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우리아이 어쩌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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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우리아이 어쩌면 좋을까요..?

0 개 1,297 김준

옛말에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이 없이 사는것이 진정한 행복을 누리며 사는 길이라는 말인데.. 사실 이렇게 문어적으로 해석하면 절대로 안된다는건 다들 아시겠죠. 사실 이 속담은 세상의 모든 부모가 지고가야 할 숙명, 자식때문에 긴장하고 자식때문에 속이 썩고 자식때문에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피할 수 없는 고통을 반어법으로 묘사했다고 보는게 당연할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내 아이를 품에 안는 그 순간부터 그 아이의 아이를 보게되는 날 까지 부모는 낳을제 괴로움은 다 잊은체 기를제 밤낮으로 애써야만 합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양육기간이 길어져서 서른살이 넘을때까지 자녀들을 돌봐야하고 심지어는 소위 ‘캥거루족’이라해서 부모 생전엔 절대로 독립할 의사가 없는 신인류도 있다하니,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속담을 정말 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저 어릴때만해도 언제나 어른이 되서 부모님의 규율과 감독을 벗어나 독립할 수 있을까 고대하곤 했었는데 요즘 젊은 청년들에겐 그런 마음이 아무래도 덜한가봅니다. 세대가 변하면서 아이들이 규율에 맞춰 훈육되기보다는 자율에 맡겨 양육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이 자녀들의 사고가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바뀌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부모님들은 세대를 지나고 지나도 여전히 똑같은 마음으로 자녀들을 대한다는 사실입니다. 저만 보아도 제 부모님께서 저를 향해 품으셨던 그 염려를 제 아이들을 항하여 똑같이 품고 있으니.. 그래서 자식 낳아봐야 부모맘을 안다는 말이 있는걸까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이유로 학부모님들과 종종 대화할 기회를 가지곤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나실제 괴로움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타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겁니다. 대화의 시작은 학생이 현재 겪고있는 부진함의 이유와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지만 대화의 끝은 대부분 어머님들의 한탄섞인 넋두리인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리고 그 불만 어린 한탄의 대부분은 한 단어로 귀결됩니다. 바로 ‘게으름’입니다. 


게으름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속담이 있지요. ‘게으름 병은 나랏님도 못고친다’ 는 속담 말입니다. 게으른 천성이 얼마나 끈질기고 고치기 어려우면 백성의 생사여탈권을 쥐고있는 나랏님마저도 그 병을 못고친다 했을까요. 우리나라뿐 아닙니다. 세상엔 게으름에 경종을 울리는 가지가지 속담과 격언들이 차고 넘칩니다. 인간의 역사를 이끌어 온 대다수의 주역들이 근면과 성실함의 바탕위에 능력을 덧입혀 업적을 이루어 온 만큼 게으름은 한 인간이 인류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에 가장 큰 장애가 되는 성격적 결함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게으른 자녀들을 바라보며 한숨도 쉬고, 화도 내고, 달래고 얼러가며 게으름의 마수에서 벗어나 성실함의 성공궤도를 달려가길 원하시는 겁니다. 그리고 그 내면엔 내가 젊은 시절에 조금만 더 부지런했더라면 지금쯤 더 큰 성공을 일구었을텐데.. 하는 일말의 후회가 깔려있는 것 또한 사실일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게으름에도 몇 가지의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병적인 게으름은 사실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정도로 고쳐지기 힘든 신경학적 증상입니다. 대부분 알콜중독이나 마약중독과 같은 신체 외적인 요인으로 시작해서 성격파탄이 발생했거나 유년기의 트라우마에서 기인하는 정신질환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합니다. 그러니 부모님들께서 걱정하시는 게으름은 사실은 이런 정신의학적 증상이라기보다는 어떠한 성향의 표현 정도로 생각하시는게 옳을듯 합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서 찾아볼수 있는 성향적인 게으름은 자극둔감형 게으름과 완벽주의형 게으름으로 구분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게으른 청소년들은 이 두가지 성향을 동시에 보여주는데요.  


자극 둔감형 게으름이란 어떠한 상황에서 자신이 쏟아붇는 노력에 비해 반대급부로 주어지는 보상이 그리 탐탁지 않을 때 발생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하루종일 뼈가 빠지게 일을 했는데도 기대되는 수익이 푼돈에 불과하다면 당연히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청을 부리거나 게으르게 업무에 임할겁니다. 아무리 애써봤자 손에 쥐는 것이 적은데 뭐하러 기를 쓰고 땀을 흘릴까요. 마찬가지로 우리의 아이들도 같은 인간이기에 공부에 대해 비슷한 반응을 보여줍니다. 아무리 애를쓰고 오랜시간을 책상앞에 붙어앉아 공부를 한다해도 그 결과가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만한 무언가가 아니라면 학생도 당연히 게으른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습니다. 딴청을 부리다가 낙서를 하다가는 몰래 음악을 듣고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전화기를 책갈피에 숨겨놓고 SNS에 몰두합니다. 아이의 입장에선 그게 더 행복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어른들은 이것을 적성이 안맞는다. 공부성향이 아니다..등등의 표현으로 묘사합니다. 왜냐하면 공부에 대해 관심 자체가 없는 것으로 비추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렇게 공부와는 영영 작별한듯 보이는 이 아이들에게 학습욕구를 불러 일으키려면 도데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상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직접적인 공부방법을 제시 하는것이 효과적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을때 주어지는 보상이 단기적으로 혹은 장기적으로 학생의 기준에서 보았을때 어느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를 차근차근 따져가며 대화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이 금전적인 보상이든 인기가 급상승하는 것이든 꼭 이루고싶은 소망에 다가가는 것이든 그 무엇이던간에 그 보상의 가치가 명료하고 대체불가 할수록 아이들은 공부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공부에 관심을 보인다해서 모든 염려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자극 둔감형 게으름장이들은 공부의 실제적 과정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어린아가 이유식 먹이듯 공부의 실천 방법부터 하나하나 떠 먹여줘야 합니다. 이런 시간이 꾸준히 지속된다면 머지 않아 제 스스로 알아서 책을 펴는 학생들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자극 둔감형 게으름에 비해 완벽주의형 게으름은 해결방법을 제시하기가 좀 더 어렵습니다. 그리고 부모님들께서 걱정하시는 게으른자녀들의 유형이 대부분 완벽주의형이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큽니다. 혹 이렇게 생각하실수 있습니다. 우리집 게으름 대마왕이 완벽주의 형이라고? 그 덜렁이가? 매일같이 뭐 하나 빼먹지 않고 학교가는 날이 없는 애인데 설마 그 녀석이 완벽주의?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완벽주의는 깊게 사고하고 명철하게 판단하며 날카롭게 사태를 분석하고 실수없이 일을 마무리짓는 완벽주의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나 실패가 떠올라서 오밤중에 이불킥을 하는 성격에 더 가깝습니다. 지나간 실수에 연연해 하고 그래서 앞으로 다가올 실수를 두려워하는 성격, 혹시라도 일이 틀어져서 낭패를 보게될까 두려워서 전전긍긍하거나 아예 그런 부담감이 싫어서 시도조차하지 않으려는 성격이 여기에서 등장하는 완벽주의인 것이지요.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주기적으로 이불킥을 시전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우리의 아이들이 겪는 게으름의 증상은 완벽주의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듯 합니다.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학생들은 부담감을 못견뎌 합니다. 긴 시간동안 자리에 앉아 공부해야 하는 학습구조 자체가 너무 부담스럽고 불편합니다. 게다가 어쩌다 한 두번 성실한 학생 코스프레를 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이후론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하기 마련입니다. 할수만 있다면 학교를 그만두고 공부가 없는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리될리 만무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무언가 자신의 흥미를 자극하고 두 눈을 반짝이게 하는 것에 빠져들기 쉽습니다. 다양한 취미를 즐기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유행에 민감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 하나라도 만족스런 결과나 발전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 뻔한 스토리에 진절머리가 나서 바로 손절을 선언합니다. 불보듯 뻔한 이불킥은 미연에 방지하는게 좋으니까 말이지요. 흔히들 싫증을 빨리낸다는 말로 이런 증상을 표현합니다. 


학생의 성향이 이렇게 전형적인 후회형 완벽주의로 흘러가기 시작하면 부모님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입니다. 옷차림은 화려해지는데 성적은 떨어지고, 주변에 친구는 많아지는데 책상위에 책은 줄어들고, 취미에는 점점 고수가 되어가는데 본업인 공부에는 점점 하수가 되어가고 있으니 관심을 안가질래야 안가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정황상 누가보더라도 딱 진단이 나오지요. 아! 이녀석 공부안하고 허파에 바람만 잔뜩 들어가 있구나... 그래서 아이와 공부에 대해 대화를 하거나 아니면 야단이라도 칠 양이면 어이없게도 제가 오히려 화를 냅니다. 누구는 공부 잘하고 싶지 않은 줄 아느냐.. 나도 잘하고 싶다.. 그런데 잘 안되는걸 어찌하느냐.. 라고 울분을 토합니다. 때로는 울분이 지나쳐 꺼이꺼이 통곡을 하다가 실제로 토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런 학생들은 자신도 스스로의 문제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더 정확히는 자신의 완벽주의적 성향이 학습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들은 자부심에 민감합니다. 칭찬에 목말라하지만 그것이 공치사였을때 분노하기도 합니다. 누군가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미리 읽고 해결점을 제시하며 끌어준다면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할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은 그들에게 맞는 학습법에 따라 공부해야만 합니다. 기본적으로 학생의 성실함을 바탕으로 디자인되고 운영되는 전통적인 학습법을 고집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쉽습니다.  


그럼 전체 한국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완벽주의자 학생들의 학습지도는 어떠한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할까요? 


우선 첫째로 학생이 가지는 학습량에 대한 중압감을 덜어주어야 합니다. 공부할 양이 기본적으로 많은데 어떻게 학습량을 줄일수 있느냐고 반문하실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학습계획을 세울때 고려하는 학습내용의 대부분이 기존의 지식을 반복적으로 연습해서 습관화시킬 목적으로 준비된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학습량 줄이기가 크게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을겁니다. 예를 들어 시험준비를 할 때 전체 시험범위의 기출문제를 모두 다 풀어보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출제빈도와 배점이 높은 부분의 문제를 집중공략해 점수를 올리는 방향으로 공부한다면 학습량을 거의 반으로 줄일수 있습니다. 또한 이 부류의 학생들은 자신의 질문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학습을 통해 도출되는 학생의 질문에 최대한 성실한 답변을 해 줄 누군가를 연결해주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친구나 형, 누나 일수도 있고 과외선생님이 될수도 있겠습니다. 질문만 잘 해결되어도 이 완벽쟁이들은 금방 의욕이 상승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의 지적 딜레마를 주변의 누군가가 존중해 주었다는 만족감에서 기인할 수도 있겠습니다. 


첫번째 관문인 학습량 줄이기가 완료되었다면 이를 바탕으로 학습시간을 줄여야 할 차례입니다. 그나마도 공부를 안하는데 학습시간을 줄이라는게 말이야 당나귀야 하시며 혀를 차실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 이 친구들은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혀 놓는다해서 절대로! 절대로! 공부하지 않습니다. 아니 문제를 풀고 노트를 적고 밑줄을 그으면서 공부하는 모양을 흉내낼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지식의 보관소이자 논리처리장치인 두뇌를 사용하지는 않을겁니다. 언제까지요? 막바지 시간이 되어서 더 이상 물러나거나 피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때까지요.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요? 아예 그 막바지 시간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여주는 것이 차라리 더 나은 방법입니다. 그 편이 부모님들의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실겁니다. 하루종일 책상앞에 앉아서 연필 입에 물고 공상에 빠져있는 모습을 지켜보시는 것 보다는 말이지요. 


이 완벽쟁이들의 학습 효율성을 높여주는 것은 약간의 사전 지식과 준비를 필요로 합니다. 


첫째로 레이싱의 시작이자 막판 스퍼트인 그 짧은 시간에 체력이 딸리지 않도록 지도하셔야 합니다. 다른 친구들은 시험시간이라서 도서관에 가 앉았는데 혼자만 축구하러 간다고 집을 나설때.. 운동보다는 집에서 영화를 한편 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해 주셔야 합니다. 그러면 내심 안도하며 집을 나서던 발걸음을 돌려 소파로 가 앉을겁니다. 말은 안하지만 속으론 굉장히 불안해 하고 있으니 운동으로 힘 빼는게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아챌테니까요. 둘째로 본격적인 공부에 필요할만한 자료들을 준비해 주시거나 준비하도록 독려하셔야 합니다. 친한 엄마에게서 들었는데 이번 학교시험은 몇년도 기풀문제와 비슷하게 나올거 같다던데.. 하는 식으로 유도하셔서 미리 자료를 준비해 놓도록 끌고 가셔야 합니다. 셋째로 자꾸 쉬었다가 하라고 말씀하시는게 좋습니다. 솔직히 저 같아도 진짜로 침대에 드러누울까봐 걱정될거 같기는 한데 교육 전문가들의 충고가 그러하니 그대로 소개해 드립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청개구리가 있습니다. 산으로 가라하면 강으로 가고 이것 좀 가져가라 하면 저것을 가져오는 청개구리 말씀입니다. 누구나 다들 잘 아시는 이야기인데요. 도데체 청개구리는 왜 엄마 말씀을 그렇게도 안들었을까요? 염려가 많고 계면쩍어서 그랬을겁니다. 어쩐지 엄마가 시키는대로 하는게 조금 어리숙한거 같고 다 큰 나이에 부끄럽다는 마음이 들었을 겁니다. 완벽쟁이들도 그렇습니다. 이들은 주변보다는 자신에게 더 관심이 많고 은근히 스스로를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변인들의 지시나 충고에 반감을 가지는 경향도 강합니다. 이런 친구들에게 조금 더 공부하고 쉬어라, 조금 더 공부하고 자라.. 말씀하시는 것은 그리 좋은 지도방법이 아닙니다. 차라리 반대로 더 쉬라고 하시는게 이런 부류의 학생들에게는 더 자극이 되고 부담감이 줄어 홀가분하게 공부할수 있습니다. 


학교별로 중간고사나 텀 시험이 끝나고 이제 2023년의 하반기를 바라보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지난 몇년간 각 과정의 연말시험 시기가 몇 주씩 앞당겨져서 이제는 Term 3 가 끝나면 연말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Term 4의 부재가 당황스러운 한 해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게으른 학생들이라도 이제 슬슬 불안감이 오르기 시작할텐데 바라기는 이들을 지혜롭게 인도하셔서 올 한해 만족스런 결과로 마무리하실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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