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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이국 땅인 데도
길가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싶다
싸웠던 친구에게
아직도 내가 미우냐고
촌놈에게 고왔던 여자 선생님에게는
지금 다시 선생님 앞에 서도 두근거릴 거라고
누이에게는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면
난 누구에게 어리광부려야 하냐고
멀리 있는 아들에게는
네 베게 베고 자려 하면
숨결인 듯 냄새에 아빠는 힘이 빠진다고
아내에게는
첫 만남의 포동한 얼굴과 땡땡이무늬 치마의 그녀가
내가 기억하는 당신의 전부라고
그리고는 세월에게도
몇 글자 적는다
아픈 기억들을 희미해지게 허락하고
그리움은
많이 남겨주어 고맙다고
끝 말에
한 줄 더 이어 적는다
우체통을 지날 때
더 이상 가슴 설레지 않을 때가 올까 두렵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