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포케노(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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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포케노(Ⅲ)

0 개 2,013 코리아포스트
뉴질랜드에 오면 낚시가 왜 스포츠인지 알게 된다. 정적인 상태에서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한국 민물낚시와 달리 뉴질랜드에서 낚시는 물고기와 힘을 겨루며 팽팽한 줄의 긴장감과 물고기의 움직임을 즐기고, 팔이 아프도록 당기고 풀어 주는 스트레스 없는 '육체 스포츠'이다. 월척을 끌어올릴 때 허영만 화백의 표정, 땀을 흘리며 릴을 감는 박영석 대장의 표정에도 뉴질랜드 낚시의 다이내믹한 정서가 그대로 담겨 있다. 주위에서 그토록 부산하게 낚시 중이면 일어나서 흥미를 가질 만도 한데, 봉주 형님은 특유의 여유 있는 표정으로 자리로 앉아 수평선을 빙그레 보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붙인 봉주 형님의 별명은 '낚시 감독'.

뉴질랜드에는 작은 고기를 보호하는 엄격한 법이 있다. 어종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서인데, 아래에 적힌 규격 이하의 고기는 절대 잡아서는 안 된다.(Ministry of Fisheries (www.fish.govt.nz)에서 발췌)

 
물론 대부분 자율적으로 잘 지키지만, 이를 위해서 해상경찰이 순시선을 타고 순찰을 한다. 불법에 대한 대가는 무섭다. 불법 어로 행위를 하던 어떤 사람의 벌금의 NZ25만 달러(한화 약 1억 8000만원)였다면 믿을 수 있을까?

땀 흘린 양에 비해 소산으로 잡은 것들이 무척 많다. 그것도 최고급 자연산 대형 도미들에다 최고가 횟감인 존도리(John Dory)까지.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원래는 배에서 내리면 바로 다음 목적지로 출발하기로 했지만, 허영만 화백이 특유의 눈웃음을 보이며 일정 변경을 제안한다. "그냥 가는 건 고기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는 거야. 그러니까 회랑 매운탕만 좀 먹고 가자." 골프에 낚시까지 오늘 하루는 오른팔이 무리한 날이다. 낚시를 하지 않은 봉주 형님을 제외하고는 회를 집는 오른손이 후들후들 떨린다. 덕분에 횟감을 집는 젓가락 속도는 아무도 봉주 형님을 따라 잡을 수 없었다.

저녁 늦게야 오클랜드에서 박영석 대장과 이별했다. 먼저 한국에 돌아가서 원정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일행은 세 명으로 줄었다. 박영석 대장이 없는 우리 일행의 평균 연령은 쭉 올라가고 음식의 질은 뚝 떨어질 것이다. 밤이 늦자 포케노(Pokeno)에서 노숙을 하기로 결정했다. 포케노 주유소 뒤편의 한적한 곳에 캠퍼밴을 세우려고 하자 수풀에서 젊은이 두 사람이 침낭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내민다. 얼른 라이트를 끄자 다시 칠흑 같은 어둠과 함께 고요가 감돈다. 창 밖에서 차 지나가는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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