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잎에 싸 보내는 할머니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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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잎에 싸 보내는 할머니 마음

1 3,217 오소영
얼마 전 점심초대를 받아 어느 식당에 갔었다. 한식에 맞는 깔끔한 기본반찬 서너가지와 작은 뚝배기에 걸죽한 강된장이 함께 식탁에 올라왔다. 웬 강된장? 그것을 보는 순간 입맛 잃고 사는 요즈음. 불현듯 호박잎 쌈이 생각나고 입안에 군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불성설(語不成說). 그런걸 줄리야 없고 상추쌈이라도 나오려나 기대했는데 그것은 그냥 반찬의 일부였다. 허다못해 찐 양배추라도 나왔으면 몇쌈 쌈장을 얹어 아쉬움을 달랬을텐데.... 실망스러워 하마터면 투정이 나올뻔 했다.

엇그제 외출했다가 비닐봉지에 두둑하게 담아놓고 파는 호박잎을 발견하고 거침없이 사 들고 들어왔다. 그것을 만나서 반가움 중에 손녀 순이의 얼굴이 큼지막히 떠올랐다. 나 만큼이나 호박잎 쌈을 좋아하는 그 애. 세살박이 어린애로 이민 와 살면서 어디서 그런걸 먹어봐 그렇게나 좋아하는지? 우유 빵 보다는 김치 깍뚜기 겯드린 밥이 좋은 순수 한국통 그 애. 요즘 오빠와 둘이서 밥 해먹고 학교 다니느라 스스로 살림 익히며 일찌감치 현실 깨우치는 일이 고달프기도 할텐데 한마디 불평도 없이 잘 꾸려가는게 여간 대견하고 신통한게 아니다. 지금쯤 엄마 손맛이 많이도 그리울텐데.... 이 할머니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나마 김치 깍뚜기 담고 더러 밑반찬 챙겨주는 정도라도 되니 다행이긴 하지만.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그 애들에게 부모 대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간절한 기도(祈禱) 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치도 못했던 애가 특별히 좋아하는 호박잎으로 대박을 치게 생겼으니 내가 더 신이난다. 고기는 먹기가 쉬운데 야채가 그립다고 하던 말도 생각났기에....

그러나 호박잎을 손질하려고 쏟아 놓는 순간. 이 실망스러움을 어쩔까. 그것은 너무도 크고 뻣뻣해서 영 먹을거리가 못 되는 것 같았다. 파는 것이기에 더러는 버릴 것도 섞였을 줄 짐작은 했지만 부드러운 속잎파리는 거의 없었다. 이렇게 거친 잎으로는 비늘 없는 민물생선의 미끈거림을 닦는데 쓰느 것은 보았지만 그래도 쌈으로 먹을 수 있을는지 안타까웠다. 급한 사람이 샘 판다고 하던가. 그냥 버리기엔 미련이 너무 많아 해 보기로 한다.

어떻게든 먹을 수 있도록 해 보려고 공을 드려 껍질을 벗기는데 질긴 껍질이라 잘도 벗겨진다. 깨끗이 씻어 찜솥에 넣고 시간을 넉넉히 주어 푹 쪄 보았다. 아삭아삭하고 껄끄럽지만 정성드려 끓여 본 강된장이 아까워 몇쌈 먹어보았는데 이미 쌈으로 먹을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나서 입 안에 질긴 섬유질이 뭉쳐 넘어가려 하질 않는다. 모처럼 뱃속이 파랗게 물이 들도록 맛있게 먹어보려 했었는데... 이건 아니야.

나도 나지만 손녀에게 점수 좀 따려던 내 생각은 그냥 접어야하나? 워낙 좋아하니까 웬만큼 아니어도 참아주었으면 좋으련만. 나도 몇  쌈 먹었으니 치아 좋고 위장 튼튼한 애들은 먹을 수 있는거라고 시치미를 떼볼까. 요즘 애들은 개성이 강해서 아니면 그것으로 끝일 뿐 타협의 여지가 없기에 공연히 늙은이만 안타깝다. 그리도 좋아하는 것을 줘야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을 만들어가면서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그래도 그냥 치워버리기엔 안쓰러움이 남아 아이에게 먼저 귀띔을 해 보기로 한다. “순아 호박잎이 생겼는데 너 어때?” “어머머머 할머니 너무너무 해피....” “그런데 많이 자라서 크고 질기던데 괜찮겠어?” “제 위장이 워낙 튼튼하잖아요 저 정말 그거 좋아하는데요” 오케이!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간다 진작에 그랬을 것을. 미련한 머리를 몇대 쥐어박으며 혼자 싱겁게 웃어본다.

그렇게 좋아하는 그 애에게 옛날 할머니가 내게 해 주시던 그런 맛이 진짜인데 이건 너무 엉터리가 아닌가. 아무리 애를 써도 그 때의 맛을 낼 수 없는 것은 오늘 날 영악스럽게 편리해진 전자제품의 덕이다. 불 때서 밥짓는 두툼한 가마솥에서 뜸드리는 밥위에 얹어 쪄내던 밥냄새가 베이고 더러 밥풀도 붙어있던 쫀득한 그 맛을 지금은 따라 할 형편도 재주도 없으니 말이다. 찜솥에 깔끔하게 찌긴 했어도 맛의 차이는 비교가 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렇지만 보리밥에 삭힌 특별한 된장으로 정성껏 끓인 강된장을 위로삼아 아쉬운대로 맛있게 먹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큼직한 호박잎에 쌈을싸서 볼이 터지게 잘 먹는 아이의 모습을 그려보며 더없이 행복한 이 시간. 할머니의 마음도 함께 싸주면 얼마나 좋을까,
참새한마리
어디서 호박잎을 용하게도 구하셨네요. 손주분이 결국은 잘 드셨나요?? 저희는 호박잎은 못먹어도, 쌈장을 집에서 만들어서 상추를 비롯한 각종 푸성귀에 가끔 먹는답니다. 그맛은 정말로 맛있지요. 쌈으로 밥을 먹게되면 항상 정량보다 더 먹게되어서 배가 터질것처럼 되버리는게 흠이지만요. 정감있는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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