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과 사무라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Danielle Park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김수동
최성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세종대왕과 사무라이

3 4,807 김영나


2년 전쯤 한국에 갔을 때, 가수 ‘비’ 주연의 ‘닌자 어쌔신’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닌자는 원래 암살이나 독살을 담당하는 살인병기로 키워진 첩자. 영화의 주 내용이 싸우고 죽이는 얘기다. 그런데 별로 끔찍하지 않았던 것은 닌자가 환타지나 게임 속 인물처럼 그려졌기 때문이다. ’비’의 가는 눈, 근육질 몸매, 어지럽게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젖은 머리카락까지도 3D처럼 보였다. 닌자로 변한 ‘비’의 신출귀몰한 임무 수행에 감탄하면서 그의 무표정한 연기(?)조차 승부사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의 ‘나루토’는 대표적 ‘닌자’ 에니메이션. 살인병기 닌자가 얼마나 멋있게 그려졌는지 10대 아이들의 꿈조차 바뀌었다. 나는 닌자가 될 거야, 라고.



한 마을을 도적으로부터 지켜내는 구로자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에서부터 키타노 타케시의 ‘자토이치’까지, 사무라이들은 정의롭고 멋있다. 무겁고, 담금질을 많이 해서 경도가 강한 일본도 ‘카타나’는 일격필살의 아름다운(?) 선을 만들며 보는 이의 넋을 앗아간다. ‘싸움에 져서 수치스럽다’며 무릎을 꿇고 할복 하는 무사도 정신은 찌질한 군상들이 대부분인 세상에 스페셜한 인물로 경외스러울 정도.

중국의 부루스 리(이소룡), 재키 찬(성룡)도 뉴질랜더들에겐 유명하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이소룡과 성룡 다음 세대로 홍콩 르와르를 주름잡았던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 양조위 등과 아름다운 여배우 왕조현, 장만옥 등에 대해 뉴질랜더들은 깜깜하다. 뉴질랜드는 섬나라지만 넓은 대양처럼 가슴을 열고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좁은 강줄기 하나 내놓고 가늘고 길게 문화를 흡수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실제로 닌자와 사무라이가 무엇을 했는지, 부루스 리와 재키 찬이 어떤 의미가 있는 인물들이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화 코드는 고증도 필요 없고 논리적으로 설득할 이유도 없다. 다만, 포장을 잘해서 매력 있는 문화적 콘텐츠로 만들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은다면 그것으로 성공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겸양지덕이 몸에 배어서인지, 중국 일본 사이에 끼어 주눅이 들어서인지 스스로 존재감을 살리는 일에는 서투르다. 요즘 세상은 비주얼과 포장으로 뻥튀기하고 부풀리거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환타지를 버무려서 매력을 스스로 발산하는 시대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를 넘나들면서도 세계인들에게 한국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문화적 코드의 부재가 큰 원인이다. ‘한국’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콘텐츠가 없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그런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 1위의 인터넷 망을 자랑하는 한국에 게임을 팔아먹어야 하는 게임 개발 회사에서 한국의 문화 콘텐츠, 한국의 영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한 번 시작하면 끝내기 어려운 중독성이 있어 악마의 게임이라 불리는 ‘문명(Civilization)’은 세계 각국의 문명을 시뮬레이션 한 것. 게이머가 군사 외교 문화 과학적 측면을 두루두루 살피며 문명을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이 신선노름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를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원래 한국 문명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고심 끝에 몇 달 전 한국편이 개발되었다. 그래서 등장한 이가 세종대왕이다.

“조선의 궁궐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나는 훌륭한 백성을 굽어살피는 깨우친 임금 세종이요.”

세종은 ‘가엾고 딱한 자로다’, ‘어림없는 소리’ 등을  용상에 앉아 외친다. 서투른 연기를 보는 듯 하다.

스타크래프트 이후 혜성같이 등장해 인기몰이 중인 온라인 게임 League of Legends. 개발 회사 Riot에서는 세 달 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구미호를 내놓았다. 한국 유저들의 투표를 통해 아리라는 이름을 갖게 된 구미호는 소녀시대의 Run Devil Run 춤을 추거나 한국 전통 춤사위를 뽐낸다. 중국 쪽 인물로는 진시왕릉에서 나왔을 법한 무사, 손오공, 서시 같은 절세 미인, 황비홍, 이소룡, 징기스칸 느낌의 인물들이 형상화되었다. 일본 쪽은 역시 대세가 닌자와 사무라이다. 세종대왕이나 구미호 아리의 파급력이 닌자, 사무라이,부루스 리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활 잘 쏘았던 주몽, 신라시대판 ‘꽃보다 남자’ 화랑, 이순신, 장보고, 황진이 등을 매력적인 문화 콘텐츠로 만들면 어떨까? 닌자나 사무라이, 부루스 리보다 매력적인 인물이 세계인과 뉴질랜더들을 사로잡는 날을 꿈꿔본다.    

yooye841
좋은 지적이십니다. 이곳에서 살면서 항상 자신을 낮추는데 익숙한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영어못하더라도 자신있고 당당한 사람이 부러운 요즘입니다....자신감속에서 그런 창의력도 나오는것 같습니다.
ygna7
yooye841님!
키위들이 열광하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팔 수 있다면, 이민 생활이 좀 더 여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고생하시는 교민들을 보면서 생각했었지요.
이민 2,3---세대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이민 1세들이 자리를 마련해줘야 할 터인데요---
youngluv
예,... 그래도 북미는 물론 유럽, 남미, 러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k-Pop 열풍과 드라마가 인기리에 각광을 받고 있으니,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현상을 선두로 게임산업, 한국적 문화 콘텐츠가 크나큰 발전을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수고하셨어요 ~ ^^

담낭암(膽囊癌)

댓글 0 | 조회 406 | 18시간전
▲ 우상 장기표(張琪杓)우상 장기표(張琪杓)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담낭암(膽囊癌, gallbladder cancer) 투병 중 국립암센터에서 9월 22일(일요일) … 더보기

중제 스님의 시간은 오늘도 발효 중

댓글 0 | 조회 212 | 2024.09.25
동화사 사찰음식체험관에서 듣는 중제 스님의 사찰음식 이야기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온기와 습기의 공간.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미생물들이 한 공간에서 숨을 쉰다.… 더보기

반수연 작가의 문학적 복수

댓글 0 | 조회 164 | 2024.09.25
▲ 첫 소설집 ‘통영’을 낸 반수연 작가가 2021년 7월13일 오전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책에 서명을 하고 있다.캐나다에 거주하는 한인 작가 반수연의 … 더보기

한의학으로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하기

댓글 0 | 조회 257 | 2024.09.25
다시 또 알레르기가 시작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콧물과 재채기, 그리고 코 막힘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함을 야기한다. 하… 더보기

new NCEA 분석과 대책

댓글 0 | 조회 606 | 2024.09.25
뉴질랜드 고등학교 학력제도인 현 NCEA (National Certificate of Educational Achievement)는 2002년 NCEA Level… 더보기

부부 공동재산과 별도재산

댓글 0 | 조회 943 | 2024.09.25
한국은 부부별산제, 즉 부부가 별도로 각자의 재산을 가지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고 합니다.반대로 뉴질랜드는 다른 영미권과 마찬가지로 공동재산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 더보기

추석 도시락

댓글 0 | 조회 431 | 2024.09.2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추석날 아내가 싸준노란 도시락 반찬계란말이에 목이 멘다가난한 목사의 아내는아들 학교 도시락에계란부침 하나얼마나 넣어 주고 싶었을까어머니의 가… 더보기

30. 한국인들에게 당뇨 환자가 많은 이유와 그 해결책

댓글 0 | 조회 572 | 2024.09.25
먼저 한국인들에게 당뇨 환자가 많은 이유부터 알아 본다. 당뇨는 현대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흔한 병이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선 시대의 왕들의 질병에 관한… 더보기

영원한 사랑의 메신저

댓글 0 | 조회 164 | 2024.09.24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빨리 집으로 오라는 전갈이었다.공항에서 집으로 달려갈 동안 언니는 지하철 타고 버스 갈아타며 벌써부터 와서 기다리고… 더보기

병을 받아들이고 친구처럼 지내라

댓글 0 | 조회 175 | 2024.09.24
지금 여러분의 몸은 어떠십니까? 살 만 하신가요? 어디가 안 좋으신가요? 어딘가 아프다면 그것 때문에 어떤 불편을 겪고 계신가요? 무얼 하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 더보기

우버드라이버는 고용된 직원인가 (4)

댓글 0 | 조회 339 | 2024.09.24
독립계약자와 피고용인의 차이점은 피고용인은 법적인 보호장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작년 칼럼에서는 고용법원 다음의 상위 법원인 항소법원이 차량 공유… 더보기

사라진 동화마을

댓글 0 | 조회 137 | 2024.09.24
시인 반 칠환더 이상 불순한 상상을 금하겠다달에는 이제 토끼가 살지 않는다 알겠느냐물 없는 계곡에 눈먼 선녀가 목욕을 해도지게꾼에게 옷을 물어다 줄 사슴은 없느니… 더보기

딥 페이크와 텔레그램

댓글 0 | 조회 174 | 2024.09.24
1997년 말 IMF에서 돈을 빌려야 하는 외환유동성 위기 이후에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이라는 것이 파괴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그래서 전자상거래에 관… 더보기

콜레스테롤의 날

댓글 0 | 조회 393 | 2024.09.20
콜레스테롤(Cholesterol)은 대표적인 스테롤(스테로이드와 알코올의 조합)의 하나로서 모든 동물 세포의 세포막(細胞膜)에서 발견되는 지질(脂質)이며 혈액을 … 더보기

29. 키토 다이어트, 간혈적 단식, 모방 금식법, 쥬스 다이어트, 오토파지 다이…

댓글 0 | 조회 464 | 2024.09.20
요즘은 다이어트 시대같다. 이런 저런 다이어트 방식들이 많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각자 다른 성장 과정, 영양 상태, 건강상태, 장환경, 장내 … 더보기

몸이 아플 때 이용 가능한 다양한 의료 서비스

댓글 0 | 조회 999 | 2024.09.17
What Happens if you get Māuiui (Sick)?몸이 아플 경우 여러분이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의료 서비스가 있습니다.일반적인 건강 정보… 더보기

28. 항생제를 꼭 먹어야 할 때나 먹고 싶지 않을 때의 비책

댓글 0 | 조회 544 | 2024.09.17
항생제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린 것은 맞다. 반면에,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삶의 궁지로 내몰아진 것도 사실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항생제는 … 더보기

김민기의 우리말 사랑

댓글 0 | 조회 388 | 2024.09.11
▲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거부하며 사석에서도 노래하지 않았던 김민기가 ‘겨레의 노래’에서 ‘아침이슬’을 부르고 있다.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프로그램 갈무리지… 더보기

봄은 언제 오는가

댓글 0 | 조회 380 | 2024.09.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새 교과서를 받아달력 종이로 책 겉장을 싸면서봄은 어린 가슴에 왔다새 담임선생님이 누구인지아이들의 눈이 교실 문을 바라볼 때무섭다고 여긴 선… 더보기

뉴질랜드 아리랑

댓글 0 | 조회 544 | 2024.09.11
한민족에게는 ‘아리랑’이 있고 뉴질랜드인에게는 ‘포카레카레 아나’가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한민족의 정서 속에 녹아내려 민중… 더보기

27. 부작용 없는 만능 소화제를 체험하자

댓글 0 | 조회 793 | 2024.09.11
가장 탁월한 소화제는 각자에게 이미 존재한다. 각자 이런 소화제를 사용할 결심을 하고 실행만 하면 된다. 다만 이런 놀라운 약과 방법을 간과하거나 무시했기 때문에… 더보기

만성피로는 마음이 일어나기 싫은 것

댓글 0 | 조회 356 | 2024.09.11
만성피로는 마음이 일어나기 싫은 것입니다. 착 가라앉아서 몸이 피곤하고 손가락 까딱하기 싫은데, 알고 보면 마음이 까딱하기 싫은 겁니다.마음이 왜 까딱하기 싫은가… 더보기

혼전/혼중계약서는 어느정도 유효한가

댓글 0 | 조회 534 | 2024.09.10
기존 두 칼럼에 걸쳐서 Property (Relationships) Act 1976, 즉 뉴질랜드 재산분할법 상으로 언제 어떻게 ‘부부관계’(사실혼 포함)가 정의… 더보기

도박피해 인식주간(Gambling Harm Awareness Week)

댓글 0 | 조회 189 | 2024.09.10
뉴질랜드의 도박피해 인식주간(Gambling Harm Awareness Week)은 매년 도박으로 인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최됩니다.… 더보기

나는 무엇에 쓰일 것인가?

댓글 0 | 조회 204 | 2024.09.10
공주 학림사‘이뭣고’화두 참선공주시 계룡산 자락에 핀연꽃 같은 명당에 자리 잡은학림사는 백일 용맹정진의 오등선원과시민선원이 있는 수행도량이다.템플스테이 참가자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