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객 한 분과 식사를 하는데, 고객께서는 자녀를 대동하고 나오셨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하는 도중, 자녀분이 고객께 “아저씨는 왜 연어 안 드셔?” 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것이 아닌가. 응? 맛있는 음식을 먹다 보니 한국에 있는 아는 아저씨가 생각났나? 그 아저씨는 연어를 싫어하나 보군… 하고 생각하고 다시 젓가락을 옮기려는 찰나, 고객께서는 연어가 담긴 접시를 필자 앞으로 옮겨주시며, 변호사님 연어도 좀 드세요 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 아저씨 = 나…? 라는 등식을 머릿속에 떠올리기까지는, 영점 오 초 정도의 아주 짧지만, 머리 속으로는 수 많은 생각이 오갈 수 있는 긴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 나는 이제 삼십 대 아저씨였지… 하고 유쾌하게 자각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전화로 상담을 받으시는 분들이나 칼럼을 통해 접하는 독자들은 종종 필자를 사오십대 아저씨로 착각하실 때가 있지만, 필자는 아직 삼십대 아저씨다…)
대한민국 인구의 과반수 이상을 지칭하는 단어 아저씨 그리고 아줌마. 사실 아저씨라 불리기 시작할 나이는 훌쩍 지나버렸지만, 뉴질랜드에서 생활하다 보니 굳이 아저씨 소리를 들을 기회가 전무했던 듯 하다. 동료 변호사들은 이름 또는 미스터 리, 친구나 지인들이야 다 이름으로 부르는 사이들이고, 그 외에 분들은 이변 또는 이변호사 라고 불러주시니 아저씨란 호칭을 들을 기회가 없었지 않았나 싶다.
어느덧 아저씨가 되어버린 필자처럼, 세월이 지나며 법도 진화한다. 더 이상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못해 없어지는 법이 있는가 하면, 개정을 통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시스템도 있고, 기존에 존재하던 체계로는 감당하지 못해 새로이 생겨나는 법 또한 존재한다.
이제는 잊혀져 가는 것들 중에 스탬프 듀티(stamp duty)라는 것이 있다. 한글로는 인지세(印紙稅)라 지칭하는데, 재산권을 증명하는 증서에 대하여 부과되는 조세를 말한다. 정부가 발행한 stamp, 즉 인지(印紙)를 붙임으로써 세금을 납부하였다는 증명이 되기 때문에 인지세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인지세는 네덜란드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유럽 여러 나라에서 널리 채용하였고,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1867년 인지세가 도입된 이후 상업용 부동산의 매매계약서나 임대차 계약서 등, 재산권을 창설, 양도, 변경할 때 부과 되었었지만, 1999년 이후 수표에 부과되는 인지세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지세가 폐지되었다. 대부분의 교민들께서는 뉴질랜드에 이런게 있었나 하실 정도로 이제는 잊혀져 가는 옛 제도가 되어버렸다.
개정을 거듭하는 법의 대표적인 예로는 Income Tax Act 2007(소득세법)이 있다. 2007년, 기존에 있던 2004년판 소득세법을 폐지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업그레이드를 하였는데, 천 페이지가 넘는 이 법령에서 필자가 가장 즐겨 찾는 조항은 YA1조이다. YA1조는 이 법령에서 사용되는 단어들을 정의한 조항인데, 단어의 정의만 무려 팔십 페이지가 넘는다. 국세청/국회에서 탈세를 막고자 꾸준히 법을 개정을 하고, 납세자는 법이 개정될 때마다 회계사를 통해 절세를 추구하며, 국세청은 다시 법을 개정하는 순환이 반복된다. 소득세법은 창과 방패처럼 서로 견제하며 발전하는 역학관계로 인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대표적인 법령이다.
법의 폐지와 개정 외에도, 법의 접근성 역시 발전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분쟁을 법으로 해결할 때 가장 많이 찾는 해결책은 Disputes Tribunal이라 불리는 소액재판소이다. 현재 소액재판소에 재판을 신청하려면 규정된 형식에 맞추어 신청서를 서면으로 작성하여 직접 법원에 제출 하던지, 우편으로 송부하여야 한다. 신청서를 제출하고자 직접 법원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올해 10월부터는 온라인으로 신청서를 접수 가능하다고 한다. 소액재판소 외에도, 교민들이 주거용 임대차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Tenancy Tribunal의 경우에는 이미 온라인으로 제소가 가능한 상태니 참고 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