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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의 음과 양이 서로 긴밀하게 연관을 맺고 있는 것처럼, 사람의 몸과 마음 역시 서로 다른 듯하지만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이치에 근거하여 한의학에서 질병을 치료할 때에는 사람의 몸뿐 아니라 그 마음까지 함께 생각하게 되는데, 몸이 아파서 마음까지 병이 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음이 아파서 몸까지 병이 든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불치병이나 만성적인 질병을 앓는 환자는 몸의 질병이 마음에까지 영향을 미쳐 그 마음이 몹시 지치고 신경질적으로 변하기 쉬우며, 반대로 마음이 아파 몸까지 아픈 경우는 가장 쉬운 예로 화병이 들기 쉽다.
화병은 말 그대로 격렬한 감정이나 마음의 흥분이 장기에 쌓여 일어나는 병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화병 환자는 주로 시어머니와 갈등이 있거나 자녀 교육으로 골치를 앓는 등 스트레스의 원인을 알면서도 그것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여성들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 들어 화병은 여성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직장인이나 학생 등 사회 구성원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화병은 이렇게 화를 안으로 억누르고 꾹꾹 참는 사람 뿐만 아니라, 반대로 화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앞뒤 가리지 않고 폭발하는 사람에게도 잘 나타난다.
화병의 증세로는 불면, 피로, 우울함, 소화불량, 식욕부진 등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또한 위로 치솟는 화의 성질 때문에 두통과 얼굴이 달아오르며, 매핵기 증세와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화병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므로 스트레스를 그때 그때 풀 수 있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가지는 것이 좋다.
그 한 예로 화가 날 때 들이쉬는 숨보다 내쉬는 숨을 좀더 길게 하여 호흡하는 데, 이때 가슴으로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배로 숨을 쉬면 화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또는 스톱 요법을 활용하여 ‘오늘은 이쯤에서 모든 걸 덮는다’ 라든지 ‘직장 일은 결코 집으로 가져가지 않는다’ 등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방지하는 전략을 세워 보는 것도 좋다.
스톱요법이란 화를 오랫동안 쌓아두지 말고 화가 치밀어 오르면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 화를 분산시킴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한의학에서는 화병을 두 가지로 나누어 치료를 한다.
첫째는 심화(心火)로 인한 화병이다. 평소에 예민하거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고 많이 참는 사람들한테서 나타난다. 불면증과 우울증, 손발이 차고, 상기(上氣) 증상을 나타낸다.
상기 증상이란 열이 상부로 치미는 것을 뜻하는데 안면 홍조와 혓바닥이 타는 증상을 보인다.
둘째는 간화(肝火)로 인한 화병이다. 눈이 자주 충혈되거나 목덜미, 어깨 쪽이 항상 뻣뻣하고 결리며, 소화가 잘 되질 않고 늘상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이다. 과로하거나 음주가 잦은 사람들한테 주로 나타난다. 이 두 가지 원인을 잘 구분하여 한약치료를 하게 되면 기대 이상의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