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 바람난 물개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Danielle Park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김수동
최성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368] 바람난 물개들

0 개 3,918 KoreaTimes
  바람난 물개들은 수영에는 관심이 없다.  

  한국 사람들은 어디서나 모임을 잘 만든다. 출신지나 출신학교에 따라, 동호인끼리 등.
  나 역시 여러 모임에 속해 있었고 특히 모임 이름 짓는 일은 대개 내 차지였다.

  <'강 따라 산 따라' 라는 등산 모임이 있었다. 말 그대로 강이나 산을 따라 걷거나 오르는 모임이었는데 내 환송 장소로 팔봉산을 택했다. 홍천강변에 위치한 팔봉산은 높이 300m 안팎의, 만만한 여덟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초보자들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경춘가도를 따라 달리다 강촌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넘어가면 얼마 후 아기자기한 팔봉산에 이른다.

  제각각 특징을 지닌 흥미진진한 봉우리와 여자성기를 비롯해서 특이한 별명이 붙은 바위 사이의 구멍들을 넘나들다 보면 어느 사이에 여덟 개 봉우리의 정복 전쟁이 모두 끝나고 7봉과 8봉 사이의 협곡으로 하산하거나 홍천강 쪽으로 내려 오기도 한다. 거기서 우리는 강가에 침대형 튜브를 띄우고 자갈로 가둬 만든 '팔봉 딤채'에 수박, 참외와 캔 맥주를 띄워 놓고 밤 늦도록 목이 터져라 노래하며 얘기하며, 웃다가, 마시다가 돌아 왔다.>

  그 때의 추억은 '미션베이'나 '타우랑가'와는 사뭇 다른 우리만의 정서가 어린 것들이었다.

  <'올림픽아파트'의 근린생활시설 안에 25m 길이의 제법 잘 갖추어진 수영장이 있다. 40대 중반이 되면서 배가 나오는 것 같아 수영장을 찾았는데 비슷하게 모여든 사람끼리 얼굴이 익숙해 지자 끝날 때면 으레 차 한잔씩을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숫자가 십 여명으로 늘어나면서 커피 한잔이 맥주한잔으로, 안주도 땅콩에서 급기야는 통닭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렇게 되자 '배 나옴 스톱' 목적의 초심은 잊어 버린 채 몸무게는 늘어만 갔고, 늘어나는 몸무게 만큼이나 우정도 쌓여 갔다. 그리고 수영 코치가 날씬한 아가씨로 바뀌었을 때는 회원이 갑자기 늘어 나기도 했다. 한 1년쯤 지나면서부터는 회원 집을 돌아가며 저녁 식사를 하거나, 휴가철에는 가족 동반 여행을 떠나기도 했는데 모임 이름도 아예 '바람난 물개들'로 바뀌어 버렸다. 영암병원 홍박사를 비롯, 김교수, 조사장, 세무사, 수의사 등 회원도 각양각색이었는데 의기투합하여 이태리로 관광 겸 수영 여행을 갔을 때는 '버터플라이' 시범을 보이다가 갑자기 밀려 온 파도에 휩쓸려 하마터면 지중해에서 빠져 죽을 뻔 했다.>

  <대학시절 가까웠던 친구들을 중심으로 두 S가 주역이었던 '힘(Hymn)이란 모임이 있었다. 사회에 나가서도 서로 힘이 되자'는 뜻으로 지은 이름인데 모임에는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이 있어 발음이 비슷한 'hymn'이라는 영어이름도 병행한 것이었다. 졸업 후 '힘' 멤버들은 각기 나름 대로 자신의 위치에서 모두 열심히 살았고 서로에게 많은 힘이 되었다.

  그 모임의 여학생 중 가장 활달했던 사람이 S였다.  LA 총영사관에 근무하면서 우리 멤버들이 미국 갈 때면 으레 가이드를 도맡았고, 교민들에게도 인기 만점이었던 그녀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 된 것은 미국에 간 지 한 10년쯤 되었을 때였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재활에 성공한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S는 '덩치가 더 컸던 대한화재가 대주건설에 합병될 때 허재호 회장의 오른 팔이자 인수팀장 격이었던' S이사였다. 항상 매사에 성실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했던 그가 뉴질랜드 이민을 생각한 것은 1996년의 일이었다. 졸업 동기였지만  복학생이었던 나를 졸업 후에도 항상 형처럼 따랐었기에 점수제 이민이 끝나기 전 서둘러 서류를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의 부인이 분당 요지에 김밥 전문점을 내는 방법으로 그의 이민 길을 막고 말았다. 회사에서도 입지가 굳은 편이었지만 "눈만 뜨면 일 속에 묻혀 살고, 이민이라도 안 가면 격무와 스트레스로 쓰러질 지도 모른다"며 내가 있는 뉴질랜드로 꼭 오고 싶어했던 그의 계획은 그렇게 무기 연기 되었다. 그런데 우려가 현실이 되어 2000년 초에 갑자기 쓰러지더니 지금까지 식물 인간이 되어 누어 있다. '그가 모든 걸 뿌리치고 뉴질랜드로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아직 할 일도 많고 팔팔한 나이에 당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빈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이라는 게 있다.

  "지금쯤 한국에 있었더라면-, 나 보다 능력이 뒤졌던 친구들이 어느 만큼 성공했는데-, 자식들은 성장해서 하나씩 떠나고-, 타국에서 십 년을 살아도 이질감은 그대로 남고-."하는 '허전함 병'이다. 그런데 왜 뉴질랜드에서는 '바람난 물개들'을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일까.

  지상의 낙원이라던 '뉴질랜드'로의 이민은 그런 친구들과, 추억을 모두 상쇄하는 너무나 비싼 티켓이었음을 진정 난 몰랐었던 것이다.

중제 스님의 시간은 오늘도 발효 중

댓글 0 | 조회 153 | 3일전
동화사 사찰음식체험관에서 듣는 중제 스님의 사찰음식 이야기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온기와 습기의 공간.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미생물들이 한 공간에서 숨을 쉰다.… 더보기

반수연 작가의 문학적 복수

댓글 0 | 조회 114 | 3일전
▲ 첫 소설집 ‘통영’을 낸 반수연 작가가 2021년 7월13일 오전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책에 서명을 하고 있다.캐나다에 거주하는 한인 작가 반수연의 … 더보기

한의학으로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하기

댓글 0 | 조회 182 | 3일전
다시 또 알레르기가 시작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콧물과 재채기, 그리고 코 막힘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함을 야기한다. 하… 더보기

new NCEA 분석과 대책

댓글 0 | 조회 498 | 4일전
뉴질랜드 고등학교 학력제도인 현 NCEA (National Certificate of Educational Achievement)는 2002년 NCEA Level… 더보기

부부 공동재산과 별도재산

댓글 0 | 조회 846 | 4일전
한국은 부부별산제, 즉 부부가 별도로 각자의 재산을 가지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고 합니다.반대로 뉴질랜드는 다른 영미권과 마찬가지로 공동재산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 더보기

추석 도시락

댓글 0 | 조회 379 | 4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추석날 아내가 싸준노란 도시락 반찬계란말이에 목이 멘다가난한 목사의 아내는아들 학교 도시락에계란부침 하나얼마나 넣어 주고 싶었을까어머니의 가… 더보기

30. 한국인들에게 당뇨 환자가 많은 이유와 그 해결책

댓글 0 | 조회 519 | 4일전
먼저 한국인들에게 당뇨 환자가 많은 이유부터 알아 본다. 당뇨는 현대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흔한 병이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선 시대의 왕들의 질병에 관한… 더보기

영원한 사랑의 메신저

댓글 0 | 조회 127 | 4일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빨리 집으로 오라는 전갈이었다.공항에서 집으로 달려갈 동안 언니는 지하철 타고 버스 갈아타며 벌써부터 와서 기다리고… 더보기

병을 받아들이고 친구처럼 지내라

댓글 0 | 조회 152 | 4일전
지금 여러분의 몸은 어떠십니까? 살 만 하신가요? 어디가 안 좋으신가요? 어딘가 아프다면 그것 때문에 어떤 불편을 겪고 계신가요? 무얼 하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 더보기

우버드라이버는 고용된 직원인가 (4)

댓글 0 | 조회 314 | 5일전
독립계약자와 피고용인의 차이점은 피고용인은 법적인 보호장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작년 칼럼에서는 고용법원 다음의 상위 법원인 항소법원이 차량 공유… 더보기

사라진 동화마을

댓글 0 | 조회 121 | 5일전
시인 반 칠환더 이상 불순한 상상을 금하겠다달에는 이제 토끼가 살지 않는다 알겠느냐물 없는 계곡에 눈먼 선녀가 목욕을 해도지게꾼에게 옷을 물어다 줄 사슴은 없느니… 더보기

딥 페이크와 텔레그램

댓글 0 | 조회 155 | 5일전
1997년 말 IMF에서 돈을 빌려야 하는 외환유동성 위기 이후에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이라는 것이 파괴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그래서 전자상거래에 관… 더보기

콜레스테롤의 날

댓글 0 | 조회 375 | 8일전
콜레스테롤(Cholesterol)은 대표적인 스테롤(스테로이드와 알코올의 조합)의 하나로서 모든 동물 세포의 세포막(細胞膜)에서 발견되는 지질(脂質)이며 혈액을 … 더보기

29. 키토 다이어트, 간혈적 단식, 모방 금식법, 쥬스 다이어트, 오토파지 다이…

댓글 0 | 조회 448 | 8일전
요즘은 다이어트 시대같다. 이런 저런 다이어트 방식들이 많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각자 다른 성장 과정, 영양 상태, 건강상태, 장환경, 장내 … 더보기

몸이 아플 때 이용 가능한 다양한 의료 서비스

댓글 0 | 조회 960 | 2024.09.17
What Happens if you get Māuiui (Sick)?몸이 아플 경우 여러분이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의료 서비스가 있습니다.일반적인 건강 정보… 더보기

28. 항생제를 꼭 먹어야 할 때나 먹고 싶지 않을 때의 비책

댓글 0 | 조회 523 | 2024.09.17
항생제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린 것은 맞다. 반면에,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삶의 궁지로 내몰아진 것도 사실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항생제는 … 더보기

김민기의 우리말 사랑

댓글 0 | 조회 376 | 2024.09.11
▲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거부하며 사석에서도 노래하지 않았던 김민기가 ‘겨레의 노래’에서 ‘아침이슬’을 부르고 있다.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프로그램 갈무리지… 더보기

봄은 언제 오는가

댓글 0 | 조회 364 | 2024.09.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새 교과서를 받아달력 종이로 책 겉장을 싸면서봄은 어린 가슴에 왔다새 담임선생님이 누구인지아이들의 눈이 교실 문을 바라볼 때무섭다고 여긴 선… 더보기

뉴질랜드 아리랑

댓글 0 | 조회 529 | 2024.09.11
한민족에게는 ‘아리랑’이 있고 뉴질랜드인에게는 ‘포카레카레 아나’가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한민족의 정서 속에 녹아내려 민중… 더보기

27. 부작용 없는 만능 소화제를 체험하자

댓글 0 | 조회 776 | 2024.09.11
가장 탁월한 소화제는 각자에게 이미 존재한다. 각자 이런 소화제를 사용할 결심을 하고 실행만 하면 된다. 다만 이런 놀라운 약과 방법을 간과하거나 무시했기 때문에… 더보기

만성피로는 마음이 일어나기 싫은 것

댓글 0 | 조회 342 | 2024.09.11
만성피로는 마음이 일어나기 싫은 것입니다. 착 가라앉아서 몸이 피곤하고 손가락 까딱하기 싫은데, 알고 보면 마음이 까딱하기 싫은 겁니다.마음이 왜 까딱하기 싫은가… 더보기

혼전/혼중계약서는 어느정도 유효한가

댓글 0 | 조회 512 | 2024.09.10
기존 두 칼럼에 걸쳐서 Property (Relationships) Act 1976, 즉 뉴질랜드 재산분할법 상으로 언제 어떻게 ‘부부관계’(사실혼 포함)가 정의… 더보기

도박피해 인식주간(Gambling Harm Awareness Week)

댓글 0 | 조회 182 | 2024.09.10
뉴질랜드의 도박피해 인식주간(Gambling Harm Awareness Week)은 매년 도박으로 인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최됩니다.… 더보기

나는 무엇에 쓰일 것인가?

댓글 0 | 조회 197 | 2024.09.10
공주 학림사‘이뭣고’화두 참선공주시 계룡산 자락에 핀연꽃 같은 명당에 자리 잡은학림사는 백일 용맹정진의 오등선원과시민선원이 있는 수행도량이다.템플스테이 참가자가 … 더보기

사랑한다 말 못하고 가을비가 내린다고 말했습니다

댓글 0 | 조회 241 | 2024.09.10
시인 나 태주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두고서꽃이 예쁘다느니 하늘이 파랗다느니그리고 오늘은 가을비가 내린다고 말했습니다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두고서이 가을에 어디론가 떠나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