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성인이 되기까지 학교에서 정규교육을 받는데,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가서 잘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의 형태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나가고 있지만, 어른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봅니다.
아이를 아이로 두지 못하고 어른으로 꼭 성장을 시켜야만 하는지 자못 궁금하더군요. 어른들이 아이로 바뀌고 모두 다 아이로 살면 좋을 거 같아서요. 아이들만 있는 세상이라면 굳이 아이들을 어른으로 성장시킬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이 성장하는 것인지, 그 또한 의문이긴 합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게 오히려 퇴보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요. 몸이 성숙하는 것만큼 의식을 성숙시키려 교육을 하는 것인데, 학교 교육이 의식 성장을 위한 교육인지 아니면 정반대로 의식을 낮추는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긴 합니다.
어제 친구가 점심을 초대해서 친구네 가서 융숭한 접대를 받고 왔습니다. 살림의 귀재로 부지런하여 집 안팎으로 뭐 하나 버릴 것이 없게 잘 가꾸면서 사는 여인인 그녀는 완벽한 풀 서비스로 친구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친구를 위하여 점심 대접을 한 것이었는데, 그 덕분에 나까지 호사를 한 것이었지요. 비슷한 연배에 뉴질랜드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들이라서 공감 가는 대화가 많은 편입니다.
어제 역시 서로 공감을 형성하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운 식사를 했는데, 친구 남편이 아이한테 흠뻑 빠져든 이야기를 하게 된 것입니다. 아직 자식들이 출가할 생각도 하지 않아서 자신의 혈육인 아이도 없는데, 아이들만 보면 벙긋거리면서 함께 놀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집에 놀러 오는 아이한테 종이학을 접어주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할 사탕을 사두기도 하고, 지인의 아이가 보고 싶어서 그 집에 놀러가고 싶어 하고, 갑자기 아이한테 흠뻑 빠져든 남편이 정말 신기하다고 하더군요.
어른이 되어 가정을 갖고 정신없이 살았던 시기를 넘기고 중년이 되어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아이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천진난만한 아이와 놀면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공명이 되어 자신 역시 아이가 되어 버리니 당연히 아이한테 마음이 쏠리는 것이지요.
어른으로 살면서 잃어버렸던 순수한 마음을 아이들하고 노는 순간만이라도 되찾게 되니 아이와 함께 있는 순간처럼 행복한 시간도 없을 겁니다. 늙어갈수록 아이가 되어가는 것은 본연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일인 것이죠.
세상의 교육이 거꾸로 뒤바뀌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교육이 아니라 어른이 아이로 되어가는 교육으로요. 대체 이게 무슨 궤변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만 사는 세상이야말로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잃는 게 얼마나 많은지요? 세상살이에 대한 두려움이 늘어나고, 꿈이 점점 더 줄어들게 되고, 생존하기 위해 일하면서, 어린이들처럼 안전한 놀이터에서 노는 대신 삶의 전쟁터에서 지지고 볶으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반대로 어른이 아이가 되어 살게 된다면 그 모든 것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되지 않겠어요? 생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꿈이 점점 더 늘어나고, 하기 싫은 일이 아닌 놀이를 하면서 살게 된다면 행복이 넘쳐나는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전쟁터인 이 세상에서 어떻게 아이로만 살 수 있느냐고 반박하실 분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만 살아가는 천진하고 순수한 사회가 된다면 어른이 될 필요가 절대로 없겠죠. 전쟁도 독점하고 지배하고 싶어 하는 어른들의 마음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기에 어른의 의식이 순수한 영혼인 아이들의 의식보다 낮을 수밖에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꿈의 세상이며 꿈이 이루어지는 세상입니다. 그렇기에 꿈을 잃은 어른들은 이룰 꿈이 없어지는 것이며, 생존에 대한 두려움만큼 생존하기 위해 서로 뺏고 빼앗는 전쟁에 전력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다시 아이가 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교육을 꼭 학교에서만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이 내 거울이며 남이 내 거울이기에, 세상을 보면서 남을 보면서 그들의 말들이 모두 다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인 걸 깨달으면서 스스로 아이가 되어갈 수 있습니다.
모든 어른이 그렇게 아이가 되어 간다면 아이들을 어른으로 오염시킬 일도 없고 모두가 아이인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것이지요. 오늘도 나는 평생교육의 과정인 오늘 하루를 나 자신을 바라보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공부네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