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문명은 일 년을 주기로 반복하면서 발전해 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해와 달을 포함한 우주의 운행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달력 즉 양력과 음력도 이들 주기의 산물이다. 뉴질랜드에 가장 먼저 도착한 마오리는 새해의 기준을 별의 운행에서 찾았다. 새벽 동녘 하늘에서 마타리키(Matariki, Pleiades 또는 Seven stars, 묘성) 별을 본 다음 새로운 달이 뜨기 시작한 다음날(음력 그 달 초이틀)이 새해다. 이 시기는 해마다 6월 전후에 해당된다. 부족에 따라 그 달의 보름을 새해로 삼거나 그 다음 달 초하루를 새해로 잡기도 한다. 그래서 마오리 새해는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으로는 해마다 다른 날이 된다. 이들은 북반구의 새해 기준과 다른 남반구의 새해 기준을 찾아냈다.
올해 마오리 새해 축제기간은 6월 22일부터 7월 22일까지 한 달을 잡고 있다. 북반구 새해 기준과 견주어 보면, 양력 새해와 음력 설 사이의 기간에 해당 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의 비슷하게 새해의 의미를 부여 하듯이 마오리도 이와 비슷한 새해의 의미를 가진다. 전통적으로 삼일간의 새해를 맞이하며, 지난해 풍성한 수확물을 가지고 겨울을 나기위한 향연을 벌인다. 이런 전통은 현재의 마오리 씨족(iwi) 사이에 면면히 살아 있으며, 이를 지키려는 노력이 대단하다. 묵은해를 보내면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조상과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고, 씨족의 번영을 염원하면서, 그리고 새로운 해의 풍년을 기대한다.
이들이 별의 운행을 보고 새해의 기준으로 삼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마오리도 우리 한민족과 같이 몽골리안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아시아 지역에서 태평양의 섬을 따라 남반구로 이동해 왔다. 카누라는 작은 통나무배를 사용해서 현대의 나침판이나 GPS(Global Position System)같은 장비도 없이 항해를 해 왔다. 또한 달력이나 자신에 대한 기록도 없이 조상의 구전이나 부족집단의 현인의 지혜에 의존했다. 밤하늘의 별자리는 이들의 나침판 역할을 해 주었고, 보다 많은 별자리 관찰을 통해 한 해의 주기를 읽어 낸 것이다.
그러면 뉴질랜인에게 마오리 새해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한국을 비롯한 이주 역사가 짧은 사람들 일수록 고향 명절에 향수를 느끼게 마련이다. 한 여름에 성탄절 휴가를 즐기면서 눈 썰매타고 오는 산타를 그리고 있으며, 이곳의 하지에 동지 팥죽을 쑤려 한다. 남반구에 살고 있으면서 아직도 북반구의 명절 주기를 따른다. 그것은 우주 운행에 따른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우리의 정신이야 고향 명절을 따른다 할지라도 이곳의 계절과 이곳 사람들의 생체리듬은 북반구 기준 보다 반년 앞서 간다. 겨울기간에 맞이하는 마오리 새해에는 고향의 겨울철 문화를 따라야 한다.
새해의 설정은 계절의 변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농경문화가 더 잘 어울린다. 그게 바로 인류 문명의 역사를 따르는 길이다. 지금 서울에서는 팥빙수가 유행할지라도 우리는 여기서 단팥죽을 즐겨야 한다. 반년 앞서 떡국, 만두국, 수정과로 이어지는 설음식과 오곡밥, 밤 호두 땅콩 등 견과류로 이어지는 정월 대보름 음식이 필요한 시기다. 지금 우리의 몸은 겨울 추위로 떨고 있지 아니한가. 이런 향연의 기간이 지나면 이제 봄이 오고 새로운 농사일을 준비한다.
마오리는 새해 축제는 한 달간 이어진다. 중국의 춘절도 한 달여 계속된다. 대부분의 서양 사람들도 성탄절에 시작하는 연말연시 휴가는 길게 이어진다. 우리는 뒤진 농경사회에서 앞선 산업사회로 넘어야 한다고 명분으로 설의 고유한 명절문화를 너무나 쉽게 버린 게 아닌지? 산업사회에 이은 미래의 첨단산업사회라 할지라도 우주의 운행순리를 따르는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이루어 졌다. 필자는 고향에서 지냈던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즐거웠던 명절을 기억한다. 마오리 새해를 보내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설 명절을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