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고 또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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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고 또 줄여야

0 개 1,717 김지향

오늘 저녁에 손님들을 초대하여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들을 만나면 내 입 꼬리는 자연스레 올라가고 엉터리 영어지만 창피함을 모르고 함께 떠들게 된다. 그들 중 특히 한 사람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아주 특별한 재주를 가졌다. 분위기 메이커였다. 


예전에 몇 번 그분을 만났을 때, 그 분이 참 좋은 분이란 걸 알았다. 사업을 하다가 작년에 은퇴를 한 분으로 여유롭게 노후를 즐기면서 지내는 분이시다. 젊어서 열심히 산만큼 노후도 열심히 놀면서 행복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분은 부담감 없이 편안한 사람이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여러 음식을 먹어봤는데, 한국 여행은 못했나 보다. 그래서인지 한국음식을 못 먹어 봤고, 한국음식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걸 가르치고 배우기로 했다. 그 분은 나에게 영어를 나는 그분에게 한국음식을 가르쳐 주기로 말이다. 그 약속을 하고 나서도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우리 집에 방문을 하게 되었다.


우리 집에 초대한다고 해놓고도 연말연시에 서로 바빠서 시간을 만들지 못하다가 오늘에서야 시간을 갖게 되었다.

사실, 나를 돕기 위해 친구들이 모인 것이고, 그분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었다.


워낙 낚시를 좋아해서 낚시를 자주 하며, 잡은 생선을 직접 다듬어서 요리를 하며 훈제까지도 할 줄 안다고 하여 생선전을 대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분 말고 다른 분은 워낙 한국음식을 좋아하며 매운 고추장 돼지 불고기를 아주 좋아하여 그 음식도 만들기로 했다.


취나물과 오이냉채도 준비하였는데, 큰애의 공이 컸다. 나날이 일취월장하는 큰애의 음식솜씨에 내가 칭찬을 하니, 인터넷이 다 가르쳐 준다고 했다. 취나물 역시 인터넷의 레시피 대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제법 맛이 좋았고 깊은 맛이 있었다.


장 볼 때, 생선을 넉넉하게 샀다. 오늘의 주 메뉴를 생선전으로 하려는 마음에서였다. 생선을 먹기 좋게 포를 떠서 소금과 후추를 쳐서 밑간을 해 놓았다. 그런데 소금을 평소보다 많이 뿌려서 좀 짠 것 같았다.



그분이 오셨을 때, 한창 전을 부치고 있었기에, 일단 맛을 보게 했다. 양념간장을 살짝 찍어서 드시게 했는데, 아주 맛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분은 낚시를 한 생선을 주로 버터 구이를 해 먹는다고 하면서 한국식으로 만든 것이 아주 독특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 요리 수업은 이렇게 하여 시작이 되었다. 여기서 만든 것을 보고 그대로 만들어서 만드는 과정을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했다. 하하하~


그분은 아예 비디오를 찍어서 보내겠다고 하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음식은 모두 다 식탁에 올려 졌고, 우리는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분의 젓가락이 제일 먼저 집은 것이 취나물이었는데, 무척 맛있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도 나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두 키위가 모두 다 취나물이 아주 맛있다고 접시들을 싹싹 비웠다. 매운 걸 못 먹는다는 사람이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넣은 돼지 불고기를 어쩜 그리도 맛있게 먹는지,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한국의 매운 맛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한국 요리에 푹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 양념간장 먹는 것을 보고 더욱더 놀랐다. 너무 맛있단다. 아예 밥에 넣어서 비벼서 먹는다. 고춧가루를 제법 많이 넣어서 만든 양념장인데, 매운 거 못 먹는다는 말이 헛말 같았다.


예전에 매운 거 전혀 못 먹는다는 키위가 우리 집에 왔을 때, 비빔밥을 해 먹었는데, 그 친구를 위해 특별히 양념간장을 만들었다. 양념간장을 넣어서 비벼 먹다가 우리가 고추장에 비벼 먹는 걸 보더니 자신도 고추장을 넣어보겠다고 했다. 먹으면서 아주 맛있다고 했다. 매운 걸 전혀 못 먹는다던 키위들이 한국음식의 매운맛을 맛있어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미역과 다시마를 잘 구별하기 힘들다고 해서 우리 집에 있는 마른 미역과 다시마를 보여 주었다. 오늘 미역 오이 냉채가 아주 맛있었는지, 미역을 산 곳도 가르쳐 달라고 하고, 한국 음식과 재료 구입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았다.


부인과 아들에게 맛있는 한국 요리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일 것이다. 김은 매우 좋아해서 조리를 한 김과 김밥용 김 모두 다 잘 먹는다고 한다. 김에 밥을 올리고 간장을 얹어서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라고 했다.


김이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반찬 겸 간식이라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간장을 너무 사랑하는 것 같다. 밥에 나물과 돼지불고기를 잔뜩 넣고 양념간장까지 부어 넣어 비벼 먹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어쨌거나 음식을 아주 맛있게 남김없이 먹는 걸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음식을 다 먹고 나서 후식으로 나온 과일들도 싹싹 비워졌고, 오늘의 저녁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생선전을 만드는 숙제인 사진이 언제 나에게 도착할지 잘 모르겠으나, 어떤 사진이 도착할지 자못 기대가 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웃음이 나온다. 사는 게 별 거 아닌데, 기 쓰고 살아온 지난날이 우스워서일 것이다.


그분이 작년에 받은 골드 카드를 보여주면서 자랑을 했다. 정부에서 노후 연금을 주는 65살을 기준으로 자신은 지금 1살이라는 것이다. 아주 어리단다. 그 옆의 친구는 3살밖에 안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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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올해 크리스마스 때 골드카드를 받는다고 했다. “와우~ 곧 0살이 되겠구나!” 라고 그분이 말했다. 사실 내가 58년생인데, 호적이 잘못 돼서 57년생으로 되어 있어서 그런다고 했더니, 자신보다 두 살이나 더 어리니까 자신을 존경하라고 농담을 했다.


호적이 잘 못 되어서 사는 내내 불이익을 받았던 일들이 많았는데, 1년 더 빨리 어린애가 되어서 그 보답을 받은 듯하다. 하하하~


이제 다시 어린애가 되니 다시 사는 세상 많은 것을 비워가면서 살아가려 한다. 그냥 단출하게 편안하게 즐기면서 살려면 많은 것들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져갈 것이 하나도 없는데, 그저 사는 동안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정리할 게 참으로 많다. 재미있게 살기 위해 정리해야 한다. 다 버려야 한다. 하나하나 정리해나가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신나게 놀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집도 줄여야 한다. 모든 걸 다 줄여야 한다.


올해 말에 0살로 새로 태어날 나 자신이 작은 자궁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이고 또 줄여야 한다. 줄이고 또 줄여서 겨자씨처럼 아주 작은 내가 되길 소망한다. 그렇게 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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