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이민 남자의 비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어느 이민 남자의 비애

0 개 4,251 오소영
불황의 수렁은 하염없이 깊어만 가는가? 주변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교민들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신천지를 찾아 보따리를 끌고 꿈에 부풀어왔던 사람들의 돌아가는 뒷모습을 언제까지 지켜보아야만 하는지 안타깝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파경없이 온 가족이 함께라는 것에 안도를 한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혼자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측근의 A씨가 늘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함께 잘 살아보자고 왔다가 이혼의 씁쓸한 결별로 눈물을 먹음고 돌아간 B씨도. 그리고 C씨도.... 그리고보니 한국에 살 때에 뵈었던. 전혀 이해가 안되는 어느 노인분의 안타까웠던 사연 하나가 현실적으로 떠올랐다.   

광주(光州)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잘 나가던 그 분에게는 오랜 숙원이 하나 있었다.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태권도 종주국 한국을 자랑하고 알리고 싶어 기회를 엿보기에 급급했다.   

1980년대 중반 드디어 가산을 정리하고 식솔들과 함께 미국땅을 밟았다. 적잖이 가져간 돈에 모기지를 보태어 멋있는 집도 장만하고 두 대의 차도 샀다. 아이들은 적응이 빨라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등 학교 생활에 익숙해져 걱정이 없었고. 가지 않겠다고 끝까지 고집으로 버티다가 마지못해 따라나선 아내도 차츰 행복한 웃음으로 화사해져가니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몸달아 그들을 끌고나선 자신은 일이 쉽게 풀리질 않아 고전을 해야만 했다. (이게 아닌데...)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이 초조로. 그런 모습을 가족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저녁마다 술로 자신을 달래며 귀가를 하곤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 수입없이 버틸 수는 없었다.    

어느날 아내와 심한 언쟁이 벌어지자 그동안 참았던 울분에 화가 겹쳐 있는대로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다혈질인 그가 인내의 한계를 벗어나면 한바탕씩 치뤄내는 고질병이 드디어 덧난 것이다. 얼마간 화풀이를 하고나니까 가슴이 후련해져 멋적게 서성대다가 밖으로 뛰쳐 나왔다. 바람이나 쏘이고 들어가면 되겠다는. 그의 평소 습관이었다. 인적없는 밤. 공원에는 외로히 졸고 있는 가로등이 희미하게 나무들 사이로 심심한 벤취를 비쳐주고 있었다. 찬바람속에서 문득 정신을 차리고 하늘을 쳐다보니 둥근달이 환하게 웃고있질 않은가. 그 속에 그리운 어머니 얼굴이. 그리고 한국에서의 단란했던 집안 풍경이 스크린처럼 지나갔다. 아주 먼 옛날 일 처럼 그 때가 그리웠다. 후회와 실망감으로 헝크러진 자신을 추스르며 다시 잘 해 보자고 다짐을 하면서 천천히 집으로 돌아오는데 무슨 일일까? 누군가가 장승처럼 현관문 앞에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 “NO! NO!” 분명 자기에게 하는 말임을 깨달으며 그가 POLICE라는 걸 알고 경악을 했다. (내 집인데 못 들어가게 하다니...) 어이없는 문화에 아찔한 충격을 받으며 잠시 현기증을 느꼈다. (그래 여기가 미국이었지) 하지만 그게 인생 막장으로 가는 첫 출발인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수십년을 동고동락했던 아내가 이혼 청구를 해 왔고 그는 졸지에 혼자가 되어 외로운 미국에서 미아의 신세로 전락 해 버렸다.   
 
남은 것이라곤 건강한 몸 하나뿐. 모기지와 아이들 양육비를 벌어야 했기에 죽을 각오로 노동판에 뛰어들어 막일을 하며 긴 세월을 버티어냈다. 힘들고 외로운 밤을 이불속에서 소리내어 짐승처럼 울기도 하면서... 두 딸들을 시집보낸 아내는 그 손주들을 돌보며 착실히 보수를 챙겨 ‘캐딜락’을 타는 유복한 노후를 즐기며 살고 있으니 부부의 인연이란 참 묘한 것인가보다. 막내의 양육비에서 놓여 났을 때. 그도 새 인생을 살아보려고 재혼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 딸들만 챙기니 여전히 외로운 신세. 이제 황혼을 맞아 현지 처라도 구해보려고 고국에 나왔다는 그 분. 굵게 패인 이마의 주름살이 인고의 흔적처럼 보기에도 민망했다. 그 볼을 타고 흘러 내리는 눈물을 감추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던. 남자가 흘리던 눈물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 때는 드라마같은 인생도 정말 있구나 라는 생각 뿐. 절절한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지금 갑자기 왜 그 생각이 떠 오르는지 모르겠다.  
 
아마 지금 여기 어딘가에도 그 분같은 인생을 살고 있을 누군가가 있을 것만 같은 노파심 때문이 아닐까? 어려운 때 일수록 가족이 함께 뭉쳐 힘을 발휘해서 꿋꿋하게 난관을 헤쳐나가야 되리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5 | 2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72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5 | 10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4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5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5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3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3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8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8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4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43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5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9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2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9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50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7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9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8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8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8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5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