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편입 분투기 II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한국에서의 편입 분투기 II

0 개 2,091 이정현

한국 대학으로의 편입 시험 중 필기시험과 면접은 같은 날 진행된다. 그리고 이날 마주한 흥미로운 광경을 아직도 난 기억한다.

 

필기시험은 영어 에세이 라이팅과 한국의 단편소설, 시 등으로 출제된 국어 객관식 문항이 주를 이룬다. 영어 에세이의 경우, 그 당시 세계적으로 이슈화 되고 있는 뉴스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영어로 적는 것이었다. 라이팅은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국어 객관식 문항은 꽤 어려웠다. 뉴질랜드에서 살다 온 한국 학생들은 한국에서 공교육을 마친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단편소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뉴질랜드에서 적응하며 학교 수업 따라가기도 바쁜데 언제 ‘운수 좋은 날’ ‘메밀꽃 필 무렵’과 같은 한국 단편집을 접해봤겠는가. 한국 대학으로의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라면 반드시 한국의 유명 대표 소설 및 대표 시 정도는 읽어보길 추천한다. 

 

006282d719226bd60772c1b8c4a30a25_1585096601_741.png
 

필기시험이 끝나고 다음 면접 때까지 3~4시간 정도의 꽤 긴 텀이 주어지는데, 아마 점심식사를 하고 면접을 준비하며 보내라는 시간일 것이다. 2시간 남짓한 필기시험을 치르고 나오자 수십 대의 차 안에서 대기 중이던 엄마들이 일제히 나와 자신들의 아이 이름을 부르며 마치 이산가족 상봉을 방불케하는 풍경을 연출한다. 시험은 학생들이 치르는데 왜 어머니들이 아침부터 시험장에 나와서 저러고 있지? 잠시 내가 궁금해 하는 사이 그 많던 차들은 아이를 태우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신기한 광경에 잠시 서있다 주변 분식점으로 간단한 식사를 하러 들어갔다.

 

“저기 혹시.. 외국인 편입시험 보러 온 분이죠?” 분식집 안에서 라면을 먹고 있던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필기시험 볼 때, 내 뒤에 앉아서 시험을 본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고 보면 한국 사람들은 자신과 신분이나 위치, 입장 등이 같다고 판단하면 아무에게나 말을 잘 건네는 편인 거 같다. 물론, 이쪽 분야의 최고봉은 뭐니 뭐니 해도 한국 아줌마들이겠지만... 

 

우리는 자연스럽게 같이 식사를 하게 됐는데, 그 학생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외국에 오래 사셨죠? 저희처럼 외국에 오래 살다 온 사람들은 혼자 시험 보러 오는 것이 익숙하지만 상대적으로 외국에서 짧게 있다 온 학생들은 어머니들이 같이 와서 대기하더라고요. 아마 어머니들이 차에 태워 든든하게 밥 먹인 후 면접 때 맞춰서 다시 차로 데려다 줄 거예요. 못 들어봤어요? 헬리콥터 맘이라고?”

 

안다. 기사에서 읽은 적이 있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돼도 헬리콥터처럼 아이들 주변을 맴돌면서 아이들의 손과 발이 돼주는 엄마들. 기사에서나 봤던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니까 정말 신기했다. 뉴질랜드와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뉴질랜드에 살 때, 지인 데어리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자신의 어린 딸과 함께 데어리로 들어온 키위가 과자 사달라고 자지러지게 우는 딸을 무시하고는 자신의 담배만 사갔던 기억이 잠시 스쳤다. 한국 엄마들은 뭔가 다르구나. 이후에도 난 한국에서 살면서 헬리콥터 맘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인턴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많이 접했다. 첫 출근하는 자식을 따라와 같은 부서 직원들에게 빵을 돌리며 자기 자식 잘 좀 부탁한다고 말하던 그 엄마. 지금은 익숙해져서 하나의 한국식 문화라고 받아들였지만 그 당시의 나에게 헬리콥터 맘 부대는 정말 신기하고 기이한 풍경이었다. 그 엄마들은 필기시험이 시작되는 10시부터 면접이 끝나는 4시까지 6시간을 그렇게 시험 보는 자식들을 기다린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 면접 시간에 맞춰 돌아왔다. 하나 둘 차에서 내린 그들과 함께 나도 면접시험장으로 들어갔다. 면접은 4~5명씩 짝을 이뤄 들어간다. 사실 가장 예측이 안 됐던 시험이 바로 면접이었다. ‘무슨 질문을 할까? 설마 영어로 자기소개 해보라는 간단한 질문은 아니겠지?’     

 

“Introduce yourself in English.”

 

내 귀를 의심했다. 그래도 외국인 전형 대학 편입 시험인데 이게 무슨 초등학교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나 나올법한 질문인가. 잠시 당황했으나 우리 5명의 학생들은 모두 “My name is...”로 시작하는 영어 문장을 돌림노래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면접은 약간 형식 같은 시험이다. 다시 말해, 편입 시험의 등락을 결정하는 건 필기시험인 셈이다. 

 

모든 시험을 마치고 나오니 홀가분했다.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둘러본 한국 대학 캠퍼스는 오클랜드 대학교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무척이나 예뻤다.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263 | 3일전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담은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의 작가 김학철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였던 고 김학철(1916~2001)의 인생을 다룬… 더보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댓글 0 | 조회 155 | 3일전
언젠가 TV에선 얼굴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미국에 얼굴 없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입니다. 태어난 지 2년 반 쯤 되었는데 얼굴이 없답니다…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138 | 3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놀란 일을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부끄럽습니다당신 손 놓치지 않을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기차역에서… 더보기

대자유의 맛, 다선일미의 차 명상

댓글 0 | 조회 120 | 3일전
예로부터 스님들은 차를 마시며 수행을 했다. 차가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벽암록』의 저자인 송대 원오 극근(圓悟 克勤:1063~1135) 선사의 다선일미… 더보기

욕실 리노가 망설여지는 이유

댓글 0 | 조회 568 | 4일전
최근 몇 주 동안 잘못된 욕실 설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고객분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욕실은 단순히 깨끗하고 예쁘게 마감하는 것을 넘어서서, 안 보이는 곳… 더보기

사랑

댓글 0 | 조회 100 | 4일전
시인 정 호승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 더보기

아오테아로아 (멀고 긴 흰구름의 나라)

댓글 0 | 조회 186 | 4일전
식물 줄기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삼각 돛,큰 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통나무 배,긴 나무를 균형지게 본체 좌 우측으로 동여맨 카누에 몸을 싣고,가족과 친지들을 뒤로… 더보기

전하지못한 이야기 ‘해금강’

댓글 0 | 조회 184 | 5일전
지인 j 님께!H 여사와 우리 셋이 모이면 노후의 삶을 어디에서 살면 좋겠냐는 말을 자주 했었지요.서울에서 나고자라 나이먹은 사람들끼리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막연한… 더보기

지피지기 백전백승! 뉴질랜드/호주 의대 제대로 도전하기

댓글 0 | 조회 784 | 5일전
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요즘,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전문직에 대한 직업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의대 치대 약대 등의 …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64 | 5일전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33년을 일 하다가 은퇴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어느 사이 고희(古稀)에 들었고 앞만 보고 가려하는데, 원고 청탁을 받아 잠… 더보기

35. 몸의 진액 부족이 가져다 준 소화 불량과 다양한 문제들

댓글 0 | 조회 457 | 5일전
몸의 모든 신진대사 활동은 물,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의 진액과 관계된다. 그래서 진액이 고갈되면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는 기계의 그리스나 윤활류가 부… 더보기

(A2+) 프리미엄 우유가 온다

댓글 0 | 조회 1,307 | 8일전
완전식품(完全食品)이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을 말한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아닌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 섭취해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 2

댓글 0 | 조회 328 | 2024.11.13
11월 14일 2025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수시전형은 11월 현재 진행중이며 내년 1월 정시전형을 앞두고 있다.2025학년도는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변화가 … 더보기

나는 이런 사람이 좋다

댓글 0 | 조회 348 | 2024.11.06
시인 헨리 나우헨그리우면 그립다고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불가능 속에서도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애쓰는 사람이 좋고다른 사람을 위해호탕하게 웃어 줄 수 있는 사람이 … 더보기

작가 한강의 노고를 기리며

댓글 0 | 조회 370 | 2024.11.06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훌륭한 번역을 통해 세계의 독자들이 비로소 한국문학이라는 두꺼운 책의 한 … 더보기

받아 적고 읽어 주고

댓글 0 | 조회 168 | 2024.11.06
나는 타자(打字)가 서툴고 느리다. 재주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타자하는 수고를 벗어나게 되었다. 말하면 그걸 글자로 바꾸어 주고(STT; Speech t… 더보기

달이와 함께 만난 동물 부처들

댓글 0 | 조회 145 | 2024.11.06
안동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 용과 사슴, 영덕 장육사 대웅전 사자와 코끼리사찰 곳곳에서 만나는 동물들은절을 아름답게 하고 이야기를 담는다.아이가 처음 세상을 배울 … 더보기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댓글 0 | 조회 426 | 2024.11.06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중 “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에 대한 내용이 생각난다. 4촌이 논을 사면 기뻐할 일인데 왜 배가 아파야… 더보기

Panic Attack

댓글 0 | 조회 497 | 2024.11.05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불안감이 나타나는 정신적 증상입니다. 이 발작은 보통 예기치 않게 발생하며, 몇 분 안에 극심한 공포나 불안이 솟구치는 특징이 있습니… 더보기

New NCEA

댓글 0 | 조회 438 | 2024.11.05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 이미 알고계시듯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사교육의 천국입니다. 대형입시학원은 말할것도 없고 입시학원 입학을 위한 또 다른 입시학원, 취업… 더보기

34. 소화기관의 병은 이런 순서로 치료해 보세요

댓글 0 | 조회 324 | 2024.11.05
몸의 각종 부위 중에 피부와 점막들은 손상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외부 세계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자주 접하는 신체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손상… 더보기

아플수록 마음관리를 잘 해야

댓글 0 | 조회 242 | 2024.11.05
장영희 교수님을 아시나요? 제가 이 분 글을 인용하면서 참 좋아했는데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휠체어에 탄 모습으로 환하게 사진을 찍었더군요. 열두 번 예정된 항암… 더보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885 | 2024.11.02
한국인 232만명이 고혈압(高血壓), 당뇨병(糖尿病), 고지혈증(高脂血症)을 모두 앓고 있는 복합 만성질환자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며, 나이…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1

댓글 0 | 조회 497 | 2024.10.31
대한민국은 4대 개혁 의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그리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그 중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2024년 2월 초 20여년동안 정원 변화 없이 한… 더보기

33.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의 축

댓글 0 | 조회 412 | 2024.10.30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장건강을 지배하고, 장건강은 뇌에 바로 영향을 준다고 말해 왔다. 그리고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이 하나의 축으… 더보기