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 베티의 웃음소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보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박기태
채수연
독자기고
EduExperts
이주연
Richard Matson
수필기행

[294] 베티의 웃음소리

0 개 2,676 코리아타임즈
무슨 꽃일까? 부스럼 앓는 나무처럼 꺼칠한 고목나무에서 바람결에 떨어져 내린 손톱같이 가느다란 꽃잎이 온통 바닥에 하얗다. 소복하게 차를 뒤덮은 어느날 아침 긴 털이개로 그것을 쓸어 내리는데 옆집의 캔 노인이 보더니 그게 바로 키위 스노우가 아니겠느냐며 너스레를 떤다.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그렇게 보이더니 너무나 멋진 비유다. 눈 구경을 못하고 사는 여기 사람들에겐 얼마나 멋져보였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새들이 앉았다 날아가며 오물세례를 퍼부어 차가 엉망일 때는 손가락으로 총을 만들어 쏘는 시늉도 잘한다.

  그가 갑자기 털이개를 빼앗아 자기 겨드랑이를 문지르는 시늉을 하며 나를 웃긴다. 뒤에서 지켜보던 그의 아내 베티가 코미디언, 코미디언 하면서 자즈러지게 웃는다. 그의 끼가 발동이 걸린 것을 우리는 함께 알고 있다. 그와 마주치기만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가 있는 캔노인. 사십팔년이라는 긴 세월을 버스기사로 일했다고 자랑한다. 그래서일까 엉덩이를 약간 뒤로 빼고 걷는 걸음걸이가 처음에는 보기에 좀 이상했다. 칠십이 넘었어도 기운이 젊은이처럼 펄펄하고 박력이 넘친다. 혈색 좋은 얼굴에는 언제나 웃음이 환하고 화낸 얼굴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

  “혼자 밥 먹는게 심심하지” 몸짓 손짓으로 말을 나누어도 서로 알아듣고 재미있게 나를 웃긴다. 자주 외롭지 않느냐고 물어주는 자상함에 문득 내 외할아버지가 떠오르곤 한다. 허우대 좋았던 할아버지를 그가 닮았나?

지금 이 나이에 어렸을적 외할아버지를 생각나게 한다는 것은 나를 아이로 돌아 가겠끔 따뜻한 인정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그의 아내 베티는 육십육세라는데 뚱뚱보다. 나이답지 않게 가느다란 목소리를 가진 아주 상냥하고 아기처럼 천진스럽다. 그것은 든든한 남편이 그렇게 아내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마치 아이들 장난치는 것처럼 순수함을 느낀다. 천박하거나 점잖지 못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오랜 세월 그렇게 살아온 그들의 문화 때문일까.

  어느 날인가 내 창가에 일렁이는 아름답지 못한 나무 한 그루를 컷팅하던 때다. 나를 도와주려 달려들어 나무가지를 꺾다가 손등에 피를 흘렸다. 깜짝 놀래는 내게 괜찮다며 혀로 쓱 핥아 버린다. 베티가 보았으면 얼마나 속 아파할까. 얼른 약을 내다 발라주고 테잎으로 감아주었다. “땡 큐”내가 할 말을 그가 먼저한다.

  언제나 머슴처럼 쇼핑해서 양손에 잔뜩 들고 오는 남편 앞에 여왕처럼 곱게 차려 입은 베티가 불뚝 튀어나온 배를 안고 귀엽게 뒤뚱거리며 들어온다. 무엇이 그리도 즐거울까. 가느다란 쇳소리의 베티 웃음소리가 항상 밖으로 흘러나온다. 천길 물 속같이 조용한 이웃에 사람 사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들의 집. 그들 인생에도 화려한 꽃만 피우고 살지는 않았을 테지. 삼남매 다 시집 장가 보내고 호젓이 둘이만 남아 그렇게 산다. 언제인가 그들도 어느 쪽이든 혼자가 된다는걸 모를리 없건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사는 모습이 보기에 참 아름답다.

  작은 텃밭에 계절 바뀔 때마다 꽃 바꿔 심으며 아직도 남은 기운으로 아내 뒷바라지가 그렇게나 즐거운 것인지? 매일매일 너무나 행복하단다.
  머지않아 시원하게 열어 젖힌 창 밖으로 베티의 웃음소리를 또 들을 것이다.  

운동 합시다

댓글 0 | 조회 267 | 3일전
스포츠기본법 (법률 제18380호, 2021. 8. 10. 제정)에 따라 매년 4월 마지막 주가 ‘스포츠주간’이다. 스포츠기본법의 목적은 스포츠에 관한 국민의 권… 더보기

청소년 도박 문제와 온라인 게임의 연관성: 팬데믹과 게임 플랫폼의 영향

댓글 0 | 조회 212 | 2025.04.09
최근 시드니 대학교 연구진은 로블록스와 같은 게임에서의 인게임 결제가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복잡한 가상 화폐 시스템과… 더보기

2. 마우이와 태양을 길들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30 | 2025.04.09
태초의 뉴질랜드, 이곳은 마오리 전설이 살아 숨 쉬는 땅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용감하고 영리한 영웅은 반신반인의 존재, ‘마우이(Maui)’ 였다. 마우이는 신… 더보기

전생에 시아버지를 안 모신 업

댓글 0 | 조회 271 | 2025.04.09
제 먼 친척 중에 굉장히 선(善)을 많이 베푼 분이 계셨습니다. 천주교에서 큰 활동을 한 분이셨죠. 그런데 병석에서 3년을 보내고 돌아가셨습니다. 넘어지는 바람에… 더보기

성공적으로 AE워크비자를 옮기려면?

댓글 0 | 조회 345 | 2025.04.08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인 체류를 위해서는 영주권 비자(뉴질랜드 국적자 제외) 또는 임시체류 비자를 소지해야만 가능합니다. 임시체류 비자의 대표주자인 워크비자(Work… 더보기

IT가 세상을 바꾼다

댓글 0 | 조회 302 | 2025.04.08
40여 년 전 미국을 처음 방문한 이래 20세기 중 몇 차례 방문한 일이 있지만 21세기 들어 25년 만에 개별 방문 차원에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보고 몇 … 더보기

누수 피해 보험 청구 어떻게 진행되나요?

댓글 0 | 조회 376 | 2025.04.08
안녕하세요, Nexus Plumbing의 김도형입니다. 저희는 배관 전문 회사지만, 고객님들로부터 집 관련 보험 청구에 대한 문의를 자주 받습니다. 집을 소유하신… 더보기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행복

댓글 0 | 조회 131 | 2025.04.08
템플스테이 50회 참가자 - 신동천·민혜련 부부퇴직 후 상실감 템플스테이로 극복“햇볕이 쨍쨍해도 좋고, 없어도 괜찮아요. 비가 와도 좋습니다. 있는 그대로 지금 … 더보기

계약법 (contract law) 주요 분쟁

댓글 0 | 조회 246 | 2025.04.08
뉴질랜드 법을 비롯한 “보통법” (common law) 체계에서는 계약법을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상업활동을 하다보면 사람 사이에 … 더보기

초개인화 시대, 우리의 아이들은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215 | 2025.04.08
우리는 지금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개인화라는 개념은 영화를 볼 때 각자 취향에 맞는… 더보기

벙커에서 배우는 인생의 탈출법

댓글 0 | 조회 168 | 2025.04.08
골프를 하다 보면 한 번쯤 벙커에 빠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페어웨이를 잘 따라가다가도 작은 실수 하나로 모래 속에 공이 파묻혀 버린다. 벙커는 단순한 장애물이 … 더보기

뉴질랜드의대 정원확대! 합격 전략은?

댓글 0 | 조회 489 | 2025.04.08
올해도 오클랜드 대학교 또는 오타고 대학교에 진학하여 뉴질랜드 의대를 도전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은 바로 뉴질랜드 의대 정원이 다시 한번 확대… 더보기

전기차(EV)와 내연기관차의 유지보수 차이, 하이브리드 차량 관리법

댓글 0 | 조회 419 | 2025.04.08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의 유지보수 차이, 전기차의 배터리 관리… 더보기

지지익선(知知益善)

댓글 0 | 조회 108 | 2025.04.08
분신처럼 함께하는 스마트폰 없이 살아갈 수 있겠는가? 새로운 동반자가 된 스마트폰도 컴퓨터다. 입력, 처리, 출력, 저장장치가 있고 컴퓨터와 달리 전원을 공급하는… 더보기

고칼륨혈증과 만성콩팥병

댓글 0 | 조회 191 | 2025.04.04
필자는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좋아하며 즐겨 먹었다. 그러나 최근 세브란스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한 결과 혈청 칼륨 농도가 정상치인 3.5-5.5mmol/L를 초과한 … 더보기

드라이버 한 방의 유혹 - 인생도 한 번에 해결될까?

댓글 0 | 조회 187 | 2025.04.04
골프장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티샷을 날릴 때다. 드라이버를 손에 쥐고 300m를 가뿐히 날려보낼 상상을 하는 순간, 우리는 마치 PGA 투어 선수라도 된 듯한 … 더보기

강제적인 시간외 근무

댓글 0 | 조회 971 | 2025.03.26
일반적으로 고용계약서에는 정해진 근무시간이 있습니다. 정해진 근무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한 경우 고용주는 초과 근무한 시간에 대한 임금만을 지급하면 되며 시간외 근로… 더보기

1. 타네 마후타(Tane Mahuta) – 거대한 생명의 나무

댓글 0 | 조회 411 | 2025.03.26
뉴질랜드의 북섬 깊은 곳, 와이포우아 숲(Waipoua Forest)에는 신비로운 나무가 우뚝 서 있다. ‘숲의 신’이라 불리는 타네 마후타(Tane Mahuta… 더보기

아, 놀라워라,“은퇴 부모 영주권”

댓글 0 | 조회 2,461 | 2025.03.26
고국의 은퇴하신 부모님이 늘 마음에 남는 영주권자 또는 시민권자 신분의 뉴질랜드 자녀라면, 그 분들과 함께 뉴질랜드에서 영구히 거주할 수 있을 방법이 있는지 늘 … 더보기

맑은 차 한잔에 담긴 선의 경지를 엿보다

댓글 0 | 조회 158 | 2025.03.26
<해남 대흥사 일지암>최상의 옥과 같이 맑은 차 한잔, 과연 그 차는 얼마나 특별했기에 한 잔에 겨드랑이에 바람이 일고 선경에 이르렀을까. 달과 구름조… 더보기

아픈 분들을 생각하며

댓글 0 | 조회 304 | 2025.03.26
새벽에 잠이 깨어 일어나 앉았습니다. 어제는 잇몸병이 아닌가 했는데 통증이 잠을 깨우는 것을 보니 충치가 생겼나 봅니다. 가만히 통증을 들여다보며 아픔이 빚어내는… 더보기

법인 파산 (Liquidation) 및 개인파산 (Bankruptcy)

댓글 0 | 조회 584 | 2025.03.25
지난 칼럼에서는 법인 상대로 최후통보를 날리는 statutory demand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 이후의 단계인 법인파산, 그리고 그것과 거… 더보기

밥 한 번 먹자

댓글 0 | 조회 337 | 2025.03.25
문밖을 나서기 불편했던 추위가 사그라지니 거리에 발길이 늘었다. 동네 식당에도 활기가 도는 것 같다. 푸성귀가 나오기 시작하니 식당에서도 찬거리 만들기가 쉬울 것… 더보기

찬란한 배신

댓글 0 | 조회 392 | 2025.03.25
<미수(米壽, 88세) 기념작> - 단편소설주말 늦잠을 자던 시연이 눈을 떴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뭘 이렇게 일찍부터 지지고 볶을까?… 더보기

대학 입시를 잘 준비하는 법

댓글 0 | 조회 307 | 2025.03.25
필자는 오는 4월 5일 한국대학 및 호주 뉴질랜드 의약계열 입시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매년 4~5회 정도의 세미나를 개최하는데 이번 세미나는 2025년 첫 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