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같다니요!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거지같다니요!

0 개 1,478 조기조

‘거지같아요!’한다. 복불복프로그램에서 집어든 잔을 한 모금 마시고는 커피 아닌 까나리 액젓임을 알고 뱉은 일성이다. ‘거지같아요!’는 거지가 된 기분 이라는 것일 게다. ‘거지같아요!’에 거지들이 인격모독, 명예훼손으로 언어사용금지가처분 신청을 낼지 모르겠다. 이기면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 아니겠는가? 왜 ‘거지같아요’라고 할까? 기분이 아주 나쁘다. 기대에 매우 못 미쳐 실망스럽다는 경우에 쓴다. ‘거지같아요’는 ‘내가 거지된 기분이다’일까? ‘더러운 거지에 시달리는 기분 같다’는 걸까? 입은 거지는 얻어먹고 벗은 거지는 못 얻어먹는다. 거지끼리 자루 짼다는 말이 있다. 자주 배가 고프다는 사람들에게 “배 속에 거지가 사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으라.’하는 말이 있다. 잠자는 동안에는 소화기관도 쉬어야 하니 굶는 듯 가볍게 먹으라는 말일게다. 아침을 브렉퍼스트(breakfast)라고 하는데 뜯어보면 fast(단식)를 break 한다는 뜻이다. 


거지라는 단어는 ‘걸(乞)’ + ‘-어치’가 ‘걸어치 - 걸어지 - 거러지 - 거지’로 줄어든 말이다. 乞은 원래 구걸하다, 구하다 혹은 주다를 의미하는 한자어였다. 걸인(乞人), 걸사(乞士), 개, 개걸, 걸개, 유개, 유걸 등이 있으며, 영어로는 beggar을 주로 많이 쓰고, ‘걸인’을 의미하는 panhandler, 매우 궁핍한 사람을 의미하는 pauper 라는 단어도 있다. 거지를 포함한 저소득층을 가리키는 포괄적인 사회 계층인 빈민이 늘고 있다. 지구촌의 문제인 난민은 우리나라 인구, 5천만의 절반을 넘어 3천만이나 된단다. 각설이타령에 나오는 각설이도 거지와 비슷한 말이다. 각설이, 비렁뱅이, 거렁뱅이, 걸뱅이, 거지발싸개 같은 놈, 노숙자 등이 떠오른다. 노숙자가 거지라면 무숙자는 무엇이던가. 무법자는 무숙자와 어찌 다르고? 


거지와 거짓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구체적인 사물이고 후자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거짓은 의미는 존재하나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 것이 더 나쁠까를 비교할 수는 없다. 거지는 좋고 나쁜 것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지가 나쁜 짓을 할 수는 있지만 거지라고 해서 다 나쁜 짓을 하지는 않는 것이고 거지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거지처럼 살아보고 싶을 때가 있기는 하다. 무위도식하면 그게 걸인, 거지 아니던가? 제 입고 먹을 것을 제 손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거지라면 이 세상에는 거지들로 넘쳐날 것이다. 


오래전의 일이다. 고 3의 졸업을 앞둔 방학 때 친구 둘을 따라 3등열차를 타고 목포에 도착하여 제주 가는 배를 탔다. 배낭에 쌀은 있었으나 한 겨울에 밖에서 해먹고 잘 수는 없었다. 무작정 시골 길을 걷다가 퍼붓는 눈 속에 돌담 너머로 검푸르디 검푸른 밀감나무에 노오란 열매가 달렸는데 마침 빨간 스웨터가 얼핏 보여 그 집으로 들어섰다.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 나오려는데 아래채에서 또래의 젊은이가 어디서 왔냐한다. 그렇게 인연을 맺었다. 며칠을 쉬고 나섰는데 뱃머리에 오니 태풍 때문에 배가 못 뜬단다. 누군가가 복지시설로 가 보란다. 사람 사는 세상이 아름답구나 하며 찾았는데 거지들과 함께 앉아 밥을 먹는다. 한 친구는 구역질을 하며 못 넘긴다. 개 죽 같은 꽁보리밥에 6면에 고춧가루 서너 개가 붙은 무 깍두기가 전부다. 복에 받혔다 할까봐 억지로 씹는데 여태까지도 제일 먹고 싶지 않는 음식이다. 냄새나고 빈대가 물 것 같아 도저히 덮지 못할 이불이었지만 바깥바람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던지.....


3f0cc32d4b5d5c17f96d41f96bc2edf1_1643153380_2947.png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꽃동네의 설립은 오웅진 사도 요한 신부와 최귀동 베드로(1909~1990)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얻은 밥을 들고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 보니 무극천 다리 밑에서 아파서 동냥을 못하는 거지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보고 당시 무극성당 주임신부였던 오웅진 신부가 감동했단다. ‘의지할 곳도 없고,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사람’들을 위해 꽃동네를 세웠다고 한다. 오래전 어떤 인연으로 꽃동네를 자주 찾았다. 우리 팀의 리더는 설문조사를 하여 꽃동네 운영의 구체적인 문제를 짚어가며 해결하였고 곁다리로 따라 다니던 나는 프로그래머와 함께 후원금을 받으면 즉각 영수증과 감사의 말씀, 또 고지서?를 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드렸다. 후원금을 받아도 제대로 관리를 못해 더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개나 거지처럼 벌어 정승같이 쓰라는 말이 있다. 그리 보면 거지같다는 말도 함부로 할 말이 아니다. 벌어먹을 힘만 있어도 축복인 것 맞다. 버러지나 거러지 같은 사람은 결코 모를 일이겠지만. 누가 거지 되고 싶어 되었을까? 거지 3대 없고 부자 3대 안 간다는데 이 말 듣고 소름이 돋는 것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바이러스의 횡포가 오래가니 중산층이 몰락했다는 소식이다. 서민의 생활이 궁핍해졌고 거지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단다. 안타까운 일이다. 명품은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편히 쉬어야 할 보금자리는 보금(寶金)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귀한 물건이 되어있다. 오호 통재라!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261 | 3일전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담은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의 작가 김학철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였던 고 김학철(1916~2001)의 인생을 다룬… 더보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댓글 0 | 조회 153 | 3일전
언젠가 TV에선 얼굴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미국에 얼굴 없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입니다. 태어난 지 2년 반 쯤 되었는데 얼굴이 없답니다…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133 | 3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놀란 일을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부끄럽습니다당신 손 놓치지 않을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기차역에서… 더보기

대자유의 맛, 다선일미의 차 명상

댓글 0 | 조회 117 | 3일전
예로부터 스님들은 차를 마시며 수행을 했다. 차가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벽암록』의 저자인 송대 원오 극근(圓悟 克勤:1063~1135) 선사의 다선일미… 더보기

욕실 리노가 망설여지는 이유

댓글 0 | 조회 561 | 3일전
최근 몇 주 동안 잘못된 욕실 설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고객분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욕실은 단순히 깨끗하고 예쁘게 마감하는 것을 넘어서서, 안 보이는 곳… 더보기

사랑

댓글 0 | 조회 98 | 3일전
시인 정 호승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 더보기

아오테아로아 (멀고 긴 흰구름의 나라)

댓글 0 | 조회 182 | 3일전
식물 줄기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삼각 돛,큰 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통나무 배,긴 나무를 균형지게 본체 좌 우측으로 동여맨 카누에 몸을 싣고,가족과 친지들을 뒤로… 더보기

전하지못한 이야기 ‘해금강’

댓글 0 | 조회 182 | 5일전
지인 j 님께!H 여사와 우리 셋이 모이면 노후의 삶을 어디에서 살면 좋겠냐는 말을 자주 했었지요.서울에서 나고자라 나이먹은 사람들끼리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막연한… 더보기

지피지기 백전백승! 뉴질랜드/호주 의대 제대로 도전하기

댓글 0 | 조회 783 | 5일전
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요즘,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전문직에 대한 직업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의대 치대 약대 등의 …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61 | 5일전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33년을 일 하다가 은퇴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어느 사이 고희(古稀)에 들었고 앞만 보고 가려하는데, 원고 청탁을 받아 잠… 더보기

35. 몸의 진액 부족이 가져다 준 소화 불량과 다양한 문제들

댓글 0 | 조회 454 | 5일전
몸의 모든 신진대사 활동은 물,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의 진액과 관계된다. 그래서 진액이 고갈되면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는 기계의 그리스나 윤활류가 부… 더보기

(A2+) 프리미엄 우유가 온다

댓글 0 | 조회 1,305 | 8일전
완전식품(完全食品)이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을 말한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아닌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 섭취해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 2

댓글 0 | 조회 324 | 10일전
11월 14일 2025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수시전형은 11월 현재 진행중이며 내년 1월 정시전형을 앞두고 있다.2025학년도는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변화가 … 더보기

나는 이런 사람이 좋다

댓글 0 | 조회 344 | 2024.11.06
시인 헨리 나우헨그리우면 그립다고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불가능 속에서도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애쓰는 사람이 좋고다른 사람을 위해호탕하게 웃어 줄 수 있는 사람이 … 더보기

작가 한강의 노고를 기리며

댓글 0 | 조회 367 | 2024.11.06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훌륭한 번역을 통해 세계의 독자들이 비로소 한국문학이라는 두꺼운 책의 한 … 더보기

받아 적고 읽어 주고

댓글 0 | 조회 167 | 2024.11.06
나는 타자(打字)가 서툴고 느리다. 재주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타자하는 수고를 벗어나게 되었다. 말하면 그걸 글자로 바꾸어 주고(STT; Speech t… 더보기

달이와 함께 만난 동물 부처들

댓글 0 | 조회 143 | 2024.11.06
안동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 용과 사슴, 영덕 장육사 대웅전 사자와 코끼리사찰 곳곳에서 만나는 동물들은절을 아름답게 하고 이야기를 담는다.아이가 처음 세상을 배울 … 더보기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댓글 0 | 조회 425 | 2024.11.06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중 “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에 대한 내용이 생각난다. 4촌이 논을 사면 기뻐할 일인데 왜 배가 아파야… 더보기

Panic Attack

댓글 0 | 조회 495 | 2024.11.05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불안감이 나타나는 정신적 증상입니다. 이 발작은 보통 예기치 않게 발생하며, 몇 분 안에 극심한 공포나 불안이 솟구치는 특징이 있습니… 더보기

New NCEA

댓글 0 | 조회 436 | 2024.11.05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 이미 알고계시듯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사교육의 천국입니다. 대형입시학원은 말할것도 없고 입시학원 입학을 위한 또 다른 입시학원, 취업… 더보기

34. 소화기관의 병은 이런 순서로 치료해 보세요

댓글 0 | 조회 324 | 2024.11.05
몸의 각종 부위 중에 피부와 점막들은 손상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외부 세계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자주 접하는 신체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손상… 더보기

아플수록 마음관리를 잘 해야

댓글 0 | 조회 237 | 2024.11.05
장영희 교수님을 아시나요? 제가 이 분 글을 인용하면서 참 좋아했는데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휠체어에 탄 모습으로 환하게 사진을 찍었더군요. 열두 번 예정된 항암… 더보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883 | 2024.11.02
한국인 232만명이 고혈압(高血壓), 당뇨병(糖尿病), 고지혈증(高脂血症)을 모두 앓고 있는 복합 만성질환자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며, 나이…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1

댓글 0 | 조회 494 | 2024.10.31
대한민국은 4대 개혁 의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그리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그 중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2024년 2월 초 20여년동안 정원 변화 없이 한… 더보기

33.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의 축

댓글 0 | 조회 410 | 2024.10.30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장건강을 지배하고, 장건강은 뇌에 바로 영향을 준다고 말해 왔다. 그리고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이 하나의 축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