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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 문재
네가 길이라면 나는 길
밖이다 헝겊 같은 바람 치렁거리고
마음은 한켠으로 불려다닌다
부드럽다고 중얼대며
길 밖을 떨어져 나가는
푸른 잎새들이 있다 햇살이
비치는 헝겊에 붙어, 말라가는
기억들 가벼워라
너는 한때 날 가로수라고
말했었다, 길가 가로수
그래, 그리하여 전군가도의 벚꽃쯤은
됐던 것이었을까, 그래서 봄날의
한나절 꽃들의 투신 앞에서
소스라치는 절망과 절망의 그 다음과 같은
화사함을 어쩌지 못했던 것일까
내가 길의 밖일 때
너는 길이었다
내가 꽃을 퍼부어대는 가로수일 때
너는 내달려가는 길, 아니
그 위의 바퀴 같은 것이었으니
오히려 길 밖이 넓다
길 아닌 것이 오히려 더 넓고 넓다
♣ 이 문재 시인: 노작문학상, 지훈문학상, 소원시문학상, 시와 시학 젊은시인상, 김달진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마음의 오지>>, <<제국호텔>>,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 <<네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지금 여기가 맨 앞>>, 산문집으로 <<이문재 산문집>>,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등이 있다.
■ 오클랜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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