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올해의 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이 250만 명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2007년 8월 100만 명, 2016년 6월 200만 명을 각각 돌파한 데 이어 외국인 250만 명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수치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4.9%에 해당한다. 상당한 수다. 그래서인지 길을 가다가도 파란눈의 외국인을 보는 일은 다반사가 됐고, 거의 모든 영어 학원에서는 외국인 강사들 두세 명은 기본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TV 예능 프로그램도 넘쳐난다. 항상 그들 눈에 비친 한국인들에 관한 이야기만 들어 왔는데 오늘은 내 눈에 비친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거주 중인 외국인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물론‘한국이 많이 발전해서 외국인들에게도 자리 잡고 살만큼 매력적인 나라가 됐구나’하는 자부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동질감 탓이 더 컸다. 나도 낯선 나라에서 맨땅에 헤딩하며 자리 잡고 살아본 적이 있어서 그런 과정이나 경험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잘 안다.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도전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한국에서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열심히 배우고 일하는 외국인도 존재한다. 하지만 일부 외국인들의 마음가짐은 외국으로 이민 가는 한국인들과는 너무 다르다. 외국인에게 호의적인 한국 문화 역시 그들에게는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 필요성을 반감시킨다. 동양인은 서양 나라에 가면 이방인 취급을 받고, 영어를 못하면 무시 받지만, 서양인은 아시아권 문화에서 매우 환영받는 존재고, 그 누구보다도 그들이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그들의 자세나 태도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좀 더 나은 교육을 받고, 좀 더 나은 삶을 살아보겠다는 의지로 외국 이민을 택하는 한국인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들은 굳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가깝게 지내는 캐나다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미국인들이나 캐나다인들이 자기네들 나라에서 일이 잘 풀리고 일자리를 잘 구했다면 왜 미국에 비해 작고 힘없는 나라 한국으로 왔겠는가. 그들은 한국을 도피처로 선택한 것이다.”
실제로 영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의 경우 큰 어려움 없이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그들은 주로 어학원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중에는 내가 아는 지인들도 있는데, 그들은 대학 학위도 취득하지 않았으며 자국에서 세탁소나 편의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것이 그들의 유일한 경력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들의 금발 머리와 파란눈이 웬만한 대학 학위보다 취업에 유리한 스펙으로 채택된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다 어쩔 수 없이 한국행을 택했더니 너무도 쉽게 가르치는 일을 구할 수 있고, “선생님” 소리 들으면서 숙식도 제공받는 셈이다. 특히 한국 어머니들의 선물 공세가 시작되는 스승의 날이나 추석은 그들 나라에서는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대접을 받는 최고의 날이다.
나의 비틀어진 시각일지도 모르지만 뉴질랜드라는 낯선 땅에서 자리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이민자분들의 땀과 노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나로서는 큰 어려움 없이 한국에서 자리 잡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길을 가다 마주친 외국인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