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 한잔 하실까요?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가비 한잔 하실까요?

0 개 2,530 새움터

최근 19세기 말 인천을 배경으로하는 소설책을 읽다 ‘가비’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상류층의 초대를 받는 자리에 주인공은 ‘가비’를 대접 받는 장면있다. 바로 커피를 지칭한 것이다. 


커피는 이렇게 한국에 가비라는 한자식 이름으로 소개되었고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바로는 구한말 청나라를 통해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외국인들의 왕래가 늘어났고 임오군란 이후엔 미국, 영국등 서양의 외교사절이 들어오면서 그 외교관들이 조선왕실과 귀족들에게 커피를 진상했다고 한다. 처음 한국에 커피가 들어왔을 때인 1890년 전후에는 커피를 가배 혹은 가비, 그리고 양탕(洋湯)국 으로 불렀다. 가배차나 가비차는 커피의 영어 발음을 따서 붙인 것이고 일반 민가에서 불렸던 양탕국은 커피의 색이 검고 쓴맛이 나는 것이 마치 한약탕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고종이 가배차, 가비차라 부르며 커피를 애호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운 좋은 서민들은 보약을 빼다박은 색에 잠을 쫓아준다는 양탕국을 맛보기도 했지만 커피가 적게나마 대중화하기 시작한 것은 일제 점령기인 1920년대라고 한다. 100년이 지난 오늘 대한민국 국민의 일일 커피 소비는 평균 1.2잔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일년이면 438잔을 마시는 셈이다. 


38cd91c8400cf328db159da62ccb9cb0_1597209032_7601.png
 

조사에 따르면 우리가 물 다음으로 많이 소비하는 음료가 커피라고 한다. 커피 사랑은 이곳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우리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인에게는 봉지커피로 대표되는 인스탄트 커피를 식후에 찾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아무리 원두커피의 진한 향과 맛에 익숙해져 있더라도 가끔은 달달한 봉지커피 한잔이 유독 생각나는 때가 있다. 


음식과 음료 등의 취향이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가 왜 발생하는 것인지는 명확히 알지 못한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쓴맛과 단맛을 원하는 것은 미각 유전자가 아닌 정신 상태에 작용하는 유전자의 영향 때문인것으로 나타났다. 술을 포함한 여러 음료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사람은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쓴 음료를 마시는 것이지 그 ‘맛’을 좋아해 커피나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다”로 결론 내렸다. 


잘 볶아낸 원두향 가득한 따끈한 커피 한잔이 주는 행복감은 굳이 커피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느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커피는 사람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것일까? 일차적으로 커피의 주성분인 카페인 때문일 것이다. 카페인은 뇌에 흡수가 잘 되며 뇌의 여러 부분을 자극하여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커피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또 다른 큰 이유는 커피 한잔의 여유이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커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일상의 큰 쉼표다. 혼자 즐기는 커피도 좋고 타인과 함께 하는 커피도 좋다. 가끔 드라마에서 커피를 앞에 두고 이별을 통보하는 장면은 예외로 하기로 하자. 



경험상 외로운 독거 노인분들에게 커피한잔이 가져다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커피가 기분을 좋게 해주는 음료여서라기 보다 누군가 커피를 매개로 함께 시간을 보내 주는 것이 바로 기분을 좋게 해주기 때문이다. 최근 우울증이 악화된 할머니를 찾아 도움을 드린일이 있었다. 가족이 없은 이분은 일주일에 한 번씩 똑같은 카페에 가서 비슷한 연배의 친구들과 커피를 즐기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봉쇄기간 동안 당연히 이 즐거움을 누릴 수 없었다. 게다가 그 한두달 사이 건강이 나빠져서 거동까지 불편해 지니 이제 더 이상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우며 시간을 같이 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다행히 독거 노인 방문 봉사자를 연결하여 아쉬운대로 홈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즐거움을 유지해 나가실 수 있게 되었다. 


의학적으로 커피의 효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 골다공증 위험을 높힌다는 주장부터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파킨슨씨 병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우리 각자는 누구나 유전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쪽 의견에 편향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밀가루도 감기약인 줄 알고 먹으면 감기가 낫는다는 속설도 있으니 말이다. 


오랜동안 시간 내기 어려워 차일피일 만남을 미뤄 두었던 지인에게 이번 주말에는 꼭 “가비 한잔 하실래요?” 라고 물어봐야 겠다.                        


<새움터 장요셉 >


* 새움터는 정신 건강의 건전한 이해를 위한 홍보와 교육을 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www.saewoomtor.org.nz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263 | 3일전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 더보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댓글 0 | 조회 155 | 3일전
언젠가 TV에선 얼굴 없는 사람에 대…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137 | 3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더보기

대자유의 맛, 다선일미의 차 명상

댓글 0 | 조회 120 | 3일전
예로부터 스님들은 차를 마시며 수행을… 더보기

욕실 리노가 망설여지는 이유

댓글 0 | 조회 567 | 4일전
최근 몇 주 동안 잘못된 욕실 설치로… 더보기

사랑

댓글 0 | 조회 99 | 4일전
시인 정 호승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 더보기

아오테아로아 (멀고 긴 흰구름의 나라)

댓글 0 | 조회 185 | 4일전
식물 줄기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삼각… 더보기

전하지못한 이야기 ‘해금강’

댓글 0 | 조회 184 | 5일전
지인 j 님께!H 여사와 우리 셋이 … 더보기

지피지기 백전백승! 뉴질랜드/호주 의대 제대로 도전하기

댓글 0 | 조회 784 | 5일전
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64 | 5일전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더보기

35. 몸의 진액 부족이 가져다 준 소화 불량과 다양한 문제들

댓글 0 | 조회 456 | 5일전
몸의 모든 신진대사 활동은 물, 더 … 더보기

(A2+) 프리미엄 우유가 온다

댓글 0 | 조회 1,307 | 8일전
완전식품(完全食品)이란 인간에게 필요…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 2

댓글 0 | 조회 327 | 2024.11.13
11월 14일 2025학년도 수능시험… 더보기

나는 이런 사람이 좋다

댓글 0 | 조회 347 | 2024.11.06
시인 헨리 나우헨그리우면 그립다고말할… 더보기

작가 한강의 노고를 기리며

댓글 0 | 조회 370 | 2024.11.06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 더보기

받아 적고 읽어 주고

댓글 0 | 조회 168 | 2024.11.06
나는 타자(打字)가 서툴고 느리다. … 더보기

달이와 함께 만난 동물 부처들

댓글 0 | 조회 145 | 2024.11.06
안동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 용과 사슴… 더보기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댓글 0 | 조회 426 | 2024.11.06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조회 시간에 … 더보기

Panic Attack

댓글 0 | 조회 496 | 2024.11.05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불안감이… 더보기

New NCEA

댓글 0 | 조회 438 | 2024.11.05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 이미 알고계시듯… 더보기

34. 소화기관의 병은 이런 순서로 치료해 보세요

댓글 0 | 조회 324 | 2024.11.05
몸의 각종 부위 중에 피부와 점막들은… 더보기

아플수록 마음관리를 잘 해야

댓글 0 | 조회 241 | 2024.11.05
장영희 교수님을 아시나요? 제가 이 … 더보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885 | 2024.11.02
한국인 232만명이 고혈압(高血壓),…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1

댓글 0 | 조회 497 | 2024.10.31
대한민국은 4대 개혁 의료개혁, 연금… 더보기

33.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의 축

댓글 0 | 조회 412 | 2024.10.30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장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