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아~ 따뜨거워~”
뜨끈한 국물을 들이키면서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다. ‘따뜨거워’란 말이 아직 짧은 아들이 ‘따뜻하다’와 ‘뜨겁다’를 한데 합쳐 즐겨 쓰는 말이다.
중국음식집에서 볶음밥을 시키면 서비스로 주는 정체불명의 느끼한 고기국물을 따뜨겁다며 흡입하는 폼이 영락없는 지 아빠다. 그 느끼한걸 부자가 어쩜 그리 맛나게도 먹을까…
“으으응~ 고기 시어!”
국물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고기로 추정되는 물질을 은근슬쩍 숟가락에 같이 얹었더니 대번에 알아채고는 싫다고 절래절래다. ‘시어’는 ‘싫다’라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아들의 표현으로 참도 자주 내뱉는 단어이다. 고기를 완전 좋아라 하면서도 국물에 빠져 있는 건 안 먹는 것이 천상 엄마라며 옆에서 신랑이 한마디 거든다.
엄마 아빠 두 사람이 합작으로 만들었으니 생김새 닮은 건 당연하다 싶은데 생활습관이며 성격, 하는 짓도 어찌 그리 쏙 빼 닮았는지. ‘자는 모습도 똑같아’ ‘어디 가서 주워왔단 소린 못하겠네’ ‘피는 못 속여’ 이런 말들은 역시 선배님들의 경험과 지혜가 닮긴 표현이었던 것이다.
신랑이나 나나 둘 다 피부가 건조한 편이라 늘 긁어대기 바쁜데 역시나 우리 아들은 건조함이 극에 달해 밤에도 긁느라 잠을 잘 못 잘 지경이다. 신랑이나 나나 장이 약해 전문용어로 ‘loose stool’, 쉽게 말해 무른똥을 자주 누는데 어쩜 아들 똥도 대부분이 무르다. 덕분에 기저귀를 하고 있을 때도 닦으려면 물티슈를 10장 넘게 써대야 했는데 이동식 변기에 누는 지금도 매번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 잔해들 처치에 죽을 맛이다. 이넘 참 신기할 정도로 엄마 아빠를 쏙 빼 닮아있다. 이게 바로 인체의 신비인 걸까…
솔직히 아들과는 늘 붙어 지내다 보니 의 상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정말이지 뚜껑이 열릴만큼 열려서 꼴도 보기 싫다가도 돌아서서 이쁜 짓을 하면 바로 이뻐 죽겠다 싶어 물고 빨고 넘어가게 된다. 엄하게 혼을 내려고 다그치다가도 표정이나 말이 너무 귀여워 혼을 내다말고 웃음이 빵 터져버리기도 일수다.
자식이란 존재는 나랑 너무나도 닮아있기 때문에 미워할 수 없는 걸까.. 내가 사랑하는 내 신랑이랑 너무나도 닮아있기 때문에 미워할 수 없는 걸까..
아들을 놓기 전까지는 입양을 참 쉽게 생각했었다. 전공이 사회복지이기도 했고 워낙 고아원이나 장애아동시설 같은 곳에서 자원봉사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 거부감도 별로 없어서, 굳이 감출 것 없이 서양사람들처럼 쿨하게 잘 키울 수 있으리라 자신했었다. 능력이 되면 하나가 아니라 여러 명을 입양해서 잘 키워줘야겠다는 당찬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내 아들을 나아 키워보니 참 꿈도 야무졌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면서 그런 말을 너무나도 쉽게 하고 다녔던 내 자신이 점점 부끄러워 진다.
미운 짓을 해도 돌아서서 거리낌없이 이뻐할 수 있는게 내 자식이더라. 그런데 남의 자식은 한번 미운털이 박히면 뭘 해도 계속 미운 구석만 보이더라. 나를 닮은 내 새끼와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의 자식은 그렇게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입양아를 키우고 계시는 부모님들은 참으로 대단하신 분들인 것 같다.
매번 의 상하지만 의절할 수 없는 사이. 밉다밉다 하지만 진심으로 미워할 수 없는 사이. 혼을 내면 그보다 훨씬 더 내 마음이 아파지는 사이. 힘들어도 뭐든 다 해주고 싶은 사이. 그게 바로 아들과 엄마의 사이인 것 같다.
아들! 정말이지 너랑 나랑은 그렇고 그런 사이인걸. 엄마랑 지금 열심히 연습하고 나중에 커서는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될 수 있는 너만의 좋은 여자를 만나렴. 너를 꼭 닮은 아들을 나아보면 너도 그때서야 부모님 힘드셨던 걸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