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출발 전에 자동차 연료를 채우고 식료품을 준비하라. 어디를 가거나 그 지역에서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해당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여행자들이 할 수 있는 작은 배려이다. 하지만 웨스트 코스트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마을이 아주 작고 그나마 필요한 물건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처럼 약 20분마다 늘어서 있는 주유소를 생각했다가는 큰 고생을 할 수 있다. 460킬로미터가 넘는(그레이마우스~와나카) 거리를 달리는 동안 불과 서너 개의 주유소만 있기 때문에 항상 기름을 가득 채워야 한다. 대부분의 지역이 휴대전화가 작동하지 않는 지역이라 기름이 다 떨어져서 차가 멈춘다면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렵다. 만일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해 문제가 생긴다면 친절한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
웨스트 코스트의 중간에 위치한 호키티카(Hokitika)에는 손재주 좋은 사람들이 많다. 비취(Jade 옥)가 대표적인 특산물이라 옥 세공, 나무 세공, 유리 세공 등이 유명하다. 이곳에는 옥이 흔해서 보도블록의 일부로 깔아놓기로 했다.
호키티카에서 빙하지역으로 가는 길에는 여행의 지루함을 단번에 없애주는 재미있는 카페박물관 부시맨 센터가 있다. 입구의 환전소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미국 달러: 요즘 경제가 좋지 않아 자꾸 떨어지므로 뉴질랜드 달러와 1:1로 바꿔주겠다.”
“일본 엔: 뒤에 0이 많이 붙어 있는 돈들은 믿지 못한다. 어린이 은행놀이에서나 써야 한다.”
“캐나다 달러: 캐나다 여인과 결혼 후에 좋지 않은 기억이 많아 환전 안 해 준다.”
현관을 들어서면 갖가지 카툰이 붙어 있는데 정말 재미있다. 안에서 키우는 산돼지를 가게 매니저라고 소개하고 물건을 훔칠 경우에 대한 경고도 덧붙였다.
가게 안에서는 20분짜리 사슴 사냥 비디오를 상영하는데 헬리콥터를 타고 다니면서 그물총으로 사슴을 쏘고 뛰어내려 덮이는 등 박진감 있는 장면을 소개한다. 흥미가 생겨 물었더니 우리는 사냥 면허가 없어서 안 된단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폭스 빙하 트레킹
폭스 빙하는 호키티카에서 차로 약 2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뉴질랜드 서해안의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 왼쪽으로는 3000미터가 넘는 고봉들이, 오른쪽으로는 거친 파도의 태즈먼 해가 펼쳐져 있어 전체적으로 웅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로 북쪽에 프란츠 조셉 빙하도 있었지만 접근이 쉽지 않고 빙하 전체가 보이는 각도가 좋지 않아서 폭스 빙하를 선택했다. 프란츠 조셉 빙하는 주로 헬리콥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폭스 빙하는 도보나 헬리콥터가 모두 용이한 장소에 위치하고 있다.
빙하는 비록 그 움직임이 아주 느리지만 크레바스, 눈사태, 낙석 등 매우 위험한 요소들이 많이 도사리고 있다. 히말라야나 로키산맥 등 고산지대에 위치한 빙하는 대단히 많은 체력 소모와 경비, 그리고 고소병 등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므로 소수의 전문 산악인들만이 빙하의 장대한 모습과 힘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 남섬, 그중에서도 서부에 위치한 ‘남반구의 알프스(Southern Alps)’라 불리는(실제로는 알프스보다 몇 배 큰 규모인) 지역의 폭스 빙하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력적인 빙하이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