 경우 전파 위험성이 커지므로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감염을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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