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용기로 청룡열차를 타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이상한 용기로 청룡열차를 타고

0 개 747 김지향

60을 넘어서고 나서부터 내 지능은 머리카락처럼 점점 더 하얘져만 간다. 이런 나에게 대놓고 무식하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농담 섞인 말이겠지만, 사실이 그러하니 섭섭하지도 않다. 어쩌면 그 무식함을 즐기면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2살짜리 손녀도 디지털 TV리모컨을 제대로 못 다루는 할머니의 무식함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지경이다. 관심이 없는 분야에는 아예 담을 쌓고 살아왔던 내가 만들어낸 결과이며,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식이 약한 까닭이기도 하다.


나에게 우리 가족들은 무척 관대했다. 집안에서 여왕처럼 굴도록 내버려 뒀다. 무식한 게 무기이도록 내버려 뒀다. 언제든지 도와주면 된다고 생각해서였을 것이다. 특히 영어에 있어서는 더 그래왔다.


당신의 이름 석 자만 쓰고 읽을 줄 알았던 우리 할머니가 생각난다. 살림도 잘하시고 요리도 잘하시고 바느질도 잘하시고 현명하기 그지없으신데, 한글은 못 깨우치셨다. 차일피일 미루시다가 결국 이름 석 자 쓰는 걸로 끝을 내신 거다.


내가 타국에 와서 할머니와 같은 처지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할머니도 나처럼 여러 번 시도해 보셨을 거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할머니가 한글을 못 깨우친 데에는 잠재의식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몰라도 살 수 있다는 생각도 한 몫했을 것이고.


나라고 우리 할머니와 다를 게 뭐가 있겠나? 무식하다는 말을 들어도 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우리 할머니가 무식하셨다고 100% 인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무식한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무식함을 인정하고 수용하게 된다. 그렇다고 영원히 무식하게만 살고 싶지는 않다. 


나는 작년 한 해 동안 젊은 사람들 속에서 친절한 그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함께 공부하고 여행했다. 그러는 동안에 굳은 몸과 마음을 유연하게 하느라 애썼다. 네트워크 시대에 발맞춰 가기위한 노력이었다.


9월 초에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을 위한 2주의 합숙 생활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 같다. 상위 스폰서들의 열정과 사랑을 고스란히 받은 경험이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용기를 내서 한 달 반 동안 혼자서 대도시 생활을 해나갔다.


성남시 모란시장 근처에 숙소를 잡아 놓고, 지하철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코로나에 걸려 혼자 버티며 고생하기도 했다. 한국 사람들은 독감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코로나였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10월의 마지막 날을 앞두고, 한 겨울 보다도 더 춥게 느껴지는 한국을 뒤로 하고 집에 도착하니, 여독과 더불어 코로나 후유증으로 한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현저하게 떨어진 체력으로 주치의를 만나니 혈액 검사 결과가 엉망이었다. 한국 가기 바로 전까지는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피를 많이 흘렸느냐고.


요즘의 나는 한여름의 정서를 즐기며 산책을 한다. 마트에서 잘생긴 배추와 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와서 김치를 담근다. 한결 좋아진 입맛으로 텃밭의 채소에 삼겹살 구이와 쌈장을 얹어서 맛있게 먹는다. 코로나 후유증. 이 또한 다 지나간 것이다.


1년 전부터 줌 미팅을 통해 사업에 필요한 수업을 일주일에 한두 시간씩 듣고 있다. 한국어로 수업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영어로 수업한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수업이니, 못들을 것도 없다. 들리건 안 들리건 무조건 듣는다. 


1년이란 세월이 참 빠르게도 지나갔다. 새로운 걸 배우는 게 힘들어서 회의를 느낀 적도 몇 번 있었다. 젊은 사람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나에게는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인문학 강연은 재미있었다.


앱 사용을 하는 단순한 작업까지도 왜 그렇게 힘들고 버거웠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배우고 익힐 게 너무 많고 경험으로 배워나가야 할 것들이 쌓여 있지만, 처음의 암담함으로부터는 많이 벗어났다. 하면 된다는 생각도 든다. 장족의 발전이다.


이틀 전에 귀 청소를 하러 갔다. 2년 전에 내 귀지 상태가 엉망이었을 때 아주 친절하게 잘 치료해주었던 분을 만났다. 일반인들과 달리 내 오른쪽 귀의 귀지는 6개월마다 빼내어야 했다. 젖은 귀지가 굳어서 귓속 벽에 단단히 붙어버리기 때문이다.


치료 첫날에 귀지를 떼어내는 시도를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며칠 후로 미루게 되었다. 그동안 올리브 오일을 귓속에 떨어뜨리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하고 다시 찾아가니, 아프지 않게 잘 떼어서 꺼냈다. 그날의 치료는 무료이기까지 했다.


나는 그 이후로 6개월마다 그녀를 찾아갔고, 그때마다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집으로 왔다. 슈퍼 골드 카드가 나오기 몇 달 전에도 시니어 가격으로 치료를 해주는 것을 보면서 그녀의 심성이 무척 착하다는 걸 알았다. 항상 손님이 만원인 이유를 알 것 같다.


며칠 전에 그녀를 찾아갔을 땐, 작은 신년 선물을 하나 가지고 갔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 물건 들 중 하나인데, 핸드크림이었다. 4개 한 세트에 $25 인데, 그 중 하나만 가지고 갔으니, 부담감 없이 받을 수 있는 $6.25 짜리 선물이었다.


아주 싼 거라고 말했는데도 그녀는 감동의 눈빛으로 귀 청소 요금을 받지 않겠단다. 뒤에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냥 넘기면 안 될 거 같아서 집에 있는 몇 가지 생필품들을 챙겨 숍에 살짝 놓고 왔다.


지금 그녀는 내 회원이 되었으며, 친구가 되었다. 이번 주 며칠 만에 일어난 기적 같은 일이었다. 처음 자신을 만났을 때보다 내 영어가 많이 늘었다고 하면서 격려까지 아끼지 않는 그녀. 우리는 짧은 사이에 너무나 가까워졌다. 네트워크 마케팅이 나에게 준 선물이다.


 “Thank u my friend 

Have a lovely night” 라는 그녀의 메시지를 받고 너무 기뻤다. 


앞으로 나는 네트워크 마케팅을 통해 많은 친구들을 사귈 예정이다. 지루하고 심심한 파미에서 성곽을 쌓고 그 안에서 왕비마마 행세를 했었던 내가 성곽의 문을 활짝 열게 된 건 모두다 네트워크 마케팅을 하겠다는 용기 덕분이었다.

어쩌다 한 번씩 나는 이상한 용기가 난다. 뉴질랜드에 올 때도 이상한 용기 덕분에 오게 되었는데, 이 사업 또한 마찬가지이다. 


2001년 2월 새벽에 파미 역에 도착했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어린애들을 기차에 태워서 담요를 덮어 재워가면서 밤을 지새웠더니, 어느덧 파미에 도착했다. 겨울처럼 추웠던 새벽 공기. 차가운 공기 안에 희망이 들어 있었다.


지금 나는 그때의 희망이 되살아나고 있다. 하늘과 땅이 다 노한 듯 이상기온으로 온 세상이 들썩 거리고, 지진과 해일이 땅을 고르고 있는 작금의 시대에 2024년은 청룡의 기상으로 솟아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이상한 용기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2024년의 청룡열차가 어디까지 갈지 잘 모르겠으나, 단순하게 무식하게 지극정성으로 열정을 담아 느긋함을 잃지 않으며 정도의 레일 위를 달려가리라. 아자 아자 아자!!!


41c68a8d7fc59fa7e17262892e2ad33c_1705456093_147.jpg
▲ 서양화 화가 김남향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265 | 4일전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담은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의 작가 김학철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였던 고 김학철(1916~2001)의 인생을 다룬… 더보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댓글 0 | 조회 157 | 4일전
언젠가 TV에선 얼굴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미국에 얼굴 없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입니다. 태어난 지 2년 반 쯤 되었는데 얼굴이 없답니다…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139 | 4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놀란 일을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부끄럽습니다당신 손 놓치지 않을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기차역에서… 더보기

대자유의 맛, 다선일미의 차 명상

댓글 0 | 조회 122 | 4일전
예로부터 스님들은 차를 마시며 수행을 했다. 차가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벽암록』의 저자인 송대 원오 극근(圓悟 克勤:1063~1135) 선사의 다선일미… 더보기

욕실 리노가 망설여지는 이유

댓글 0 | 조회 572 | 4일전
최근 몇 주 동안 잘못된 욕실 설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고객분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욕실은 단순히 깨끗하고 예쁘게 마감하는 것을 넘어서서, 안 보이는 곳… 더보기

사랑

댓글 0 | 조회 101 | 4일전
시인 정 호승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 더보기

아오테아로아 (멀고 긴 흰구름의 나라)

댓글 0 | 조회 187 | 4일전
식물 줄기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삼각 돛,큰 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통나무 배,긴 나무를 균형지게 본체 좌 우측으로 동여맨 카누에 몸을 싣고,가족과 친지들을 뒤로… 더보기

전하지못한 이야기 ‘해금강’

댓글 0 | 조회 184 | 6일전
지인 j 님께!H 여사와 우리 셋이 모이면 노후의 삶을 어디에서 살면 좋겠냐는 말을 자주 했었지요.서울에서 나고자라 나이먹은 사람들끼리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막연한… 더보기

지피지기 백전백승! 뉴질랜드/호주 의대 제대로 도전하기

댓글 0 | 조회 788 | 6일전
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요즘,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전문직에 대한 직업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의대 치대 약대 등의 …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64 | 6일전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33년을 일 하다가 은퇴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어느 사이 고희(古稀)에 들었고 앞만 보고 가려하는데, 원고 청탁을 받아 잠… 더보기

35. 몸의 진액 부족이 가져다 준 소화 불량과 다양한 문제들

댓글 0 | 조회 460 | 6일전
몸의 모든 신진대사 활동은 물,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의 진액과 관계된다. 그래서 진액이 고갈되면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는 기계의 그리스나 윤활류가 부… 더보기

(A2+) 프리미엄 우유가 온다

댓글 0 | 조회 1,307 | 9일전
완전식품(完全食品)이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을 말한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아닌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 섭취해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 2

댓글 0 | 조회 328 | 2024.11.13
11월 14일 2025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수시전형은 11월 현재 진행중이며 내년 1월 정시전형을 앞두고 있다.2025학년도는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변화가 … 더보기

나는 이런 사람이 좋다

댓글 0 | 조회 349 | 2024.11.06
시인 헨리 나우헨그리우면 그립다고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불가능 속에서도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애쓰는 사람이 좋고다른 사람을 위해호탕하게 웃어 줄 수 있는 사람이 … 더보기

작가 한강의 노고를 기리며

댓글 0 | 조회 372 | 2024.11.06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훌륭한 번역을 통해 세계의 독자들이 비로소 한국문학이라는 두꺼운 책의 한 … 더보기

받아 적고 읽어 주고

댓글 0 | 조회 168 | 2024.11.06
나는 타자(打字)가 서툴고 느리다. 재주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타자하는 수고를 벗어나게 되었다. 말하면 그걸 글자로 바꾸어 주고(STT; Speech t… 더보기

달이와 함께 만난 동물 부처들

댓글 0 | 조회 146 | 2024.11.06
안동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 용과 사슴, 영덕 장육사 대웅전 사자와 코끼리사찰 곳곳에서 만나는 동물들은절을 아름답게 하고 이야기를 담는다.아이가 처음 세상을 배울 … 더보기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댓글 0 | 조회 428 | 2024.11.06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중 “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에 대한 내용이 생각난다. 4촌이 논을 사면 기뻐할 일인데 왜 배가 아파야… 더보기

Panic Attack

댓글 0 | 조회 497 | 2024.11.05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불안감이 나타나는 정신적 증상입니다. 이 발작은 보통 예기치 않게 발생하며, 몇 분 안에 극심한 공포나 불안이 솟구치는 특징이 있습니… 더보기

New NCEA

댓글 0 | 조회 438 | 2024.11.05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 이미 알고계시듯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사교육의 천국입니다. 대형입시학원은 말할것도 없고 입시학원 입학을 위한 또 다른 입시학원, 취업… 더보기

34. 소화기관의 병은 이런 순서로 치료해 보세요

댓글 0 | 조회 327 | 2024.11.05
몸의 각종 부위 중에 피부와 점막들은 손상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외부 세계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자주 접하는 신체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손상… 더보기

아플수록 마음관리를 잘 해야

댓글 0 | 조회 245 | 2024.11.05
장영희 교수님을 아시나요? 제가 이 분 글을 인용하면서 참 좋아했는데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휠체어에 탄 모습으로 환하게 사진을 찍었더군요. 열두 번 예정된 항암… 더보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885 | 2024.11.02
한국인 232만명이 고혈압(高血壓), 당뇨병(糖尿病), 고지혈증(高脂血症)을 모두 앓고 있는 복합 만성질환자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며, 나이…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1

댓글 0 | 조회 497 | 2024.10.31
대한민국은 4대 개혁 의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그리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그 중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2024년 2월 초 20여년동안 정원 변화 없이 한… 더보기

33.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의 축

댓글 0 | 조회 415 | 2024.10.30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장건강을 지배하고, 장건강은 뇌에 바로 영향을 준다고 말해 왔다. 그리고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이 하나의 축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