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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와 산 지도 20년이 넘었는데 왜 이리 이번 겨울은 추운지 모르겠다. 옷을 몇 겹으로 챙겨 입어도, 목도리와 장갑을 끼어도, 두꺼운 양말을 신어도, 춥게만 느껴지고 어깨가 자꾸 움츠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전에는 후다닥 하던 일들을 하지 못하고 자꾸 뒤로 미루게 되며 시간에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왜 일까?
“계절 탓인가, 나이 때문인가, 내가 왜 이러는 거지, 해야하는데....”
하며 마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나를 조정하며 끌고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쩜 이런 느낌은 수시로 나타났을 지도 모르지만 의식하지 못한 가운데 스쳐지나갔을 지도 모른다.
의식하지 못한 채 어디론가 빠져 들어가다 불현듯 그만 하고 싶어지나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마치 담배를 끊고 싶은데 마음과는 다르게 잘 되지 않고 자꾸만 담배를 피우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럴 때 사람들은
“담배를 끊고 싶은 내 안에 담배를 끊지 못하게 하는 또다른 내가 있는 것 같다”
며 어리둥절할 때가 있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green monster analogy” 나 “peanuts” 동영상이 있다.
처음 담배를 피우게 되면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거나 속이 뒤집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 다시 담배를 피우게되면 이런 느낌이 좀 나아지면서 또다른 것을 경험하게 된다. 즉 기분이나 느낌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기분이 좀 좋아지기 위해 자연스럽게 계속 담배를 피우게 된다.
그런데 담배를 안피우려 하니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내가 아닌 또다른 나’라고 느껴지는 작은 괴물이 어깨 위에 앉아 울부짖는다. 마치 배고픔에 굶주리면 먹을 것을 달라고 외치는 것처럼 계속 “나를 먹여줘”라고 외친다.
이렇게 외쳐대는 괴물에게 쭈욱 빨아들이는 한모금의 담배는 목마른 자에게 갈증을 해소시켜주듯, 굶주린 자에게 허기를 가시게 하듯, 니코틴을 갈망하며 울던 괴물을 잠잠케 한다.
한모금으로 시작되어 한개비를 다 피우게 되면 괴물은 배불러 마치 아가가 엄마의 젖을 먹고나면 잠을 자듯 조용히 수면 상태에 들어간다.
그러나 괴물은 여기서 만족하지 못하고 잠을 한숨 푸욱 자고 나면 다시 일어나 울부짖으며“나를 먹여줘”라고 외침을 반복하며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일정 간격으로 계속 얻어간다.
그렇기에 담배를 끊으려 하면 “내 안에 또다른 나”를 만나게 되는 것이고 이를 사라지게 하기 위해 니코틴 대체요법 같은 금연보조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연보조제도 충분한 양을 제대로 사용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담배를 피우게 되면 순식간에 니코틴은 35 나노그램(ng)을 넘어가게 되지만 가장 강한 용량의 니코틴 패치, 껌 혹은 사탕은 최대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에서 각기 12나노그램(ng) 밖에 되지를 않는다.
그러므로 패치를 부치고 사탕이나 껌을 함께 사용하면 24니노그램의 니코틴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두 제품을 함께 사용해도 실제로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니코틴을 공급시켜줄 수 없기에 여전히 흡연욕구를 느낄 수 있으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패치 2장을 함께 부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면 “담배가 몸에 해롭다 해서 끊으려 하는 것인데 니코틴 대체요법을 쓰면 무슨 소용이 있어요”라고 반문하며“이런 것들도 가급적 사용하지않고 끊어야지요”한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서 나타나는 대부분의 금단증상은 4-6주정도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지만 그래도 최소한 12주까지는 꾸준하게 니코틴 대체 요법을 사용해야 뇌에서 니코틴을 필요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다. 하지만 여기에 반드시 기억해야할 것은 마지막 담배를 피운 후부터는“단 한모금의 담배도 피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담배를 끊으며 “내가 아닌 또다른 나”를 느낄 때면 앞선 말한 굶주림 속에 울부짖는 괴물을 떠올리며 그 괴물을 내 안에서 내보내기 위해 금연서비스에 도움을 청하자.
T. 09-448-04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