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친구라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입 친구라니?

0 개 1,262 조기조

한국에서 오래전에 역할대행이라는 것이 유행했었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SNS에서 유료 아르바이트를 신청하는 것인데 애인의 역할을 하거나 부모, 친구의 역할을 대신해 준다는 것이다. 돈을 받고 하는 부업이니 능청스럽게 잘 해야 하는데 어찌 보면 사기꾼의 소질이 다분해야 잘 하는 일이다. 엄마 대신에 학교에 불려가는 엄마가 있고 데이트 장소에 나타나 집적거리다가 맞고 쓰러지는 건달 역할이 있었다. ‘애인이 되어 드립니다.’는 여성도 있었다. 처음 만나서 손을 잡고 맛있는 것을 먹고 술도 한 잔 하고..... 그러고는 언제 봤냐는 듯이 시간이 지나면 남이 되는 것이다. 애인을 챙기고 데이트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 노력을 안 해도 약간의 지출로 비위를 맞춰주는 이성과 몇 시간 데이트를 즐긴다. 역할을 대행하는 쪽은 고된 일 보다는 이성과 쉬고 놀면서 맛있는 것 까지 얻어먹는 부업이라.....


00956220663babcd2b6206a990f8f825_1674001776_5382.png
 

아이러브스쿨(Iloveschool.co.kr)이라고 있었다. 회원을 가입하고 출신학교와 년도를 적으면 동창들을 연락할 수 있는 곳이다. 폭발적인 인기가 있었다. 물론 스스로 거기에 등록한 사람들끼리만 알 수 있다. 먹고살기에 바빠 학교를 나와 뿔뿔이 흩어진 친구를 찾을 방법이 없던 차에 ‘옛 친구 찾을 사람 여기, 여기 모여라’하니 대박이었던 것이다. 이 사이트가 오래가지 못하여 애석하다. 나도 찾아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런데 찾을 방법이 없다. 주민등록 데이터베이스에 조회하면 되겠지만 사생활보호가 엄격하여 내가 접근할 방법이 없다. 아는 것은 이름과 나이, 학교 정도다. 


텔레비전에서 인기인들이 스승이나 존경하는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을 찾아 나서고 그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어서 잘 보았다. 내가 변변치 못해서 거기에 나갈 일이 없고 또 누가 나를 찾아줄 만한 사람이 아닌 것도 알기에 다음 생에서는 그리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남은 생이라도 베풀고 살자고, 없는 재능이라도 기부하며 살자고.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연애는 하지 않고 키스만 나눌 상대를 의미하는 ‘입친구(쭈이여우; 嘴友)’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입친구라니? 술친구, 밥친구, 동네 친구에 익숙한데 입친구는 생소하다. 사진과 간단한 소개를 보고 골라서 처음 만나 서로 입을 맞추어 보는 것이라는데 그게 쉬울까? 그런데 호기심에 인기 폭발인 모양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연애 경험이 부족하고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사귐 없이 바로 입맞춤을 하기로 만나자고? 나처럼 나이든 사람들은 무얼 하면 좋을까? 


내가 어릴 때는 친구를 동무라고 불렀고 가깝고 친한 친구와는 어깨동무를 하고 다녔다. 아동 잡지도 ‘어깨동무’가 있었다. 북녘에서 상대방을 동무라고 부르는 바람에 어깨동무도 멀어져 갔고 사라져 버렸다. 무의식중에 동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간첩이라고 배웠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안 쓰다 보면 사라지게 된다. 친구는 무어라 해도 코흘리개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가 제일이다. 옛날에는 마땅한 장난감이 없었으니 대나무를 잘라 가랑이 사이에 넣고 말이라고 즐겨 타며 놀았던 죽마고우(竹馬故友)가 있다. 순 우리말로는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해 바지도 입지 않고 내 놓고 놀았던 어릴 때부터의 ‘고추친구’가 있다. 감출 것도 없고 서로 모르는 것이 없는 친구인 것이다. ‘반주깨미’ 하던 친구들이 보고 싶다. 경상도에서는 소꿉놀이를 반주깨미라고 불렀다.


우정을 말하면 관중과 포숙아의 관포지교(管鮑之交)가 있다. 서양에서는 친구를 대신해 죽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데이먼(다몬)의 우정이 있었다. 참주 디오니소스 1세에게 사형을 선고받은 피티아스가 신변 정리를 위해 일시적인 말미를 요구하자 보증인으로 데이먼이 대신 갇혔다가 약속된 시간에 친구가 돌아오지 않아 목이 매달리게 된다. 그 순간에 피티아스가 약속대로 돌아와 제 목을 걸어달라고 한다. 참주는 우정에 감동하여 그들 두 사람을 모두 풀어주었다는 이야기다. 남을 대신해 죽을 수가 있을까. 목숨이 하나뿐이지 않은가?



친구들과 카톡방을 하는데 소위 눈팅(보기)만 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 쉬운 좋아요나 이모티콘 하나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찌 모임에 나오겠는가? 그래도 우리의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좋다. 연말에 전화번호부를 훑어보면서 정리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줄여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무얼 지울까? 그나 나나 몇 년을 소식 없었던 번호. 이를 어찌할까 생각한다. 그도 내가 싫겠지만 미운 녀석도 있다. 부탁이 있을 때만 전화를 하는 녀석이다. 그러니 전화가 올까 두렵다. 엊그제 어떤 친구로부터 몇 년 만에 전화를 받았다. 반가워서 좋아했는데 며칠 후에 청첩장이 날아왔다. 이제 몇 년이나 소식 없던 친구로부터 전화가 오면 반갑기보다 무슨 일일까 싶다.


벗 우(友)자를 써서 친구를 친우라고 하고 학우나 교우, 사우, 전우를 들먹인다.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는 동우회가 왕성하고 문학으로 교우하는 문우들이 또 친분을 과시한다. 친구보고 그 이웃에 집을 사는데 집값 백만에 친구 값 천만이라도 아깝지 않다는 말이 있다. 인생길에 친구 셋만 있어도 성공이라 하는데 늘 함께 하는 반려자가 있으면 그 얼마나 축복이겠는가?


00956220663babcd2b6206a990f8f825_1674001746_317.jpg
 

■ 조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 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276 | 6일전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담은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의 작가 김학철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였던 고 김학철(1916~2001)의 인생을 다룬… 더보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댓글 0 | 조회 164 | 6일전
언젠가 TV에선 얼굴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미국에 얼굴 없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입니다. 태어난 지 2년 반 쯤 되었는데 얼굴이 없답니다…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145 | 6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놀란 일을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부끄럽습니다당신 손 놓치지 않을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기차역에서… 더보기

대자유의 맛, 다선일미의 차 명상

댓글 0 | 조회 130 | 6일전
예로부터 스님들은 차를 마시며 수행을 했다. 차가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벽암록』의 저자인 송대 원오 극근(圓悟 克勤:1063~1135) 선사의 다선일미… 더보기

욕실 리노가 망설여지는 이유

댓글 0 | 조회 589 | 6일전
최근 몇 주 동안 잘못된 욕실 설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고객분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욕실은 단순히 깨끗하고 예쁘게 마감하는 것을 넘어서서, 안 보이는 곳… 더보기

사랑

댓글 0 | 조회 104 | 6일전
시인 정 호승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 더보기

아오테아로아 (멀고 긴 흰구름의 나라)

댓글 0 | 조회 194 | 6일전
식물 줄기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삼각 돛,큰 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통나무 배,긴 나무를 균형지게 본체 좌 우측으로 동여맨 카누에 몸을 싣고,가족과 친지들을 뒤로… 더보기

전하지못한 이야기 ‘해금강’

댓글 0 | 조회 189 | 8일전
지인 j 님께!H 여사와 우리 셋이 모이면 노후의 삶을 어디에서 살면 좋겠냐는 말을 자주 했었지요.서울에서 나고자라 나이먹은 사람들끼리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막연한… 더보기

지피지기 백전백승! 뉴질랜드/호주 의대 제대로 도전하기

댓글 0 | 조회 802 | 8일전
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요즘,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전문직에 대한 직업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의대 치대 약대 등의 …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68 | 8일전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33년을 일 하다가 은퇴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어느 사이 고희(古稀)에 들었고 앞만 보고 가려하는데, 원고 청탁을 받아 잠… 더보기

35. 몸의 진액 부족이 가져다 준 소화 불량과 다양한 문제들

댓글 0 | 조회 479 | 8일전
몸의 모든 신진대사 활동은 물,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의 진액과 관계된다. 그래서 진액이 고갈되면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는 기계의 그리스나 윤활류가 부… 더보기

(A2+) 프리미엄 우유가 온다

댓글 0 | 조회 1,311 | 2024.11.15
완전식품(完全食品)이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을 말한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아닌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 섭취해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 2

댓글 0 | 조회 330 | 2024.11.13
11월 14일 2025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수시전형은 11월 현재 진행중이며 내년 1월 정시전형을 앞두고 있다.2025학년도는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변화가 … 더보기

나는 이런 사람이 좋다

댓글 0 | 조회 356 | 2024.11.06
시인 헨리 나우헨그리우면 그립다고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불가능 속에서도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애쓰는 사람이 좋고다른 사람을 위해호탕하게 웃어 줄 수 있는 사람이 … 더보기

작가 한강의 노고를 기리며

댓글 0 | 조회 374 | 2024.11.06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훌륭한 번역을 통해 세계의 독자들이 비로소 한국문학이라는 두꺼운 책의 한 … 더보기

받아 적고 읽어 주고

댓글 0 | 조회 169 | 2024.11.06
나는 타자(打字)가 서툴고 느리다. 재주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타자하는 수고를 벗어나게 되었다. 말하면 그걸 글자로 바꾸어 주고(STT; Speech t… 더보기

달이와 함께 만난 동물 부처들

댓글 0 | 조회 150 | 2024.11.06
안동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 용과 사슴, 영덕 장육사 대웅전 사자와 코끼리사찰 곳곳에서 만나는 동물들은절을 아름답게 하고 이야기를 담는다.아이가 처음 세상을 배울 … 더보기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댓글 0 | 조회 431 | 2024.11.06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중 “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에 대한 내용이 생각난다. 4촌이 논을 사면 기뻐할 일인데 왜 배가 아파야… 더보기

Panic Attack

댓글 0 | 조회 498 | 2024.11.05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불안감이 나타나는 정신적 증상입니다. 이 발작은 보통 예기치 않게 발생하며, 몇 분 안에 극심한 공포나 불안이 솟구치는 특징이 있습니… 더보기

New NCEA

댓글 0 | 조회 444 | 2024.11.05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 이미 알고계시듯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사교육의 천국입니다. 대형입시학원은 말할것도 없고 입시학원 입학을 위한 또 다른 입시학원, 취업… 더보기

34. 소화기관의 병은 이런 순서로 치료해 보세요

댓글 0 | 조회 328 | 2024.11.05
몸의 각종 부위 중에 피부와 점막들은 손상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외부 세계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자주 접하는 신체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손상… 더보기

아플수록 마음관리를 잘 해야

댓글 0 | 조회 252 | 2024.11.05
장영희 교수님을 아시나요? 제가 이 분 글을 인용하면서 참 좋아했는데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휠체어에 탄 모습으로 환하게 사진을 찍었더군요. 열두 번 예정된 항암… 더보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887 | 2024.11.02
한국인 232만명이 고혈압(高血壓), 당뇨병(糖尿病), 고지혈증(高脂血症)을 모두 앓고 있는 복합 만성질환자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며, 나이…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1

댓글 0 | 조회 499 | 2024.10.31
대한민국은 4대 개혁 의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그리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그 중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2024년 2월 초 20여년동안 정원 변화 없이 한… 더보기

33.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의 축

댓글 0 | 조회 416 | 2024.10.30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장건강을 지배하고, 장건강은 뇌에 바로 영향을 준다고 말해 왔다. 그리고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이 하나의 축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