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학교는 사라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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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학교는 사라질 것인가?

0 개 1,265 김준

'인생이란 선택의 연속이다.’


이제 세상을 좀 알만큼 안다고 생각하는 우리 어른들이야 고개를 끄덕거릴만큼 이성적으로 감성적으로 응당 인정이되는 말입니다. 첫 직장의 선택으로 시작해서 배우자의 선택, 이민을 떠나기로 한 결정.. 등등 기대감과 두려움을 동반한 결정과 선택을 경험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대부분의 선택을 부모님이나 또 다른 전문가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말이기도 합니다. 기껏해야 밤참으로 먹을 라면에 만두를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정도를 선택하는 것이 고작인 ‘답정너’ 인생들이니 말입니다. 그나마도‘만두없어! 그냥 먹어!’한 마디면 입만 쭈삣 내밀고서 그저 주는대로 먹어야 하지 말입니다. 


그런데 어른들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아무리 아이들이 주체적인 선택이 결여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생각만큼은 어른스럽게 해 주었으면 싶습니다. 인생이 선택의 연속이라는 지당한 사실과 먼저 선택의 결과에 따라 나중 선택에서 주어지는 질문의 수준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 우리는 이미 삶이 휘두르는 몽둥이에 맞아가며 배운 뼈 아픈 진실을 - 하루라도 빨리 알아주었으면 하는 조바심이 있습니다. 그걸 알아야만 설렁설렁 공부태도와 어설픈 성적사이의 인과관계를 알 수 있을 것이고, 좋은 친구를 사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며, 젊은 날의 치기어린 선택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 것 인지도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대감과 바램은 국적을 초월하고 인종을 초월하고 자녀의 나이가 많든 적든 관계없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라고 하듯, 한국의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재미있는 한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아내와 제가 즐겨 시청하는 한국 TV 프로그램 가운데 ‘슈퍼맨이 돌아왔다’ 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 아빠들이 엄마 없이 하루동안 아이들을 돌보는 육아프로그램인데요. 아이들의 재기발랄한 엉뚱함이 귀엽기도 하고 저희 애들 어릴때가 떠오르기도 해서 거의 챙겨보는 편 입니다. 1회 방송분량에 등장하는 가족들이 서너가족쯤 되는데요.  그 중에 자타공인 ‘최애’ 가족이 있으니 바로 방송인 ‘샘 해밍턴’씨 삼부자입니다. 어림잡아 이제 좀 있으면 학교에 갈 나이인 큰 아이 ‘윌리엄’과 딱 봐도 미운 세살에 접어 든 둘째‘벤틀리’는 매 방송마다 예상치 못한 사건과 사고를 일으키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데요. 그 삼부자의 행보가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글쎄 몇 년전에는 연말 방송사 시상식에서 무슨 큰 상을 받았다고도 하더라구요. 아빠를 잘 만나 아이들이 일찌감치 연예인의 행보를 걷게 된 것인지 아니면 아이들을 잘 만나 아빠의 연예인 생활이 술술 풀리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던 아빠가 준비하는 이벤트들도 의미있고 그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도 귀여워서 집사람과 저는 어느새 찐팬(진짜 팬)이 되고 말았습니다. 


얼마전 방송에서도 어김없이 재미있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아빠는 거실 한 가운데에 상을 펴 놓고는 그 위에 몇 개의 달걀을 놀려 놓았습니다. 달걀들은 두개의 접시에 나뉘어 담겨 있었지요. 아빠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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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야. 우리는 선택을 잘 해야만 해. 안 그러면 아주 안 좋은 상황을 만날수도 있어. 여기에 있는 달걀들 중에 한 쪽 접시는 날달걀이고 다른쪽 접시는 삶은 달걀인데 너희가 선택을 해서 머리에 딱 때려서 깨 보는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자, 선택해’  


아~ 그렇군요. 오늘 윌리엄과 벤틀리는 ‘선택’에 대해 배우게 되었나 봅니다. 아직 인생과 선택의 상관관계를 깨닫기는 조금 이른듯한데 말이지요. 


한 아이는 삶은 달걀을 선택해서 머리에 딱 부딪혀 깨 먹었고 다른 아이는 이마에 줄줄 흐르는 끈적한 흰자위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연이어서 소금을 탄 식혜와 설탕을 탄 식혜, 감자모양과 똑같이 생긴 감자빵과 실제 찐감자가 상위에  올라왔고 이이들은 이렇게 세번에 걸쳐 5살 인생에서 몇 번 경험해 보지 못한 손떨리는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그 선택의 결과에 승복하고 짠 식혜와 퍽퍽한 감자를 감내하는 나름 의젓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요.  


아직은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방송상의 한 에피소드에 머물려 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삼부자의 인생공부는 ‘인생 뭐 별거있나 잘 찍으면 대박나고 아차하면 쪽박차는 복불복이지...’ 정도의 수준에 머무른듯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다해 사고하고 만져보고 냄새맞고 전후사정을 추론해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니까요. 아마 그렇게 했더라면 예능 프로그램이 한 순간에 EBS교육방송이 되어버렸겠지만 말입니다. 


사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 그것이 10대의 인생이던 50대의 인생이던 - 맞닥뜨리는 선택의 순간들은 윌리엄과 벤틀리가 마주했던 선택과는 질적으로 다른 종류의 것 들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비슷해 보이는 사물들의 진위여부를 가려내거나 눈을 가리고서 더 맛난 것을 찾아내는 Blind test 와는 전혀 딴판인 선택들이지요. 실제 삶을 통해 마주치는 선택의 대상들은 서로 비슷해서 헷갈리기보다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경우가 더 많고 감각을 차단한 채 운에 맏기기보다는 오감을 총 동원하고 거기에 온갖 지식과 정보를 더해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한 마디로 총력전이라는 것이지요. 때로는 구입하려는 자동차의 색깔처럼 단순한 취향을 기준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선택들도 있지만 때로는 전기차와 엔진차 사이의 고민처럼 계산기를 두들겨보고, 향후 기름값 동향을 예상해보고, 정부의 정책 및 규제변화까지 조사하는 것은 물론이요, 기존 소비자들의 사용후기까지 세밀하게 검토해야만 하는 선택도 있습니다. 이러한 좀 더 민감한 종류의 선택에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두루두루 많은 방면에서 정보를 모아야 하고 또한 그것을 분석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선택의 근거가 되는, 혹은 선택에 도움을 주는 정보의 뭉텅이를 ‘지식’이라 부릅니다. 

 

이제 귀엽고 귀여운 윌리엄과 벤틀리에게로 잠시 되돌아가 보겠습니다. 만약 이 두 아이들이 그냥 감으로 찍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감각과 지식을 총동원해 선택을 하도록 허락 받았다면 과연 어떤 시나리오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요? 물론 둘 다 충분한 과학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가정하에서 말입니다. 


삶은 달걀과 생달걀을 구분하는 TASK에서 날달걀은 손으로 돌려봤을때 밀도가 높은 노른자의 회전관성과 유체의 흐름 때문에 잘 돌아가지 않지만 삶은 달걀은 팽이처럼 잘 돌아간다는 지식을 활용해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당연히 앞머리를 흰자위로 적시는 찝찝함은 피할수 있었겠지요.  


소금넣은 식혜는 어떻게 구분해 낼 수 있었을까요? 물에 녹은 소금이 가지는 전기전도성을 이용하면 간단했겠지요. 그러니까 소금을 넣은 식혜는 설탕을 넣은 식혜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전기전도성을 가지기 때문에 멀티메터로 간단히 전기저항만 측정해보면 어느것이 소금섞인 식혜인지 바로 알 수 있었을겁니다. 당연히 짜디 짠 식혜를 삼키고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함박웃음을 짓는 묘기를 펼치지 않아도 되었을 겁니다. 


감자빵과 삶은 감자 중 빵을 선택하는 일은 더욱 간단합니다. 감자빵은 그 안의 공기층 때문에 진짜 감자에 비해 현저히 낮은 밀도를 가지므로 물에 뜰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물에 담가보면 바로 알 수 있다는 말이 되겠지요. 그렇다고 빵과 감자를 그냥 물에 넣어서는 안되겠지요? 식품용 wrap으로 한번 감싼 뒤 물에 넣어보면 되었을 겁니다. 


웃자고 한 이야기에 죽자고 덤벼드는 꼴 같아서 좀 멋적습니다만 실제로 그 방송을 시청하면서 저는 지식의 유용성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정보가 흘러 넘치는 세상을 살고있는 학생들을 통해 고전적이고 보편적인 지식이 평가절하되고 있는 현실을 많이 목도해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2021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기 2000년이 되면 밀레니엄 버그에 의해 인류가 멸망하거나 최소한 과학 기술문명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한 순간에 종식되었던 2000년 1월1일, 그 날 이후로 20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왔습니다. 아직도 집집마다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학교로 직장으로 날아다니지는 않습니다. 아직도 수학여행으로 달에 방문하는 학교는 찾아볼 수 없고, 아직도 알약 하나로 하루치의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신세계는 도래하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어린이 잡지에서 보았던 ‘21세기의 일상생활’ 중 현실로 이루어진 것은 화상통화 정도가 있을까 사실 거의 전무합니다. 하지만 대신 그 당시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어마어마한 변화속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입니다.


인터넷은 그것이 없는 시절을 살아 본 우리 어른들에게는 대변혁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이 전해주는 어마어마한 정보를 향유하며 성장해 온 우리의 아이들에겐 그냥 일상의 한 부분이며 동시에 없어서는 안 될 공기와도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은 음악파일을 다운받아 전화기에 저장해 놓길 원하고 아이들은 듣고 싶을 때마다 인터넷을 연결해 직접 듣습니다. 어른들은 컴퓨터에 설치해 놓은 프로그램을 구동해 작업하는 것이 익숙하지만 아이들은 구글이 제공하는 인터넷상의 프로그램을 사용해 온라인상에서 작업을 처리합니다. 


시대가 변한것입니다. 인터넷의 흥왕은 세상의 대부분을 변화시켰습니다. 광고매체도 바뀌었고 매스미디어의 형태도 변화했습니다. 이제 야식은 ‘배달앱’을 통해 배달시켜야 하고 - 뉴질랜드에도 어서 그런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전화기 눌러 부르던 콜택시는 인터넷으로 통해 부르는 ‘우버’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중에는 정보의 근원과 전달 방식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치있는 정보를 찾기 위해선 먼저 그런 정보가 수록되어 있는 책들을 찾아야만 했고, 그래서 도서관 책상위에 유사한 제목의 책들을 수북히 쌓아놓고 하나하나 뒤져가던 대학시절.. 이제 그런 모습은 그야말로 석기시대의 유물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간단히 키워드만 입력하면 유효한 관련서적들을 쏙쏙 집어낼 수 있고 거기에 더해 유명 석학들의 첨언까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정보의 근원은 책에서 파일로 바뀌었고 정보의 전달방식은 복사에서 다운로드로 바뀌었습니다. 가장 보수적인 학습의 영역까지 평정했으니 정말 인터넷은 세상 모든 것을 바꾸었다는 표현이 정확한듯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혹자는 말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전문적 지식은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정말로 유튜브를 연결해서 궁금한 몇 단어를 입력하기만 하면 온 세상의 수많은 유튜버들이 제공하는 가지각색의 관련 정보들을 손에 넣게 됩니다. 대부분 개인적인 생각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동영상들이지만 개중엔 이걸 공짜로 봐도 되나 싶을 정도의 전문성을 가진 자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은 사람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는 그 나이부터 지금껏 인터넷에서 흘러넘치는 이러한 정보들을 습득하며 살아왔습니다. 좋아하는 게임의 공략법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개인기도, 요즘 유행한다는 헤어스타일을 연출하는 방법도, 심지어는 숙제를 하는데 필요한 도움도... 모두 다 인터넷 안에 있었습니다. 게다가 한 10여년쯤 전부터는 인터넷이 지닌 무한대의 정보에 SNS의 파급력이 더해져 이제 우리 아이들은 제 인생의 한 절반 정도를 네크워크상에서 살아가고 있는듯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보가 넘치고 훌륭한 자료가 많은 인터넷, 유튜브에도 딱 한 종류.. 정말 인기를 끌지 못하는 종류의 자료들이 있습니다. 


바로 학습자료들 입니다. 저야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니 시시때때로 다른 분들의 학습, 교육자료들을 공부하고 반면교사로 삼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럴때마다 느끼는 것이 어떻게 이런 좋은 자료의 조회수가 겨우 몇 천에 그칠까 하는 착잡함입니다. 분명 높은 수준의 지식을 보유한 선생님께서 학생들을 돕겠다는 선한 마음으로 제공하신 양질의 자료임이 확실한데도 ‘눈썹화장을 맵씨있게 하는 법’ 이라던지 아니면 ‘다음세대 아이폰은 이런 디자인일 것이다’ 등의 동영상에 비해 1%도 안되는 조회수를 보여줍니다. 


사실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십대가, 책펴고 공부하는 것이 지겨워 인터넷에 들어왔는데, 거기서 또 다시 공부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거나 학습관련 영상들을 바라보며 앉아 있겠습니까.. 당연히 재미있고 신나는 이야기들을 접하고 싶겠지요. 그러니 흥미거리만 쫓아다닌다 해서 아이들을 문제 삼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사회적 의식에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처럼 ‘모든 전문적 지식은 인터넷에 다 있다’라고 생각하는 우리 모두의 의식이 더 큰 문제로 보여집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전문적인 지식은 인터넷, 유튜브에서 찾아낼 수 있습니다. 자동차의 증상별로 차량을 수리하는 방법도 차근차근 배울수 있고, 얼굴에 나타나는 기색을 살펴 건강상의 문제를 가늠하는 방법도 배울수 있습니다. 굳이 미용학원에 등록하지 않아도 커트, 퍼머, 드라이 기술을 기초단계부터 숙련단계까지 배워갈 수 있으며, 업무의 효율을 200% 향상시킬 수 있는 업무용 프래그램 사용의 꿀팁도 가지가지 종류별로 배울 수 있습니다. 과연 모든 전문성은 인터넷에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로 그렇다면... 전문적이지 않는 지식들은 어떨까요? 예를 들어 인간지성의 범주 안에서 우주를 탐구하는 ‘철학’이나 인간지성의 범주를 넘어서서 우주를 탐구하는‘신학’은 어떨까요? 사회구성원들의 이합집산이 이루어낸 공동체의 흥망성쇄를 다루는 ‘역사’나 자연적 환경과 인류학적 전통이 통합되어 펼쳐지는 ‘지리학’ 은요? 


물론 우리는 이 모든 내용들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유튜브에도 수 많은 동영상들이 존재하지요. 하지만 그 중의 대부분은 흥미위주로 편집된 것이고 그나마 신뢰성이 있는 진지한 자료들은 답답하고 고루해서 우리의 아이들이 대부분 외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 숙제하려고 조사할 때는 빼구 말입니다. 그러니 인터넷에 차고 넘쳐서 우리 아이들이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전문적 지식들은 학생으로서 배우고 익혀야 할 학습내용으로서의 지식과는 좀 상이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몇 년전, 자신들의 비약적인 성공에 한껏 고무된 미국의 한 온라인 교육업체에서 이런 의견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이라면 이름만 대도 다 아는 세계적인 온라인 학원입니다.


‘이제 얼마 안가서 ‘물리적 형태’를 가진 학교라는 제도는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는 온라인 교육이 차지할 것이다. 우리가 바로 그 증거다.’


당시엔 저도 이분들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했었습니다. 규모야 크던 작던 같은 종류의 일을 하고 있으니 정말로 그런 시대가 온다면 좋으면 좋았지 나쁠일은 없을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비록 물리적 학교의 붕괴가 정해진 수순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적극적으로 동조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온라인 교육은 청소년 교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한가지 요소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강제성’입니다.       


‘강제성’ 듣기만 해도 넥타이를 조여오는 듯한 갑갑함이 느껴지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동영상을 통해 - 심지어는 - 가치관까지 성립되는 요즘 세상에서 학교에서 배우는 기본적이고도 이론적인 교육은 어떠한 가치를 가지는가?’ 


‘전문적인 지식이 흘러 넘치는 요즘 세상에서 고리타분한 학교 교육의 당위성은 어디에서 찾을수 있을것인가?’ 


하는 문제의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올바른 선택을 위한 정보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지식은 인터넷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들은 고리타분해서 외면받고 까다로워서 도외시 됩니다. 왜냐하면 인터넷이라는 또 하나의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의 기본 동기는 ‘흥미와 관심’이지 결코 ‘필요와 가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아이들이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칠 절대절명의 순간, 모든 지식과 정보와 가능성을 총 동원해서 하나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 선택의 순간에 그들을 도와줄 가치있는 지식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오히려 그것들은 구닥다리 도서관의 먼지 쌓인 서가나 목에 가래가 끓어 끊임없이 큼큼 거리는 수염투성이 선생님의 지루한 강의내용 안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다시말해 인생의 선택을 도울 수 있는 지식을 전수할 방법은 학교교육에서 찾을수 밖에는 없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왜냐하면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지만, 학교라는 기관이 가진 ‘강제성’ 때문에 어거지로 구겨삼킨 그 지식들이 우리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선택의 지침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윌리엄과 벤틀리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자연과학적 지식은 그 두 아이들이 당면했던 문제를 해결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칠수 있었습니다. 제가 과학을 공부했고 따라서 저의 시야가 자연과학적인 부분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본 것이지 다른 방면의 전문가들이 본다면 또 다른 해법을 제시했을수도 있겠지요. 


자연과학적인 지식이 당면한 현실 과제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것처럼 인문학적 지식 또한 우리 삶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정직’과 ‘편법’ 사이에서 고민할 때, ‘신의’와 ‘실리’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때, ‘사랑’과 ‘유혹’ 사이에서 판가름을 내려야 할 때... 그 모든 선택의 순간에 적용될 원리와 원칙은 자연과학적이라기 보다는 인문학적인 것일테니까요. 


만약 제게 누군가가 묻는다면..


‘앞으로 학교가 사라질거라고 생각하세요?’ 라고 묻는다면.. 


‘Yes’라고 대답할 겁니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가 다시 묻는다면.. 


‘앞으로 학교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라고 묻는다면.. 


‘No’라고 대답할 겁니다. 


왜냐하면 학교의 종식은 ‘강제성’의 종식이고 강제성의 종식은 ‘보편원리교육’의 종식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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