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혼중계약서는 어느정도 유효한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혼전/혼중계약서는 어느정도 유효한가

0 개 606 강승민

기존 두 칼럼에 걸쳐서 Property (Relationships) Act 1976, 즉 뉴질랜드 재산분할법 상으로 언제 어떻게 ‘부부관계’(사실혼 포함)가 정의되고 기본적인 재산분할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 다루어보았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contracting out agreement, 즉 혼전 및 혼중 계약서에 대해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Contracting out agreement 은 뉴질랜드 재산분할법 21조에서 인정하는 절차입니다. 즉 양측이 ‘재산분할법이 적용되게 하지 말고 우리가 따로 합의하자’라고 하는게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셨다면 들어보셨을 수도 있는 소위 ‘pre-nup’ (pre-nuptual agreement) 혹은 ‘post-nup’ 과 원리는 같습니다


결혼/사실혼 시작 전에 (혼전) 작성하던, 관계 중에 (혼중) 작성하던 법률 상으로는 똑같이 contracting out agreement으로 불리고 차이가 없습니다. 21A조에 의거하여 별거 후에 작성하는 separation agreement 만 표현을 살짝 달리합니다.


양쪽 부부가 거의 비슷한 재산으로 시작을 한다면 계약서 작성은 무의미할 수 있습니다. 나눌때에도 똑같이 반반 나눠가져가면 깔끔할테니깐요. 다만 특정 재산은 특정인이 가져간다라고 하는 부분을 미리 동의해 놓는 등의 경우에 쓰임새가 있을 수 있을겁니다.


위와 달리 양쪽의 재산 차이가 클 때에는 재산이 많은 쪽에서 보통 계약서 작성을 요청해오는 경우가 종종 있을겁니다. 안그러면 무조건 반반 가져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불합리해지는 경우도 있으니깐요.



혼전/혼중 계약서가 유효하려면 아래와 같은 조건들을 맞춰야 합니다.


첫째, 서면으로 (in writing) 작성되어야 하고, 양측이 모두 서명을 해야 합니다.


둘째, 양측이 모두 독립적인 법적 자문을 받아야 합니다. 한 변호사가 양측에 동시에 조언을 줄 수 없습니다. 예를들어 부부가 공동으로 집을 사려고 할 때 conveyancing을 맡아주신 변호사님께서 혼중계약서 쓰라고 추천을 해주실 수는 있지만, 그 변호사님께서는 양쪽이나 어느 한 쪽에도 재산분할에 관한 조언을 주시면 안되고, 두 부부에게 각각 다른 변호사를 쓰라고 추천을 해 주셔야 합니다.


셋째, 양측의 서명이 각각 변호사에 의해서 목격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각각 자기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그 앞에서 사인을 하는게 일반적이고, 판례로 확실히 정해진 건 아직은 없지만 요새같은 전자시대에는 비디오톡 등을 이용하여 얼굴을 본 후 전자사인을 넣는 것도 유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절차나 합의내용 자체가 합리적이라면).


넷째, 각각 변호사도 “자기 고객에게 계약서의 효력과 영향에 대해서 설명했다”라고 인증하며 사인을 해야 합니다.

위와 같은 조건들 때문에, 그리고 특히 회사나 Family Trust를 소유했다거나 다른 이유로 재산이 복잡한 경우에는, 당사자끼리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보다는 변호사를 찾아가서 작성부터 부탁하게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계약서 해석이나 효력에 의문이 생기거나 적용되는 범위에 구멍이 나있거나 (소위 loophole) 한다면 가정법원 판사들은 빈틈에 대해서 가차없이 법을 적용시키기 때문에, 변호사를 통해서 빈틈없이 꼼꼼하게 작성하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만약에 ‘A가 집도 해오고 기여한 재산도 많은데 B는 재산 한 푼도 안가져왔으니까 나갈 때에도 한 푼도 못가져간다’라고 계약서를 작성하면 어떻게 될까요? 제가 B의 변호사라면 위 ‘둘째’ 조건에 의해서 사인을 거부함으로써 계약을 무효화시키겠지만, 만약에 B가 A의 협박이던 기타 이유로 또 다른 변호사를 찾아갔더니 사인과 인증까지 해버렸다면?


그 경우에도 21J조에 의거하여  B는 나중에 (보통은 별거 후에 하지만 관계중이라도) 가정법원에 혼전/혼중계약서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가정법원 판사는 아래 여러가지 요인들을 고려하여 serious injustice, 즉 계약서가 심각하게 부정, 부당, 불공평하다고 판단하면 계약서를 통채로 취소시키고, 법이 통채로 적용되도록 만들겁니다:


• 계약서 조항들(과 그 안에 작성된 문구들)이 어떠한지

• 계약서 작성으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많이 흘렀으면 흘렀을수록 취소시키기가 어려워지긴 합니다) 

• 계약 당시에도 불공정/불합리 했는지

• 계약 이후 상황이 변해서 불공정/불합리하게 변했는지

• 당시에 양측 당사자들이 계약을 함으로써 확실성을 원했다는 점

• 기타 법원에서 관련된다고 판단한 요인들



2000년대까지는 사실혼이 적용된지 오래되지도 않았고, 가정법원이 21J조에 의거하여 쉽게 계약서들을 취소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계약서들도 많이 작성들을 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 계약서를 연달아 취소시키기 시작한 판례들이 나오면서 얘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약에 B라는 분이 A와 함께 오랜생활 가정에 충실하며 생활비를 벌어들이고 같이 썼다면, 혹은 집안일과 자녀양육에 집중하면서 A가 ‘바깥일’에 집중할 수 있게 조력했다면, 혹은 A가 가져온 집이나 다른 재산을 개선시켰다면, ‘한 푼도 못가져간다’라는 부분은 심각하게 불공평하다고 고려되어 계약서가 통채로 취소되고 법이 적용되어 반반 가져가게 되는 확률이 꽤 높아보입니다.


그럼 이렇게 취소될 수도 있는 혼전/혼중계약서는 애초에 작성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 왜 이렇게 열심히 설명하고 앉아있냐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취소될 수도 있다’는 거지, 모든 경우 취소된다는 건 아닙니다. 그러면 재산분할법 상으로 인정한 절차 자체를 무효화 시키는거나 다름없으니깐요. 오히려 저는 계약서 작성을 추천드립니다. 합리적으로 동의된 계약서는 긴 소송과 변호사비용을 아낄 수 있게 해줄테니깐요.


법이랑 똑같은 내용으로 작성할게 아니라면 (그럴거면 만드는 의미도 크게 없겠죠..) ‘100% 취소안되는 계약서다’라고 하는건 없을테니, 대략 (1) 한푼도 못 가져가는 것과 (2) 반반 가져가는 것의 중간 어디쯤으로 합의를 하면 적절하지 싶습니다. 예를들어 혼전에 발생한 재산들은 혼전가치를 따져서 한쪽의 재산으로 정해두고, 그 이후에 증가된 재산들은 전부 반반으로 나눈다 이런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A의 집이 결혼당시 순 가치 (value 에서 mortgage 금액 뺀 것)가 90만불이었다, 그러면 90만불만큼은 별거 이후에 A의 소유로 해두고, 그 이후의 증가분은 전부 반반 나누는 것으로 한다던지요. 그 정도도 재산을 나누고 싶지 않다면 아예 관계를 시작하지 않는게 제일 깔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 칼럼의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법률적인 자문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272 | 5일전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담은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의 작가 김학철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였던 고 김학철(1916~2001)의 인생을 다룬… 더보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댓글 0 | 조회 161 | 5일전
언젠가 TV에선 얼굴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미국에 얼굴 없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입니다. 태어난 지 2년 반 쯤 되었는데 얼굴이 없답니다…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141 | 5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놀란 일을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부끄럽습니다당신 손 놓치지 않을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기차역에서… 더보기

대자유의 맛, 다선일미의 차 명상

댓글 0 | 조회 125 | 5일전
예로부터 스님들은 차를 마시며 수행을 했다. 차가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벽암록』의 저자인 송대 원오 극근(圓悟 克勤:1063~1135) 선사의 다선일미… 더보기

욕실 리노가 망설여지는 이유

댓글 0 | 조회 579 | 5일전
최근 몇 주 동안 잘못된 욕실 설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고객분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욕실은 단순히 깨끗하고 예쁘게 마감하는 것을 넘어서서, 안 보이는 곳… 더보기

사랑

댓글 0 | 조회 102 | 5일전
시인 정 호승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 더보기

아오테아로아 (멀고 긴 흰구름의 나라)

댓글 0 | 조회 190 | 5일전
식물 줄기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삼각 돛,큰 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통나무 배,긴 나무를 균형지게 본체 좌 우측으로 동여맨 카누에 몸을 싣고,가족과 친지들을 뒤로… 더보기

전하지못한 이야기 ‘해금강’

댓글 0 | 조회 186 | 7일전
지인 j 님께!H 여사와 우리 셋이 모이면 노후의 삶을 어디에서 살면 좋겠냐는 말을 자주 했었지요.서울에서 나고자라 나이먹은 사람들끼리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막연한… 더보기

지피지기 백전백승! 뉴질랜드/호주 의대 제대로 도전하기

댓글 0 | 조회 796 | 7일전
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요즘,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전문직에 대한 직업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의대 치대 약대 등의 …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65 | 7일전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33년을 일 하다가 은퇴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어느 사이 고희(古稀)에 들었고 앞만 보고 가려하는데, 원고 청탁을 받아 잠… 더보기

35. 몸의 진액 부족이 가져다 준 소화 불량과 다양한 문제들

댓글 0 | 조회 472 | 7일전
몸의 모든 신진대사 활동은 물,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의 진액과 관계된다. 그래서 진액이 고갈되면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는 기계의 그리스나 윤활류가 부… 더보기

(A2+) 프리미엄 우유가 온다

댓글 0 | 조회 1,308 | 10일전
완전식품(完全食品)이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을 말한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아닌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 섭취해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 2

댓글 0 | 조회 328 | 2024.11.13
11월 14일 2025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수시전형은 11월 현재 진행중이며 내년 1월 정시전형을 앞두고 있다.2025학년도는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변화가 … 더보기

나는 이런 사람이 좋다

댓글 0 | 조회 353 | 2024.11.06
시인 헨리 나우헨그리우면 그립다고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불가능 속에서도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애쓰는 사람이 좋고다른 사람을 위해호탕하게 웃어 줄 수 있는 사람이 … 더보기

작가 한강의 노고를 기리며

댓글 0 | 조회 372 | 2024.11.06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훌륭한 번역을 통해 세계의 독자들이 비로소 한국문학이라는 두꺼운 책의 한 … 더보기

받아 적고 읽어 주고

댓글 0 | 조회 168 | 2024.11.06
나는 타자(打字)가 서툴고 느리다. 재주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타자하는 수고를 벗어나게 되었다. 말하면 그걸 글자로 바꾸어 주고(STT; Speech t… 더보기

달이와 함께 만난 동물 부처들

댓글 0 | 조회 148 | 2024.11.06
안동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 용과 사슴, 영덕 장육사 대웅전 사자와 코끼리사찰 곳곳에서 만나는 동물들은절을 아름답게 하고 이야기를 담는다.아이가 처음 세상을 배울 … 더보기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댓글 0 | 조회 430 | 2024.11.06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중 “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에 대한 내용이 생각난다. 4촌이 논을 사면 기뻐할 일인데 왜 배가 아파야… 더보기

Panic Attack

댓글 0 | 조회 497 | 2024.11.05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불안감이 나타나는 정신적 증상입니다. 이 발작은 보통 예기치 않게 발생하며, 몇 분 안에 극심한 공포나 불안이 솟구치는 특징이 있습니… 더보기

New NCEA

댓글 0 | 조회 440 | 2024.11.05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 이미 알고계시듯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사교육의 천국입니다. 대형입시학원은 말할것도 없고 입시학원 입학을 위한 또 다른 입시학원, 취업… 더보기

34. 소화기관의 병은 이런 순서로 치료해 보세요

댓글 0 | 조회 327 | 2024.11.05
몸의 각종 부위 중에 피부와 점막들은 손상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외부 세계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자주 접하는 신체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손상… 더보기

아플수록 마음관리를 잘 해야

댓글 0 | 조회 249 | 2024.11.05
장영희 교수님을 아시나요? 제가 이 분 글을 인용하면서 참 좋아했는데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휠체어에 탄 모습으로 환하게 사진을 찍었더군요. 열두 번 예정된 항암… 더보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886 | 2024.11.02
한국인 232만명이 고혈압(高血壓), 당뇨병(糖尿病), 고지혈증(高脂血症)을 모두 앓고 있는 복합 만성질환자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며, 나이…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1

댓글 0 | 조회 498 | 2024.10.31
대한민국은 4대 개혁 의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그리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그 중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2024년 2월 초 20여년동안 정원 변화 없이 한… 더보기

33.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의 축

댓글 0 | 조회 415 | 2024.10.30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장건강을 지배하고, 장건강은 뇌에 바로 영향을 준다고 말해 왔다. 그리고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이 하나의 축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