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이제 한 해의 공부를 마무리 짓는 그리고 내년을 준비하는 신호탄이 될 external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필자도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시험준비의 ABC 에 대한 질문을 많이 듣게 되는데 오늘은 시험준비의 시작이자 마무리인 기출문제 풀이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현행 뉴질랜드의 교육 과정 중 기출문제가 아닌 출판사나 사교육기관이 작성한 시험대비문제는 전무하다 할 수 있다. NCEA의 경우 약간의 참고서들이 자체문제를 수록하지만 그 문제들이 연습문제 일수는 있어도 시험대비문제로 볼 수는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기출문제는 사실상 유일무이한 시험준비 자료일수 밖에 없고 따라서 기출문제를 어떻게 풀어보느냐에 따라 시험의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연중 이 시기엔 가끔 이렇게 말씀하시는 학부모를 만나게 된다.
“우리애가 혼자서 열심히 공부를 해요.. 그래서 뭐 몇 년치 기출문제를 풀어 봤는데 대부분 A정도 (혹은 Excellence)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학생들이 스스로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은 여러모로 유익하다. 그러나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답안을 채점했을 때 그 결과를 얼마나 믿어야 할까? 사례별로 살펴보도록 하자.
사례 1. 실수한 거 고려하면 (맞았다고 치면) 85% 정도 되요.
지식이 모자라면 공부하면 되지만 실수로 날리는 점수는 절대 회복할 수 없다. 실수라는 것은 오랜 시간 쌓여온 학생 스스로의 습관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에 연습 때 실수한다면 실전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확률은 99.9%다. 첫째로, 가급적 실수를 안 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둘째로, 스스로의 점수를 미리 예견해 보고 싶다면 실수로 날릴 점수를 %로 환산해 미리 감점요소로 감안해야 한다. 만약 80%를 목표하는 학생이 평균 10%의 실수비율이 있다면 실력이 부족해 발생하는 감점여유는 10% 밖에 안 된다는 뜻이 되므로 시험준비는 90%를 목표로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90% 받을 만큼 준비해도 실수 때문에 10%를 더 날릴 테니까..
사례 2. 제가 맞춰보니 제 답안에 excellence를 줄 수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에게는 너그럽고 타인에게는 혹독하다. 이런 경우의 문제는 긴 문장의 답을 요구하는 NCEA에서 볼 수 있는데 평가기준이 상대적으로 모호 하다 보니 과학과목의 경우 숫자로 답이 나오는 반정도의 문제를 제외하고 나머지 반은 - 대부분 Merit이나 Excellence 문제들 - 사실상 채점자의 주관적인 견해에 따라 마킹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은 스스로에게는 ‘자신’ 이지만 채점자에게는 ‘타인’ 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서 자신의 답안지를 매우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마킹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례 3. Syllabus(교과과정)에 없는 문제가 나와서 틀렸어요.
간혹 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Syllabus를 보며 스스로의 지식 정도를 확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떻게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한다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지만 syllabus는 한 마디로 교과과정 요약일 뿐 시험에 출제가 될 법한 부분이나 필수 중요사항에 대해 다루지는 않는다. 누구나 생각하듯 시험이라는 것은 아주 쉬운 문제를 제외하고는 개념과 개념 사이의 관계나 적절한 응용을 묻는 것이지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나 공식 자체를 묻지는 않는 것이고 그렇다보니 syllabus나 text book 만으로 공부한 학생들에겐 적절한 응용문제도 가끔은 ‘시험에 나와서는 안 되는’ 문제로 비춰질 수 있다. 이런 친구들에겐 하루라도 빨리 기출문제 풀이를 시작하길 권한다.
시험에 임박해서도 Syllabus를 들여다보고 있는 학생들은 많은 경우 시험에 대한 압박감이 너무 심하거나 아니면 문제를 풀었는데 틀리게 되는 경우를 지극히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떤 개인적인 성향의 차이가 있더라도 시험의 준비는 문제풀이가 가장 기초가 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